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대사는 대체로 이렇게 서술된다. “만주벌판을 호령하는 광개토왕….” 박노자는 이 책에서 근대 식민지의 상처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돋아난 것 같은 ‘고대 군사적 위대함’의 과장을 좀 덜어내자고 제안한다. 광개토왕의 칼보다는 고대 한반도 젊은 남녀들의 중매 없는 자유 결혼이 현재의 시간에서 읽기에 더 매력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거 민중의 일상이 현재에 더 많이 스며들기를, 그래서 진정 ‘흐르는 역사’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단다.
집은 인권이다주거권운동네트워크 엮음, 이후(02-3141-9643) 펴냄, 1만8천원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고 100만 채의 집이 남아도는데,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은 남의 집살이를 한다. 그중에 반지하·옥탑에 사는 이는 기본이거니와 쪽방, 비닐하우스, 심지어 동굴에서 사는 이도 있단다. 어떤 이는 혼자 108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데…. 더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개발 논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 책은 “누구나 등 따습고 편안하게 살 권리”를 위해 집을 보편타당한 공공재로 하자고 주장한다.
사랑의 역사루이-조르주 탱 지음, 이규현 옮김, 문학과지성사(02-338-7224) 펴냄, 1만3천원
“왜 우리는 그토록 이성애에 관해서 별말을 하지 않는가.” 루이-조르주 탱의 문제의식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어린이용 동화, 어른용 소설, 신문과 잡지, 대중가요, 모든 것이 행여 뒤질세라 ‘남녀 커플’을 예찬해 마지않은 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왜 우리는 당연히 이성을 사랑해야 하는 건가. 학습된 것인가, 번식을 위한 본능인가. ‘자연의 질서’만이 지배 논리가 아닌 인간 사회에서 왜 이성애만 가능해야 하나. 부제는 ‘이성애와 동성애, 그 대결의 기록’이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엮음, 밈(02-763-5154) 펴냄, 1만1천원
건강보험 개혁을 제안하는 글들을 정리해 모았다. 우석훈·정태인·조국 등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지만 결국 모아지는 의견은 하나다.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하는 것. 입원진료·무상의료를 실현하고, 환자 간병과 노인 틀니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고, 저소득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것이 책에 실린 여러 칼럼들의 주장이다. 민간 보험료보다 적은 국민 1인당 1만1천원의 추가 부담금으로,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비보험 진료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릴 수 있다. 주장은 일상과 맞닿아 있어 현실적이고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의료 혜택을 돌리자 말하니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