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영숙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교수
어떤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기존의 채 썬 감자튀김 대신 통감자 메뉴를 선보이면서 중견 여자 탤런트 두 명이 등장하는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한 적이 있었다. 광고 속에서 통감자와 썬 감자 사이의 경쟁이 팽팽했는데,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도 한때 그와 유사한 논쟁이 유행했다. 인간의 마음이 심장이 아니라 뇌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났던 것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기억하는 것 같은 마음의 모든 기능에 뇌 전체(즉, 모든 뇌세포)가 동등하게 개입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뇌도 나름대로 업무 분담을 하여 기능별로 뇌 구역을 나누어서 개입하는 것일까?

이 논쟁은 두 입장 사이를 오가며 한동안 엎치락뒷치락을 반복했는데 모든 기능에 뇌 전체가 동등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이른바 ‘통뇌’ 관점의 가장 강력한 증거는 새나 쥐, 개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였다. 동물들에게 부분적인 뇌 손상을 입힌 뒤 행동을 관찰해보니 뇌의 어디가 손상되었는가에 관계없이 얼마나 넓은 면적이 손상되었는가에 따라 상실되는 기능이 달라지는 경향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뇌 전체가 어떤 기능이라도 맡아서 수행할 수 있는 비슷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따라서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얼마든지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이른바 ‘10% 속설’(사람은 평생 자기 뇌의 10%도 채 활용하지 못한다는, 터무니없는 속설)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런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뇌 전체가 어떤 기능이라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뇌세포에 여분이 많다고 본 것이다(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반면에 뇌가 여러 영역으로 나뉘어서 기능을 분담한다는 ‘조각뇌’ 관점(정확한 전문 용어로는 국재화 관점)의 가장 강력한 증거는 뇌의 지극히 제한된 한 부분만 손상된 어떤 사람이 말하는 능력을 상실하였다는 사례보고이다. 말을 하는 능력은 상실되었으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나 그 밖의 지적인 기능은 손상되지 않은 이 놀라운 사례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통뇌 관점이 판정패를 당하였다.
그러나 뇌의 일부분이 손상됐는데도 지능지수나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를 보이지 않는, 믿기 힘든 사례들 또한 종종 발견되고 있으니 뇌가 구역을 나누어 각각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조각뇌 관점도 완벽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런 모순된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덧붙인 설명은 한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구역이 항상 뇌의 한 부분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군데 흩어져 있으면서 서로 긴밀히 공조하는 연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뇌의 각기 다른 부위에 흩어져 있는 구역들이 어느 정도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함으로써 그중 한 부분이 손상돼도 기능 전체가 손상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재산도 위험을 피하려면 분산 투자가 현명하다고 하는데 우리 뇌야말로 경제적인 분산투자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혀보다 눈을 더 즐겁게 해주는 케이크 전문점 앞을 지나다 보니 여러 종류의 조각 케이크를 모아서 두루 맛볼 수 있게 해놓은 케이크 샘플러가 눈에 들어온다. 대개는 각기 맛이 다른 조각 케이크들로 샘플러를 구성하지만 오늘은 한번 분산투자형 조각뇌 방식으로 샘플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초콜릿, 치즈, 블루베리, 딸기, 치즈, 초콜릿, 딸기, 치즈 케이크 순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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