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동물인 고양이처럼 출판사도 영역을 벗어나면 생존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정식 직원인 찡이(왼쪽)와 대장이. 김보경 제공
이전에 실렸던 글들과 달리 들어보지도 못한 출판사(책공장더불어) 대표의 글이라니 신뢰가 확 떨어지겠지만, 현재 출판 창업을 고민하는 이에게 적은 돈으로 시작하는 소규모 또는 1인 출판 창업에 대해 조언하는 코너라면 대선배의 말보다는 3년 전 창업해서 망하지 않고 버티는 바로 앞 ‘사수’의 말이 조금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창업을 해보니 3년 동안 출판사 문 닫지 않고 꾸준히 책을 내는 것이 꽤 대견한 일이다.
글만 쓸 줄 알지 편집·제작·경영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잡지기자 출신이 책 2권을 내기도 빠듯한 2천만원으로 시작해 나름 열성 독자를 갖춘 출판사를 운영 중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답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좋아하는 일! 흔히 여성지라고 부르는 잡지기자였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서점 분류로 나누자면 에세이, 취미·실용 쪽이다. 그런 유의 글을 기획하고 쓰고 청탁하며 지내온 게 10년이니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분야는 아니었다. 노견과 살고 길고양이를 챙기는 내 관심사는 당시도 지금도 동물 문제다. 동물 관련 책이라면 조금 부족하게 나오고 실수가 있어도 배우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규모 출판이라는 게 가늘고 길게 가야 하는 운명이니, 좋아하는 일로 자기만족을 해가며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창업 전, 기자 시절 인터뷰하듯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 등 여러 곳에 조언을 구하러 다녔는데 대부분 반응은 싸했다. “짐승 책만 낸다고? 짐승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안 읽어. 100% 망해.” “첫 책은 될 만한 거 하고 그다음부터 너 하고 싶은 책 해.” “그 돈으로 시작해서는 1년도 못 버텨.” 낙천성이 삶의 90%를 지배하는 나지만 그 시기에는 매일 밤 무릎이 꺾여 귀가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니 조언은 죄다 반대 귀로 흘려보냈다.
출판사 신고는 집 주소로 했다. 경상비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이니 임대료만 없어도 부담을 훨씬 덜 수 있었다. 복합기랑 팩스를 들여놓으니 사무실 세팅 끝! 번듯한 사무실, 그런 게 좋았다면 잡지사에 계속 있었겠지. 출판사의 목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망하지 말자’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망하지 말고 계속 이 일만 할 수 있으면 됐다. 시작도 가난하고 목표도 가난했다.
좋아하는 일이니 기획이 퐁퐁 솟아났고, 책을 준비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성장하는 내가 느껴졌다. 홍세화 선생님이 “좋아하는 일 하면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특권층”이라고 했는데 내가 특권층이었다. 단, 지속 가능성은 중요했다.
모든 기획은 ‘동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 동물과 관계된 주제라면 에세이·만화·학술서 등 어떤 장르도 좋았다. 이렇게 일관되게 동물과 관련된 책만 출간하다 보니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동물 전문 출판사라는 것을 늘 앞세우니 우리 출판사의 책을 사본 독자는 책공장더불어 브랜드에서 나온 다른 책도 구매했다. 이런 재구매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출판사와 독자 사이의 신뢰도 쌓여갔다.
관심사가 잡다해 종종 다른 분야의 기획이 생각나면 다른 출판사 지인들에게 넘긴다. 우리처럼 작은 출판사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해오던 영역을 벗어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평소 동네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데,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어떤 이유에서건 영역을 벗어나면 생존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출판 정글에서 소규모 출판이라는 약자로 살아남으려면 철저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한 영역만 지키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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