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대통령의 7시간’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호에선 사건이 아닌 ‘사람’이 중요하다고 봤다. 대통령이 밝힐 수 없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은폐하기 위해 ‘7시간’을 지운 것이라면 그게 누구일지 추적했다. 그리고 앞뒤 정황과 맥락을 감안했을 때, 그 시기 대통령은 ‘비선 실세’인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딸 정유라와 관련된 승마 문제에 골몰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2014년 4월16일 그날, 대통령과의 만남을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예 없거나 아직은 없다. 의혹은 오히려 확장되고 있다. 청와대의 수많은 보좌진들은 ‘7시간’ 동안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권력자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풀리지 않는 의혹 한복판에 대통령의 의료 문제가 남아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기묘한 것이 ‘대통령의 피’다. ‘대통령 혈액’이 비밀스레 외부로 반출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font size="4"><font color="#008ABD">① 왜 법을 어기면서 비밀리에 피를 반출했나</font></font>
‘대통령의 이상한 혈액 반출’ 문제는 미궁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의 혈액이 청와대 밖으로 은밀하게 유출된 사실은 11월15일 보건복지부가 ‘차움의원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복지부가 ‘강남구 보건소의 차움의원 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차움의원의 ‘최순실 차트’에 ‘[대통령 취임 후] 2013년 9월2일 안가(검사)’라는 표시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혈액이 차움의원에 반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차움의원 의사 김상만(이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을 맡다가 사직)씨는 복지부에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대통령 혈액을 최순실씨 이름으로 검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보다 한 달 앞선 2013년 8월, 김기춘 비서실장이 위촉해 대통령 자문의가 됐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주치의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 “김씨의 자문의 선정 과정을 몰랐다”고 말해 김씨의 자문의 위촉 배경에 의구심이 일었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50%" align="right"><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ffffff"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fffff"><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size="4"><i><font color="#991900">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2급 국가비밀’에 해당하는 기밀자료다. 혈액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특정인의 건강 관련 정보 수백 가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font></i></font>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무엇보다 대통령 혈액을 은밀하게 민간 병원에 보냈다는 사실이 기괴하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2급 국가비밀’에 해당하는 기밀자료다. 혈액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특정인의 건강 관련 정보 수백 가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의 음식 재료, 생활용품 같은 것들은 (기밀사항이어서) 과거 우리 정부나 다른 나라에서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혈액검사는 국군병원이나 대통령 의무실이 지정한 특정 대학병원에서만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당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이름을 빌려 차움의원에서 ‘대리 혈액검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간호장교가 대통령 혈액을 차움의원으로 옮겼다. 국가기밀에 대한 국가정보원법 규정을 보면, 국가비밀이 공무상 반출될 때 소속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이 규정마저 무시하고 일이 진행됐다.
불법·탈법 시술이나 상식을 벗어나는 의료 행위가 있지 않고서는, 대통령 신분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상만씨로서도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 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일까.
<font size="4"><font color="#008ABD">② 왜 하필 차움의원이었나</font></font>대통령 혈액은 차움의원으로 보내졌다. 공신력 있는 여러 의료기관이 있는데 왜 차움의원이었을까.
차병원과 관련된 자가면역세포(면역세포)·자가지방줄기세포(줄기세포)를 다루는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11월23일 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면역세포 요법에 의한 주사제를 만들기 위해 혈액의 청와대 외부 반출을 허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군병원이나 청와대 지정 대학병원이 있는데, 일반적인 혈액검사를 위해 국가기밀인 대통령 혈액을 민간 시설에 보냈을 리 없다”며 “굳이 차움의원으로 혈액을 보내야 했다면, 차움에 특화된 ‘면역세포 요법’ 시술을 받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면역세포 요법 시술은 지금까지 몇몇 언론이 제기했던 줄기세포 치료와는 다르다. 면역세포 주사는 원래 시술 목적인 항암치료뿐 아니라 만성피로 회복을 돕는 ‘비타민 주사’ 효과와 짧은 시간 안에 피부를 젊게 하는 ‘안티에이징’ 효과도 동시에 볼 수 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차움의원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 전 차움에서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매번 7시께 이른 아침이었는데, 당시엔 미용 목적 등으로 차움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마취를 두려워했다’는 기사를 본 뒤에는 면역세포 요법을 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면역세포 주사를 맞으려면 우선 자신의 혈액이 필요하다. 의료진은 이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한다. 이를 배양기에 넣어 면역세포 수를 크게 늘린다. 제대로 배양되면 기존 세포 수보다 최대 1천 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혈액 안에는 여러 면역세포가 있는데, 배양이 어렵지만 암 제거 효과가 강력한 ‘NK(Natural Killer) 세포’를 배양하는 게 면역세포 요법의 핵심 기술이다. 나이 들수록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지는데, 활성도가 높은 NK 세포를 1천 배 이상 강제 배양해 몸에 주입하면 면역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원리다. 결국 세포주사를 통해 신체 기능이 활발해지고, 특히 암 억제 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면역 기능이 강화된 혈액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이뤄진다. 한 번 배양으로 2~3회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 주사를 맞듯 한두 시간 링거를 꽂고 있으면 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③ 불법 시술을 어떻게 감췄을까 </font></font>애초 암질환 치료 용도로 개발된 면역세포 주사에 대해 국내 일부 병원들은 항암 면역 기능을 크게 강화한다고 홍보한다. 만성 폐질환, 당뇨, 류머티즘 질환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면역세포 요법 주사제에 비타민제를 섞기 때문에 ‘비타민 주사’와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그런데 결정적 문제가 있다. 국내법상 면역세포 주사를 맞는 것은 불법이다. 국내에서는 알약 등의 형태로 만들어진 면역세포 치료제가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고 판매 중이다. 국내에 시판되는 치료제는 세포배양을 통한 주사 시술보다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배양 뒤 다시 몸에 투여하는 자가면역 세포배양 시술은 불법이다.
이 주사의 효능을 믿는다면 불법을 감수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익명의 관계자는 “차움의원은 보안이 완벽하다. 혈액을 전달해줄 사람만 확보하면 신분을 감추기에도 최적의 조건이다. 면역세포가 배양된 뒤에는 주사제를 통해 링거 형태의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처럼 ‘마취 공포가 있었다’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시술법”이라고 말했다.
면역세포 주사는 시술 방법이나 필요한 시설이 간소한데다, 관리 방법이 간단해 청와대 같은 보안시설 내부에서 손쉽게 쓰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주사제 형태여서 청와대에 반입하기도 쉽다. 정맥주사의 일종이어서 간호장교 등 믿을 만한 사람 한두 명과 청결한 장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시술이 가능하다.
2013년 차움의원 시절부터 박 대통령에게 비타민 주사를 놨던 김상만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박 대통령)은 약을 안 드신다. 약 대신 주사로 영양제를 맞았다. 위가 안 좋은데 위약도 안 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약 없이 하는 나 같은 의사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박 대통령의 혈액 반출이 확인된 건 2013년 9월이지만, 이후에도 청와대 밖으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최순실 이름으로 ‘대리 검사’를 했듯이, 제3의 인물 이름으로 대리 검사를 했다면 지금도 당사자들 외엔 혈액의 주인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④ 열쇠는 ‘50cc’ 대통령 혈액</font></font>대통령 혈액이 세포치료 주사에 쓰였을 가능성을 확인할 열쇠는 당시 청와대에서 반출된 박 대통령의 혈액량이다.
김상만씨 말대로, 보통의 혈액검사가 이뤄졌다면 이때 필요한 혈액량은 대개 10cc 정도다. 반면 면역세포 요법을 위해서는 적어도 50cc의 혈액이 필요하다. 관련자들은 이 혈액량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은 당시 박 대통령의 혈액 채혈·반출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간호장교에게 ‘반출된 대통령의 혈액량’을 물었으나 그는 “기억이 오래돼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답해왔다. 복지부 조사에서 당시 간호장교는 면역세포 요법 주사와 같은 방식인 정맥주사를 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움의원으로 반출된 박 대통령의 혈액량을 알기 위해 김상만씨에게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차움의원을 조사했던 강남구 보건소에도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실을 통해 ‘최순실의 진료기록부에 박 대통령의 혈액량이 기록돼 있는지’ 물었으나 “외부에서 채취된 혈액이라 혈액량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50%" align="right"><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ffffff"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fffff"><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size="4"><i><font color="#991900">1998년부터 24년간 국회의원을 하는 사이 박 대통령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15건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하나가 줄기세포 관련 법이었던 점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다.</font></i></font>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박 대통령이 불법적인 세포배양 치료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는 배경이 있다. 박 대통령이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로 보기 어려울 만큼 말끔하게 피부 관리를 하는 것이 특정 의료 시술 덕분이란 의혹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또 최근 SBS 시사 프로그램 는 ‘대통령의 시크릿’ 편에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바이오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관련 업체들이 불법으로 규정된 줄기세포 시술 합법화를 위해 주요 국회의원들에게 최고 1억원에 이르는 시술을 공짜로 해줬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노화 방지나 피로 회복 등을 위해 서울 강남 상류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시술이었다. 해당 업체는 곧바로 “SBS 시사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2010년도는 물론, 그 이전 및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에 줄기세포를 보관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2010년 국내 불법 시술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즈음 당시 박근혜 의원이 세포배양 관련 법안을 이례적으로 제출하면서 의혹의 시선은 더 짙어졌다. 실제 국회의원 박근혜는 2009년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다. 무료·불법 줄기세포 시술 의혹이 제기된 시점보다 1년 앞선 때다. 법안 공청회에서 당시 박 의원은 장문의 축사를 통해 “제대혈은 생명의 탄생과 함께 얻어지는 신비한 생명의 보고다. 의학계는 체계적으로 치료할 체계가 갖춰지고, 산업계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 활성화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부터 24년간 국회의원을 하는 사이 박 대통령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15건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하나가 줄기세포 관련 법이었던 점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 잇따라 줄기세포 관련 규제가 느슨해진 것에도 의심 어린 눈길이 쏠린다. 정부가 2014년 8월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1상 면제 범위를 이례적으로 확대한 것이나, 지난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동결 난자의 연구 사용 금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시한 일 등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⑤ 우연치곤 너무 잦은 차병원의 흔적</font></font>박 대통령의 ‘이상한 주사 시술 의혹’ 길목마다 등장하는 차병원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1년부터 차병원 계열사인 차움의원에서 비타민 주사를 맞았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최순실씨를 통해 차움에서 약을 대리 처방받고, 차움에서 근무하던 의사 김상만씨가 대통령 자문의 자격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직접 주사를 놓았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 구실을 했던 김기춘(77) 전 비서실장이 지난해 3월 이후 일본 차병원에서 5차례 면역세포 요법 치료를 받은 사실이 이동모 차움의원 원장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VIP급 전폭 할인’ 논란을 빚었다.
또한 차병원은 유독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다. 복지부가 지난 7월 차병원 계열 차의과학대학이 미성숙 비동결 난자 100개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게 대표적이다. 차병원이 공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를 2009년 이후 7년 만에 정부가 허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만씨는 “차경섭 차병원그룹 이사장 사위인 이정노 전 차움의원 원장의 소개로 최순실씨를 알게 됐다”고 밝힌 적이 있고,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은 최순실씨의 언니 최순득씨와 같은 서울 도곡동 빌라에 거주하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차병원은, 앞서 적은 것처럼, 면역세포 주사의 ‘은밀한’ 시술로 강남 소수 특권층 사이에 유명한 곳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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