다수 집으로 이사하여 며칠이 되지 않아 일어난 일입니다. 건넛집 원내네 수탉이 우리 집까지 건너왔습니다. 원내네 수탉은 기세등등하게 우리 집 수탉을 후달궈 쫓아버렸습니다. 원내네 수탉은 날개를 땅에 끌릴 정도로 낮게 펴고 고고고… 꼭꼭꼭… 하며 우리 집 암탉을 차지하고 놉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닭 먹이게 소고기 좀 사다줘유”</font></font>
누가 봐도 열받고 화나는 일입니다. 원내네 수탉한테 지고 구석에 처박혀 나오지 못하는 우리 집 수탉한테도 화나지만, 그런다고 금방 원내네 수탉을 따라나서는 암탉들 때문에 더 화가 납니다. 암만 미물 짐승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배신을 때릴 수 있는지 기가 막힙니다. 작은오빠는 큰 몽둥이를 들고 원내네 수탉을 금방이라도 때려잡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보시고 짐승 싸움이 사람 싸움 된다고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십니다.
작은오빠는 아래윗마을을 돌아다니며 수탉이 큰 집의 닭알을 구해왔습니다. 자기는 아주 우량종의 닭을 만들어내고야 말겠다고 벼릅니다. 닭이 알을 품을 때마다, 낳은 달걀은 집으로 빼돌리고 주머니를 털어 닭알을 사다 안겼습니다.
병아리가 태어나자 수평아리만 골라 별도로 먹이를 먹입니다. 작은오빠가 아무리 노력해도 원내네 닭을 이길 만한 수탉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작은오빠는 3년째 되는 해에 작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수탉은 소고기를 날것으로 고추장을 찍어 먹이면 기운이 세진다는 소리를 들었답 니다.
“어머니 장에 가거든 닭 먹이게 소고기 좀 사다줘유.”
“사람도 못 먹는 소고기를 뭔 닭을 먹이겠다고 사다달라나. 어림도 없는 소릴랑 하지를 말어.”
그래도 어머니가 혹시나 소고기를 사오나 하고 종일 기다립니다. 어머니는 소고기를 사오지 않았습니다. 작은오빠는 포기하지 않고 장날마다 소고기를 사다달라고 조릅니다. 어느 장날 작은오빠가 나무를 팔아 모아두었던 돈을 내놓으면서 또 소고기를 사다달라고 합니다.
“저런 나쁜 놈의 새끼. 달구새끼 소고기 먹일 돈이 있으면 살림에 보태겠다. 에미한테 소고기를 사줘봐라.” 할머니가 듣고 “다 큰 아를 보고 욕은 왜 하나, 사다주지도 않을 거면서” 하십니다. 작은오빠는 할머니가 편들자 더 기가 살아서 오늘 장에는 소고기를 꼭 사다달라고 떼를 씁 니다.
어머니는 “저런 뭣같이 생긴 놈의 새끼가 듣자듣자 하니 시끄러워 살 수가 없네. 내가 오늘 저놈의 새끼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지” 하면서 서너 발 되는 빨래 장대를 들고 때린다고 쫓아옵니다. 작은오빠는 맞아 죽으면 되지 뭐 하며 일어나지 않고 장창을 떱니다. 어머니가 큰일을 내는 줄 알았습니다. 할머니가 저러다 아 잡겠다 말리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긴 장대를 메고 우르르 달려오던 어머니는 긴 장대를 작은오빠 어깨 위에 슬쩍 얹었습니다. 말리려던 할머니는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모르는 척 휭하니 가버리셨습니다. 작은오빠는 어머니가 힘없이 장대를 어깨 위에 슬쩍 얹자 벌떡 일어나 씩 웃더니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양발차기하는 수탉의 탄생</font></font>
몇 시간이 지나서 퉁가리(물고기)를 버드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꿰어가지고 왔습니다. 제일 큰 것으로 골라 머리 부분과 등에 난 뿔을 다 잘라내고 위에서부터 껍질을 홀라당 벗겨서 고추장을 찍어 닭들에게 먹입니다. 어머니는 아까운 고추장을 달구새끼들 먹인다고 난리입니다.
작은오빠는 친구들과 같이 매일 밤 퉁가리 보쌈을 합니다. 지름이 50센티 되는 넓은 놋양푼 두 개를 써서 서너 시간만 잡으면 큰 다래끼로 하나 가득 잡았습니다. 작은오빠는 봄 내내 퉁가리를 원 없이 잡아 날랐습니다. 처음 며칠은 푹 삶아 퉁가리 매운탕을 끓여 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푹 삶아서 겨를 섞어 병아리들을 먹입니다. 병아리들이 크는 게 보이는 것같이 쑥쑥 큽니다. 작은오빠는 퉁가리 보쌈이 끝나자 골뱅이를 건져다 절구에 찧어 곡식과 같이 먹입니다. 그렇게 우량종의 쌈닭을 키우기 위해 한여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병아리 때부터 잘 먹어 닭들이 아주 튼튼하게 빨리 잘 자랐습니다. 수탉들은 다리가 어청하고 볏이 빨갛고 꽁지 깃털이 길게 척 휘어진 것이 아주 멋있습니다. 수탉들뿐 아니라 암탉들도 달구둥주리같이 크고 통통하고 탐스럽게 예쁘게 자랐습니다. 작은오빠는 들일을 하다 집에만 들어오면 쉴 틈도 없이 닭들을 훈련합니다. 닭들 틈에 끼여 옥수수를 살짝살짝 뿌려주면서 한 100미터쯤 달려가 가슴까지 오는 살구나무 밑동을 양발치기로 걷어찹니다. 먹이를 뿌리면서 가기 때문에 닭들은 날마다 무더기로 함께 달리기를 합니다.
가을이 되자 수탉 중에 타조같이 다리가 길고 튼튼하고 커다란 놈이 나왔습니다. 자주색에 짙은 남색의 깃털이 섞여 날개가 화려합니다. 홰치며 목을 길게 빼고 꼬끼오~ 웁니다. 어른 손바닥같이 붉은 볏은 왕관같이 위풍당당해 보입니다. 작은오빠를 따라 양발차기로 살구나무를 걷어찰 줄도 압니다. 저울에 달아보니 아홉 근하고 200이나 됩니다. 덩치가 큰데도 엄청 빠릅니다. 눈도 밝아서 멀리 기어가는 벌러지나 메뚜기도 다른 닭들이 잡아먹을 새 없이 후다닥 뛰어가 잡아먹습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쌈닭이 다 무슨 소용</font></font>
가만히 있지를 않고 항상 후다닥 뛰어다녀서 이름을 아예 후다닭이라고 지었습니다. 후다닭은 뛰고 걸으면서 작은오빠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닙니다. 작은오빠는 후다닭을 데리고 원내네 집에 갔습니다. 원내네 닭은 후다닭을 보자 숨어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닭싸움을 시키고 싶은 것은 작은오빠의 마음이고 후다닭은 아예 닭들을 상대하지 않습니다. 작은오빠는 쌈닭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과 연구를 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싸우라는 닭이랑은 안 싸우고 후다닭은 오직 작은오빠를 따라다니며 작은오빠에게 해가 된다 싶으면 사람이고 짐승이고 사정없이 양발로 걷어찹니다. 원내네 집에서는 윗동네에 가려면 우리 집 마당을 지나가야 빠릅니다. 후다닭은 작은오빠 마음을 알았는지 원내네 식구가 마당에만 나타나면 양발치기로 등짝을 걷어찹니다. 원내네 가족은 지름길로 다니지 못하고 한참을 돌아 윗동네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전순예 저자<font color="#008ABD">이 기존 구독제를 넘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은 1994년 창간 이래 25년 동안 성역 없는 이슈 파이팅, 독보적인 심층 보도로 퀄리티 저널리즘의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진실에 영합하는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정의롭고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의 조건 없는 직접 후원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지지하는 방법, 의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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