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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름, 쓰지 말라면 안 쓸 수밖에”

<무한도전> 200회 앞두고 파업 돌입한 김태호 PD “폐지설은 실체 없는 소문”
등록 2010-04-15 19:05 수정 2020-05-03 04:26
김태호 PD. 씨네21 이혜정 기자

김태호 PD. 씨네21 이혜정 기자

“이 본방송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문화방송 파업 성공하시길!”

시청자 게시판이 시청 후기 대신 ‘문화방송 파업 지지’와 ‘ 폐지 반대’를 외치는 글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문화방송은 노조의 파업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을 단축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되던 4월 첫째 주에 이어 4월10일에도 2주째 재방송을 했다. 3월27일 198회까지 방영한 의 200회 특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김태호 PD에게 200회를 앞두고 파업에 돌입한 심정을 물었다.

- 200회를 앞둔 소감은.

= ‘이제 200회야?’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난주에도 4회분을 한꺼번에 소화하느라 5일을 찍었다. 해야 할 게 많아서 늘 쫓기듯 촬영하다 보니 체감하는 회차는 500회 정도 된 것 같다.

- 200회를 앞둔 경사스러운 시점에 ‘폐지설’ ‘PD교체설’ 같은 소문이 돌고 있다.

= 실체가 없이 나오는 잘못된 이야기다.

- 보수 세력이 을 눈엣가시로 여긴다는 설이 이런 소문을 부추기고 있는데.

= 사장 선임 때 한 후보가 언급한 말이 화근이 된 것 같다(문화방송 사장 후보로 등록했던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이 지난 2월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 등이 편파적인 방송”이라며 폐지를 언급해 논란이 있었다- 편집자). 그 후보는 사장 선임에서 이미 탈락했다.
- ‘폐지설’ ‘PD 교체설’이 나온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 석연치 않은 심의 기준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잦은 권고와 징계를 받았다.
=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다 보니 둔감해진 걸까. 다른 드라마나 예능과 비교해 우리 프로그램의 언어 사용이 크게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출연진도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고, 캐릭터 이름이 웃음을 주는 부분이 크다. 그래도 사용하지 말라면 안 할 수밖에.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은 자막이 PD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웃음을 끌어내는 요소로 쓰인다. 그 안에 풍자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막을 쓸 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나.
= 캐릭터 별명을 쓰지 않는 점과 교육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더 고민하게 됐다는 정도?
- 때로 을 보면 예능이 드라마보다 더 사회 현실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드라마는 픽션이고, 예능은 논픽션이다. 자연스럽게 사회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같은 옛날 프로그램을 봐도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풍자하는 게 많았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풍자의 반도 안 하고 있다.

- 이 수명을 다할 때가 있을까.
= 200회 특집으로 종방연 느낌을 담아 가상 콩트를 꾸몄다. 박명수가 칠순이 훨씬 넘은 2045년이 배경이다. 의 가상 연혁도 만들었다. 몇 년에 시청률이 떨어져 폐지설이 있었고, 몇 년엔 시간대를 변경해 실버 프로그램이 됐다는 등의 내용이다.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아도 멤버들이 나이 들어서까지 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시청률은 15~20%대다. 이때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 정도 시청률이라면 우리가 즐거운 내용으로 시청자와 같이 계속 갈 수 있을 것 같다.
- 문화방송의 정상화와 을 걱정하는 시청자에게 한마디 하자면.
= 우리가 하는 파업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문제로, 언론 자유를 사수하기 위한 파업이다. 에 편이 있다면 우린 늘 시청자 편이다. 출연진의 다이어트 결과, 달력 만들기, 레슬링 등 준비한 아이템이 많다. 하루빨리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란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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