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항아리 펴냄). 제목이 혹하게 한다. 밤낮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세상과 내가 연결돼 있음’에 안도하는 세상에서 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끊어야 하는 걸까?
저자 이력도 혹하게 한다. 지은이 재런 러니어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을 만들어 처음 상용화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컴퓨터과학자다. 열세 살에 대학에 들어가 인공지능과 관련해 공부한, 말 그대로 천재. 누구보다 정보기술(IT)에 정통한 지은이기에 일단 귀 기울여볼 만하다는 생각에 첫 장을 펼치면 난데없이 고양이 타령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페이스북·구글 같은 기업들은 인간을 ‘개’로 만든다. 나도 모르게 기업과 광고주가 전파하는 자극적인 메시지에 따라 지갑을 열고 화내고 슬퍼한다. 기업들이 자기에게 보여주는 세계만이 전부라고 믿으면서 확증편향이란 막다른 골목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그들’은 다 알고 있다. 어쩌면 나는 개가 아니라 매분 매초 감시당하는 사육상자 속 개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인간을 개나 개미 같은 존재로 만드는 것을 ‘버머’라고 이른다. ‘Behaviors of Users Modified, and Made into an Empire for rent’(사용자 행동을 수정해 그들 왕국(대기업)의 영리를 위해 이용하는 것)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버머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다. 관심을 끌기 위해 혈안이 된 ‘관종’ 양산하기, 다른 사람들의 삶에 참견하기, 의도한 내용을 마구 들이밀기, 인간 행동을 교묘하게 조종하기, 행동을 조작해 돈 벌기, 가짜 팔로어와 리뷰어 같은 가짜 세계 만들기 등이다.
재런 러니어 본인도 이런 일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아리아나 허핑턴의 제안에 끌려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점점 더 ‘좋아요’에 중독되면서 자극적인 ‘꼴통식 글쓰기’에 열 올렸고, 이를 깨달은 순간 블로그를 그만뒀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꼴통과 꼴통 아닌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대부분 꼴통이 잠재적으로 탑재됐다고 생각한다. SNS는 잠자던 내면의 꼴통을 깨우며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게 하고, 인간의 개별적인 이성을 마비시킨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와 자연 착취 탓이 아니라거나, 어린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엉터리 믿음이 마구 확산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SNS가 백해무익한 담배처럼 이 세상에서 근절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몸에 해로운 납이 든 페인트로 비유할 수 있다. 페인트칠은 멈출 수 없지만 납 함량을 규제할 순 있다. 지은이는 “당신의 뇌와 인생이 틀에 박힌 것이 되지 않도록” 일단 6개월만이라도 SNS를 끊어보자고 제안한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도 사람에게 절대 길들여지지 않으며,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인터넷 세계의 고양이가 되도록. SNS는 주인이 아니라 ‘집사’일 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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