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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고백, 완전 사과하라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섰던 원로 시국변호사 한승헌…

파국에 이른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언
등록 2016-11-01 18:17 수정 2020-05-03 04:28
<font color="#006699"><font size="4">1부_선택의 시간 박근혜</font>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명백히 드러난 ‘연설문 유출 사과’를 제외하면 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은 묵묵부답의 불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워터게이트’에서 리처드 닉슨의 사임에서 보듯, 잘못도 문제지만 잘못의 은폐는 더욱 결정적 문제가 된다. 은폐의 실패가 낳은 분노는 걷잡지 못한다.</font>
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산민(山民). 서민 또는 민중과 같이 있을지어다. 한승헌 변호사는 자신의 아호대로 살아왔다. 44년 전 서예가이자 금석학자인 검여(劍如) 유희강 선생에게서 받은 아호에선 ‘소외받는 계층, 불우한 사람들을 멀리하지 말라’는 깊은 당부가 느껴졌다. 일제강점기 첩첩산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해방 뒤 고학으로 법조인이 된 자신의 인생에 좌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민중의 편에 선 그는 늘 권력자와 충돌했다. 박정희 정권이 철권통치한 18년은 혹독했다. 1965년 소설 필화 사건을 시작으로 동백림 사건(1967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1974년) 등 시국사건을 맡아 법정과 구치소를 뛰어다녔다. ‘벌거벗은 권력 앞에 외롭게 서 있는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는 우군이 돼주자’ ‘우스꽝스러운 재판 현장을 후세에 알려주는 증인이 되자’는 생각으로 버틴 시절이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아무리 고마워도 나라 흔들면서 보은할 수는 없다”</font></font>

결국 1975년 김지하의 ‘오적’ 필화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정권의 협박과 회유를 거부했다가 투옥됐다. 5년 뒤인 1980년 전두환 정권에서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려 또다시 옥살이를 했다. 민주화 열망이 뜨거웠던 1986년 그가 참여한 최초의 인권변호사 모임인 정법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모태가 된다. 후배 법조인과 시민들은 그를 1세대 시국변호사, 인권변호사라 불렀다.

정권이 교체된 뒤에는 국정 운영에도 참여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헌정 초유 사태인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공동 변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50년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정권의 속살을 목격하고 기록해온 그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미증유의 권력 사유화, 반헌법적 국정 문란”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출발은 대통령이고 귀착도 대통령”이라며 문제의 현상인 최순실이 아니라 본질인 박근혜 대통령을 봐야 한다고 지목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제발 ‘누구의 딸’이라는 말 안 듣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DNA는 못 숨긴다’는 말이 나온다”며 “그건 아버지를 욕먹이는 이야기”라고도 말했다.

한승헌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10월27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 자택 근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몇 번이나 인터뷰를 거절했던 그는 “싫은 건 안 하는 게 최선이지만 어쨌든 나왔으니까 이야기를 해보자”며 입을 뗐다. 팔순이 넘은 원로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의 이중성과 허약성을 매섭게 지적하면서도 마지막 실낱같은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시나요.

기가 막히게 보고 있어요. 뭐라고 표현하든, 문자 그대로 미증유의 국난이자 국치라고 생각해요. 내가 자유당 정권 이후 지금까지 많은 정권의 부침을 경험해보고 참여도 하고 당해도 봤지만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에요. 그러니까 뭐라고 규정해야 하느냐, ‘국정 농단’이란 말은 갖다붙일 수 있죠. 국정 농단이 뭐냐면 권력의 사유화, 반헌법적 국정 문란입니다.

왜 미증유의 국치인가요.

정치라는 게, 또 국가 운영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실정도 할 수 있고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처럼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그와) 사적 친분을 가진 사람이 일대일로 딱 밀착돼서 장기적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에요. 또 하나, 국가기관 안에 온갖 비리의 예방, 적발, 제재 그리고 재발 방지 등을 위한 여러 시스템이 있는데도 그게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거. 그래서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미증유라는 거죠.

역대 정권에서 없던 일이 왜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졌을까요.

문제의 출발이나 기착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어려울 때 은혜를 입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라의 큰 기틀을 이렇게 흔들어가면서 보은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박 대통령의 정치적 빈곤은 차치하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참 덕이 없는 사람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작성과 국정 개입은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가요.

정치적 차원, 헌법적 차원, 일반 형사법적 차원에서 말할 수 있죠. 정치적 차원은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평가할 일이고. 법적으로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를 해요. 만일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면 탄핵까지 당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대통령일수록 국가 기밀을 잘 지켜야 하는데 그걸 누설했다는 의혹을 비롯해서 (이번에) 여러 실정법상 책임을 거론할 수 있죠. 그런(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을 제기할 수도 있고. 당장 기소할 수 없을 뿐이지 대통령 재임 중 위법행위가 다 면책되는 건 아니거든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하야 요구, 탄핵소추 사유는 충분하지만 </font></font>9월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자백했어요.

마침 그 시간에 기자회견을 봤는데 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 거기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대로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받았다는 정도라면 굳이 그렇게 대국민 사과까지 할 문제는 아니더라고. 그런데 대통령답지 않게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아, 저기에 표현되지 않은,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흑막이 있다’는 예감을 했죠. 그게 금방 드러났고. 대국민 사과라는 건 우선 사과의 전제가 되는 문제는 사실대로 고백하고 해야 하는데, 고백할 걸 숨기려는 하나의 작전처럼 벼락 사과를 한 것은 대통령이 패착을 둔 거죠. 그나마도 녹화된 것이었고.

사과 방송을 보고 나서 더 분노한 시민도 많았어요.

자기 할 말은 2분도 안 되게 하고 그냥 휙 돌아갔으니까. 어쩌면 저렇게 국민 앞에 두려움을 모를까 싶었어요. 그런 대국민 자세가 이번 한번이 아니잖아요. 마땅히 국민 앞에 해야 할 말을 수석비서관만 앉혀놓고 하고. 우스운 얘기지만, 남북 정권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북한에선 (참모들이) 서서 받아쓰고 남한에선 앉아서 쓰는 차이가 있더라고. 이미 다 드러난 거지만 결국 누가 써준 걸 그대로 읽어나가는 대통령의 발언은 생명력이나 진실성이 없는 거죠. 또 그런 방식이 최순실을 더 필요로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그런데 (대통령은) 국가기관으로서 많은 보좌진이 있는데 그걸 제쳐놓고 왜 사인에게 귀속되고 거기에 의지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죠.

그래서 종교니 사교니 이야기가 나오는 거겠죠.

공개적으로 얘기되지 않았을 뿐 그런 말은 조금씩 돌고 있었거든요. ‘심령대화’라는 말도 나오고.

국민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박 대통령의 부덕과 이중성, 자기를 청와대로 보내준 국민에 대한 배신, 그런 것이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하는 거죠. 그들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의 딸이란 이유 하나로 거의 맹목적으로 지지한 사람들까지 포함돼요. 역대 대통령이 가족의 비리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심지어 아들들이 구속되고 했잖아요.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걱정이 없다. 왜? 가족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가족보다 몇 배 더 끈끈한 밀착 관계로 최순실이나 그 딸이 등장하는 거 보면 굉장히 변칙적이죠. 오죽하면 대통령 모교(서강대) 학생들이 가장 먼저 (시국선언으로) 들고일어났겠어요.

박 대통령 탄핵, 하야 요구도 나오는데요.

지금 이런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느냐. 아마 사유로만 따지면 하야를 요구할 수도 있고 탄핵소추에 부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대처법이 가져오는 후폭풍이라든지 다른 혼란도 생각해야 하거든요. 우선은 ‘하야’ ‘탄핵’ 하면 시원하게 들리고 대단하다 하지만 (그걸) 할 때 하더라도 좀더 신중하게 봐야 해요, 특히 지금 사태에서는.

<font size="4"><font color="#008ABD">미운 사람 찍어내는 심술부터 제거돼야 </font></font>
시국변호사 한승헌은 자신도 시국사건에 휘말려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법정 피고인석 셋째 줄 오른쪽에 안경 낀 한 변호사가 앉아 있다. 한겨레

시국변호사 한승헌은 자신도 시국사건에 휘말려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법정 피고인석 셋째 줄 오른쪽에 안경 낀 한 변호사가 앉아 있다. 한겨레

이승만 대통령 하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직접 겪으면서 느낀 게 있으신가요.

대통령 탄핵은 헌정 이후 노무현 대통령 때 딱 한 번이었어요. 그때 우리가 걱정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정말 올바르게 헌법 정신과 법률과 국민의 소망에 맞춰서 결론을 내줄 수 있나, 그건 참 위태위태한 일이니까. 노 대통령이 탄핵에 걸린 사안도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데, 그래도 대통령을 추방해야 한다고 찬성표 던진 헌법재판관이 있었잖아요. 지금 헌재 구성으로 대통령 소추를 한다고 해서 과연 판결이 제대로 나겠나. 그 사이 국민들 사이에 분란이 생기고 (누군가) 분란을 조성하겠죠.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문제는 현 대통령 임기가 정권 말이긴 하지만 아직도 1년4개월이나 남았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어요. 대통령이 궐위하는 경우,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공백을 생각하면 법률과 재판을 겪어본 사람은 당장 뭐라고 말하기 참 어려워요. 그냥 두자는 뜻은 아니고. 대통령이 이제라도 좀더 진솔하고 사실 자체를 감추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다음에 사후책을 논의하는 것이 수습의 정도라고 생각해요. (박 대통령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봐요. 왜냐면 사태가 워낙 엄중하니까 생존 방책으로 그렇게 나올 수도 있고. 끝내 안 할 거라 보는 것은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방식이 그랬으니까요.

정치권에서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하지 않을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어요. 박 대통령이 어떤 계기로 다시 힘을 만회해 역공할 수도 있고, 또 하나는 그렇게 하고 싶더라도 나라를 다스릴 동력을 상실한 경우죠. 대통령으로서도 국정 장악, 국정 운영의 동력이 상실됐다면 사실상 이 나라는 무정부 상태, 권력 공백 상태에 빠지는 거예요. (그렇지만) 거국이란 게 여야 혼성팀으로 권력을 맡아 운영한다는 건데, 글쎄 어떨까 싶고. 아니면 내각 구성을 거국적으로 안 하더라도, 국민과 시민사회 등 각계가 힘을 합쳐 위기를 넘기는, 국가적인 기구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겠죠. 가령 대통령 빼고 정부를 재구성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거죠. 우리가 장관직을 1년 하면 길다 그러는데, 아직 1년4개월 남았으니까.

청와대 참모와 장관이 바뀐다고 달라질까요.

(이번에 보면) 문제를 간파하고 견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어요. 가장 대표적인 게 검찰, 또 (검찰 출신)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까지. 나도 검찰 출신이지만 이건 검찰이 백번 잘못한 거예요. 정권의 하수인처럼 권력자의 눈치를 봐서 수사를 하고 안 하고, 강약을 조절하고. 중요한 건 검찰이 중립성을 지켜서 본래 임무에 나서려 해도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거기에 꼭 보복을 했다는 거죠. 예컨대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여러 비위를 캐내려 했을 때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생활 문제로 찍어냈잖아요. 미운 사람은 어떻게든 찍어낸다는 대통령의 심술을 제거해야 돼요. 모든 문제는 A에서 Z까지 대통령에게 있는 거예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아버지 욕먹이는 딸 </font></font>우리는 최순실이 아니라 박 대통령을 봐야 하는 거네요.

그렇죠. 물론 최순실, 그 사람도 왜 문제가 없겠어요? 그래도 출발은 대통령이고 귀착도 대통령이지. 거짓말하고 남 탓 잘하고 싸움 잘 걸고. 이건 대통령이 해선 안 되죠. 반대로 대통령은 보듬고 포용해야 해요. 나는 예전에도 박 대통령이 제발 ‘누구의 딸이니까’라는 말은 안 듣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역시 DNA는 못 숨긴다고 그런 얘길 하는 사람들 있거든요. 그거 아버지 욕먹이는 이야기예요. 또 고아가 돼서 고생도 많이 했다지만 그렇게 고생 안 한 사람도 없지요. 그리고 청와대에서만 있었다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비극을 체험했으니 거기서 교훈을 얻을 만하거든요. 근데 그걸 참…. 불행한 거죠.

특검을 하면 진실이 드러날까요.

전례로 봐선 특검은 그냥 수세에 몰린 쪽의 시간벌기로 끝나기 쉬워요. 내가 예언자라서가 아니라 경험에 비춰서 그래요. 그 사람(특검)도 대통령이 임명하잖아요. 어찌 보면 지금 대통령이 내사를 받거나 피의자인데, 피의자가 검사를 임명하는 거랑 똑같거든요. 그렇게 해서 임명받은 특검이 얼마나 모든 것을 무릅쓰고 하겠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국회 국정조사라는 것이 의원들 책상 치고 고함 지르는 거라서 유치하기도 한데 그나마 지금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병행하는 방법이 어떨까 싶어요.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날, 경찰이 국면 전환용으로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을 강제 집행할 거란 소문이 돌기도 했어요. 법원이 영장을 다시 발부할까요.

내가 영장을 보지 못했지만 그때 법관의 심정은, 사인에 대해 서로 다투고 있으니까 차라리 유족의 협의하에 부검을 하는 게 사태 안정에 도움이 될까 생각할 수도 있었다고 봐요. 그래서 전례없이 유족과 협의를 조건으로 붙인 거지. 그렇게 해도 끝내 안 됐으면 영장을 (이제 다시) 안 내야죠. 부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인을 밝히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어렵지 않은 걸 자꾸 어렵게 만들려고 ‘빨간 우의’ 입은 사람을 내세우고, 무슨 병사 진단서를 내세우는 거고.

<font size="4"><font color="#008ABD">국정 농단 사태와 개헌은 별개 </font></font>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기억될 거 같나요.

민주헌정 체제에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정권이라고 봐요. 특히 그의 제왕적 기질은 사람들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위기의 불씨도 거기에 있습니다. 에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두려워하기만 하면 윗사람이 위태롭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패닉 상태에 빠진 시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웃음) 묘약 처방은 할 수 없어요. 우선 대통령이 지금처럼 입 다물고 청와대에 다시 숨어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풀릴 수 없고요. 그렇게 되면 진짜 하야 압박밖엔 남을 게 없고요.

국정 농단을 막으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나는 조금 생각이 달라요. ‘87년 체제’가 생명을 다했다 하는데, 지금 헌법 어디가 나빠서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나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정도라면 몰라도 ‘5년 단임제가 수명을 다했으니 4년 중임제 하자’는 건 정말 아니에요. 그게 무슨 장점이 있나요. 오히려 4년 집권한 사람이 더 하고 싶어서 집권하자마자 다른 예상 주자들 견제하고 억제하고, 그럼 또 끌어내리려 싸움하고 레임덕(권력 누수)도 자주 오고. 정치적 혼란만 더 와요. 지금 헌법이 30년 수명을 누린 것은 다 그럴 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font color="#008ABD">정리</font> 강남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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