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사라져버린 시대를 탐구하는 이외수의 신작 <장외인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이외수의 신작 <장외인간>(해냄 펴냄)이 나왔다. 이외수. 그가 젖가락으로 콘크리트벽을 뚫든, 달나라와 교신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그러나 그가 내놓는 텍스트는 그의 자유가 아니다. 함정에 빠지지 말자. 우리는 도인적인 풍모를 지닌(매우 인간적인 관점에선 ‘지저분한’) 이외수의 아우라 저 건너편에서 그의 ‘소설’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의 소설엔 ‘매력’을 넘어선 ‘마력’이 있다. 그의 신간이 매스컴을 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시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문장과 신랄한 유머는 어떤 경지에 이르러 있다. <장외인간>에선 그 유머가 더욱 날렵해진다. 춘천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시인 이헌수는 어느 날 갑자기 달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인간의 인식 속에서도 달이 사라져버렸다. 달을 찾아 헤매던 이헌수는 결국 정신의 몰락이 달을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도인의 가르침을 따라 신비의 여인 남소요가 사는 모월동으로 간다. 유머러스한 현실은 기사의 형태로 소설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에게 현실은 줄곧 ‘동물성’ 인간들이 악다구니를 쓰는 지옥이다. 이것은 품위를 잃어버린 유신시대(<꿈꾸는 식물>)부터 물신주의가 물씬 향기를 품어내는 지금까지 그의 모든 저작을 관통하는 인식이다. 따라서 소설 속 화자들은 어머니건 달이건 항상 어떤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그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순수나 낭만이나 정신 따위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상실과 대면하는 화자의 태도다.
최소한 <칼> 이전까지 이외수의 화자들은 현실에 치명타를 입으면서도 불화를 몸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굵은 고무줄을 허리에 묶은 것처럼 도시를 탈출했다가 도로 튕겨져 돌아오며 절망하며 떨며 분열한다. 여기에 이외수 소설의 진정성이 있다. 그러나 <칼> 이후 화자들은 ‘행복의 나라’ 혹은 ‘신비의 세계’로 도망가버린다. 도인이 나타나고 선계의 비경이 펼쳐지는 끊임없는 동어반복이다. 소설은 예언서가 아니라, 현실의 역동성을 반영하고 있는 열린 장르다. 따라서 이외수의 주인공들은 행복의 나라에서 내려와 우리 앞에서 알몸으로 떨고 있어야 한다. 그때가 이외수의 기교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나는 <꿈꾸는 식물>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그 소설을 3번 읽었다). 이외수의 소설엔 재미있는 역설이 있다. 소설의 화자들이 행복해지면, 소설의 독자들은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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