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개의 눈을 통해 본 인간의 슬픔 <개></font>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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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의 신작 <개>(푸른숲 펴냄)가 나왔다. 김훈이 누구인가. 책 표지에 “한국문단에 쏟아진 벼락같은 축복”(<칼의 노래>)이라는 카피를 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그리고 판매량은 더 벼락같았다). 이후 <현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김훈의 주인공들은 악다구니 같은 세상을 묵직한 비애감으로 헤쳐나간다. 여기에 절제돼 있으면서도 장중한 문체가 울려퍼진다. ‘벼락같은 축복’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가 한국 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음은 분명해 보인다.
신작 <개>는 소박해졌다. 무게를 좀 덜어낸 문체는 조근조근 속삭이는 듯하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고 밋밋하며 눈에 띄는 극적인 반전도 없다. 마치 긴장감을 풀고 한숨 내쉬는 듯한 이 우화 같은 소설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살아 있는 것들이 품고 있는 슬픔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다.
개는 인간과 다르다. 개의 발바닥에 붙어 있는 새카만 굳은살에는 “제 몸의 무게를 이끌고 이 세상을 싸돌아다닌 만큼의 고통과 기쁨과 꿈”이 축적돼 있다. 개는 태어나 어미의 젖꼭지를 빨 때부터 세상의 온갖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배운다. <개>는 한 마리 수컷 진돗개의 눈을 통해 본 인간 세상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리’는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어느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가 성장하며 세상을 몸으로 이해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보리가 처음 본 인간들의 슬픔이었다 “사람들은 부모형제와 이웃과 논밭이 없으면 살 수가 없어… 사람들은 개처럼 저 혼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살아가지를 못해. 나는 좀더 자라서 그걸 알았어. 그것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고 사람들의 약함이고, 모든 슬픔의 뿌리라는 것을.”
보리는 마을이 수몰되기 직전에 주인 할아버지의 둘째아들이 살고 있는 어느 바닷가 마을로 터전을 옮긴다. 여기서 그의 청춘이 시작된다. 그는 세상을 더욱 깊숙이 온몸으로 빨아들였고, 거부할 수 없는 정욕의 힘을 체험했으며, 죽음과 이별을 경험한다. 주인이 풍랑 치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 죽었으나 보리는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리는 주인의 무덤을 파헤치고, 마을의 ‘싸움개’인 악돌이와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한다. 보리의 생각은 이러했다. 그리고 또 한번의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죽은 뒤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주인집은 이사를 떠난다. 그러나 보리는 인간과 달리 언제나 발바닥의 굳은살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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