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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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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세월호에 무심했던 까닭

불통의 시대를 끝낼 때 필요한 도구 <소통의 무기>
등록 2017-04-02 13:16 수정 2020-05-03 04:28

1천여 일의 시간을 두고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참혹했던 이 사건을 어떤 이들은 냉정하리만치 외면했다.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공포관리 이론’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사람들은 죽음 같은 공포 상태에 노출됐을 때,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국가나 종교 같은 초월적인 것에 집착한다. 아울러 자기 문화에 대한 애착을 키우는 반면 외부인에게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손동영은 ‘사회적 정서와 공존의 여유’라는 글에서 “세월호 침몰로 수백 명의 어린 생명을 잃은 이웃의 비극에 많은 사람이 그토록 냉담했던 것도 (…) 어쩌면 사회에 만연한 공포와 불안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세상살이가 아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주지 못할 만큼 팍팍하고 무서웠다는 말이다. 지난 4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박근혜의 책임이 무겁다.

세월호 참사에 박근혜가 보인 태도는 그가 좋아한다는 TV 프로그램 에서 약자를 잡아먹는 초원의 잔인함을 닮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웃는다. 청와대에서 쫓겨난 뒤에도, 검찰에 불려갔다 귀가할 때도 환한 표정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 까닭을 ‘고정관념 이론’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먼은 “우리는 먼저 보고 정의 내리는 게 아니라, 정의를 내리고 나서 본다”는 말로 고정관념을 설명했다. 박근혜가 보인 태도와 닮았다. 고정관념의 효과는 분명하다. “(기득권의) 사회적 지위를 지켜줄 뿐 아니라 세상을 분별 있게 보려는 태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는 게 리프먼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익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고정관념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다. 전문가들이 ‘고정관념세’(stereotype tax)라고 부르는 것이다. 박근혜의 경우, 습관처럼 국정을 농단하다 ‘탄핵’이란 비싼 세금을 치렀다.

(개마고원 펴냄)는 ‘왜 ○○○일까’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95가지 소통 이론을 소개한다. 불통의 방식으로 소통을 주장해온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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