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동물] 어머니 따라 집에 온 네눈박이평창 장날입니다. 어머니가 장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후평 버덩을 지나는데 눈썹 위에 눈처럼 동그란 회색 점이 두 개가 있어 눈이 네 개처럼 보이는 네눈박이 검정 개 한 마리가 꼬리를 설렁설렁 흔들며 따라붙어 사람들 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옥고재를...2020-08-08 15:01
[내가 사랑한 동물] 동생 태평이를 입양한 임평씨지난해 작은딸은 경기도 성남 사기막골로 이사 갔습니다. 살고 있는 빌라 주차장에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산다고 합니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지난여름 길고양이들이 한꺼번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는데 한 마리가 버려졌는지, 외따로 돌아다...2020-07-20 22:35
[내가 사랑한 동물] 이름이 여럿인 길고양이큰딸은 인천 만수동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아이들 논술 지도도 하면서 한창 재미있게 살고 있었습니다. 사위 직장이 경기도 화성이어서 하루 출퇴근 시간이 4시간씩 걸린다고 늘 걱정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결단을 내리고 화성으로 내키지 않는 이사를 했습니다. 시내에서 좀 멀리 ...2020-07-04 22:18
[내가 사랑한 동물] 외상값으로 받은 흑염소 1970년대 초 강원도 평창읍에서 문구점을 하고 살 때였습니다. 기관이나 개인이 사무용품을 외상으로 쓰고 대개 월말에 결제했습니다. 큰오빠 친구 중에 키다리 오빠가 있었습니다. 키가 188㎝여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늘 우리 문구점에서 사무용품을 가져갔는데 몇 달이 돼도...2020-06-23 20:52
[내가 사랑한 동물] 아버지 방을 들여다보던 고양이친정아버지 만년엔 친정집에 고양이가 여덟 마리 있었습니다. 고양이 여덟 마리의 이름은 다 ‘애노’였습니다. ‘앤오앤오’ 운다고 지은 이름입니다. 아버지의 고양이는 여덟 마리 중 대장 수고양이였습니다. 노랗고 얼룩얼룩한 색에 귀 끝에 짧은 털이 몇 가닥씩 나 있었습니다....2020-05-26 15:10
[내가 사랑한 동물]방문을 똑똑 두드리던 개(제1310호에서 계속) 머리가 띵하면서 눈앞이 캄캄한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 있다 정신이 나서 보니 강아지 한 마리만 벌렁벌렁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나는 으으으으… 이이이잉… 계속 울면서 살아 있는 강아지부터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행숙이와 강아지 밥에 ...2020-05-09 15:00
살림을 장만해준 개 행숙이결혼하고 시부모님이 계시는 충북 제천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공무원이던 남편은 월급을 받아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강원도 평창으로 가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친정 코밑으로 가냐고 많이 싸웠습니다.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날을 ...2020-04-25 15:06
[전순예의 내가 사랑한 동물] 울타리 넘어 도망친 돼지스물일곱에 충북 제천 고암이라는 동네로 시집갔습니다. 그때 세월에 시골 풍습으로는 소문난 노처녀였습니다. 무슨 약속이나 한 것처럼 큰오빠가 27살에 결혼하고 작은오빠도 27살에 했습니다. 세 살 터울이어서 차례를 기다리다보니 나이가 먹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자리에 중...2020-04-17 00:00
‘고기’ 오골계의 ‘꼬끼오’1990년대 서울 천호동 주택가에 살 때의 일입니다. 친정아버지 생신이 여름이어서 친정에 식구들이 모이면 늘 삼계탕을 해서 먹었습니다. 한 해는 건강에 더 좋다는 오골계를 키웠답니다. 여러 약재를 넣고 한 가마솥 끓여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고기도 까맣고 뼈...2020-03-31 21:30
중매쟁이 고양이막내딸은 서른아홉이 됐는데도 시집갈 생각을 안 하고 애를 태웠습니다. 고양이만 좋아해서 어디서 예쁜 길고양이를 잘도 주워다 키웁니다. 언제는 길 가다가 허리가 부러진 고양이를 머플러로 감싸 안아다 병원에 입원시켰답니다. 수술비가 많이 들었는데도 살지 못하고 죽었다고 눈...2020-03-18 22:39
이구아나야 우리를 잊어버려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손녀딸 지우가 한 살 때 일입니다.인천에 사는 큰손자 우진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니 우리 집에 너무나도 귀여운 씽씽이를 보러 오시라고 합니다. 조금 있다가 작은손자 우혁이도 전화를 합니다. 씽씽이를 보러 오시라고. 씽씽이가 뭐냐고 물...2020-02-29 23:28
만복이가 죽으면 장사 지내주려네(지난 연재에서 계속) 한여름 고군분투한 결과 만복이는 많이 커서 마구간에서 먹고 자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추운 겨울이면 밤중에 일어나 소죽을 끓여 먹이고 덕석(소 등에 얹어주는 멍석)도 덧입혀주셨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나 온 식구가 짐승을 무척 애지중지 키워냈습니다...2020-02-16 01:16
콩잎 홀라당 먹은 만복이어머니가 갑자기 우리 저녁에 밥 안 먹기 운동을 하자 하십니다. 아니 밥을 안 먹고 어떻게 살아! 아주 끼니를 안 먹는 것이 아니고 저녁은 쌀로 밥을 안 해먹기 운동을 하자는 거지.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가을에 햅쌀이 나올 때까지 여름 동안 하루 저녁은 감자 찌고 ...2020-02-04 20:10
병아리와 노느라면 천국이 따로 없네닭들은 봄이 되면 갈갈갈갈 알 젓는 소리(알 품을 때가 되면 암탉이 내는 특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체구가 작은 토종닭들은 여기저기서 서로 경쟁하듯이 알둥주리를 차지하고 알을 품습니다. 다른 집들은 덩치도 크고 알도 잘 낳는 신품종 레그혼이나 뉴햄프셔를 많이 키...2020-01-15 11:04
제 이름을 잊지 않고 대답한 잎새20여 년 전 경기도 성남 검단산 밑에 살던 때의 일입니다. 어느 여름 청계산 기도원에 갔다가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얻어가지고 왔습니다. 집에 오자 야옹야옹 울기 시작합니다. 조금 울다가 말겠지 했는데 밤낮 삼 일을 잠깐 조는 시간을 빼고는 웁니다. 너무 영악스럽게 ...2020-01-02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