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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부끄러움을 고백하라

등록 2013-02-01 14:38 수정 2020-05-02 19:27
2011년 10월2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경기도 여주군에서 열린 4대강 새물맞이 기념행사에 앞서 이포보 공도교를 걷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지역주민 등이 함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1년 10월2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경기도 여주군에서 열린 4대강 새물맞이 기념행사에 앞서 이포보 공도교를 걷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지역주민 등이 함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큰 공사를 또 대강대강 하여 유명무실하게 하면 몇 해 안 가서 그저 시끄럽게 굴면서 비용만 허비하고 만 것으로 됩니다. 그러니 물줄기를 어디로 돌리고 모래와 흙을 어디로 치워야 하겠는가를 각별히 강구하여 기어코 보람이 있게 하라는 뜻으로 분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종 2년(1865) 의정부(議政府)에서 개천 하나를 파내며 왕에게 아뢴 내용이다. 왕은 윤허했다.

망해가던 왕조의 신료와 임금조차 도랑 하나 내는 일의 어려움과 그만큼의 신중함을 알았다. ‘녹색 뉴딜’이라는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이 들었다. 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3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제와 생태와 홍수와 가뭄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했다. 외국에도 사업 경험을 팔겠다 한다. 2013년 1월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허황한 발상에서 시작된 4대강 사업을 빼놓고는 MB 정부 5년을 논할 수 없다. 지난 5년 그들이 내놓은 정책과 발언들을 좇아가며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MB 정부=4대강 정부’였다는 환멸이었다. 대통령과 여당,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환경부 장관, 공기업 등이 모두 달라붙었다. 모든 정책에 앞서 4대강이 있었다. 그들은 선거로도 심판받지 않았다.

영혼이 없다는, 깃털같이 가벼운 공직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지위와 훈장을 챙겼다. 4대강 사업에 간여한 고위 공무원부터 실무 사무관까지 자신의 자리가 가진 책임을 느끼는 이는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진작에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알렸다가 징계·해임당한 김이태 같은 이는 독립운동이라도 했다는 말이 된다. 관련 부처들은 4대강 사업으로 훈장을 받은 1240명 명단 중 대부분을 ‘개인정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남모르게 주는 상이라니 ‘미담’이다.

어느 시대건 권력과 돈과 지위 욕심에 자신의 학문 지식을 넘기는 교수·학자·전문가들은 있기 마련이다. 4대강 사업 주변에도 사업 논리를 적극 옹호하고, 더 나아가 편의적 잣대로 객관적 상황을 왜곡해주던 전문가들이 4대강 녹조처럼 창궐했다. 대학교수와 연구원이라는 그럴듯한 직함으로 신문 칼럼을 쓰고 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런저런 자리를 이들에게 주었다. 선거판과 명령에 흔들리는 정치인·공직자보다 더 나쁜 이들이다.

이들 모두에게 이 거대한 사기에 대한 채무 각서를 받아내려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원 오브 뎀’(one ofthem)에 불과하다. 그 역시 첫머리가 아닌 자기 이름값 정도의 순서에 들어가 마땅하다.

인명사전은 사전(辭典)이라 쓰지 않는다. ‘事典’이다. 의미와 어원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의 행적을 모아 배열하면 그뿐이다. 사전은 읽지 않고 보는 것이다. 기억해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 펴보라는 얘기다. 177명의 이름이 담긴 ‘4대강 죽이기 인명사전’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름이 빠졌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추후에 다시 채워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이, 없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4대강 죽이기 인명사전’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으로 돌아선 2008년 5월22일 이후 주요 관련자들의 발언과 행적을 찾았다. 뉴스 스크랩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중앙 일간지, 경제지, 지역 신문, 전문지, 주간지, 월간지, 인터넷 언론사, 방송사 등의 기사·칼럼 등을 검색했다. 데이터베이스, 정부 정책포털 도 활용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시민단체에서 2009년과 2011년에 작성한 4대강 사업 찬동 인사 인명사전이 큰 도움이 됐다.

① 이름(나이) ② 주요 경력 ③ 4대강 관련 포상 ④ 4대강 관련 행적

인명사전 : 정치인 | 공직자 | 전문가 | 사회단체,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이름들

브레이크가 망가진 정부의 4대강 속도전은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북 의성군 단일면 낙단보 건설 현장. 육상 준설 작업을 할 때는 흙탕물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임시 물막이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생략한 채 강바닥의 흙과 모래를 마구 퍼내는 바람에 낙동강이 온통 흙탕물로 바뀌었다. 2011년 6월. 낙동강 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브레이크가 망가진 정부의 4대강 속도전은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북 의성군 단일면 낙단보 건설 현장. 육상 준설 작업을 할 때는 흙탕물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임시 물막이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생략한 채 강바닥의 흙과 모래를 마구 퍼내는 바람에 낙동강이 온통 흙탕물로 바뀌었다. 2011년 6월. 낙동강 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쟁점1물살에 파이는 바닥
감사원은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1개의 내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천의 물살을 견뎌 보의 지반을 보호하는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을 관련 기준에 따라 깊고 길게 설치하지 않아, 부분적으로 깎여나가는 세굴 현상이 15개 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합천·창녕보의 경우 물받이공이 유실된 넓이가 3800m²에 이르고, 창녕·함안보는 20m 깊이까지 침식됐다는 실측 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런 결함이 수치·수리 모형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물살의 속도를 늦추려면 물높이 등 물리적 조건을 최대한 검증해야 했지만, 이 과정을 누락해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는 세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보의 안전성과 큰 상관 없는, 자연스럽고 일시적인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물살의 흐름이 급격히 바뀐 완공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 본체는 암반 위에 자리잡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굵은 강철 말뚝(시트파일)을 보 양쪽으로 깊이 박아둬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 역시 이미 보완했거나 보완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대안1물살 속도를 줄여라
세굴 현상은 수차례 지적된 문제였다. 민주당과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의 강 조사단’은 4대강 사업이 완공 단계에 이른 2012년 2월께 전국의 4대강 보를 방문해 현장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당시 조사 활동 자체를 방해했다. 국토해양부의 지시를 받은 시공사 직원들이 수심을 측정하려고 조사단이 띄운 보트를 들이받는 등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 당시 생명의 강 조사단 관계자들의 증언이었다. 국토해양부는 당시 수차례에 걸친 세굴 현상 지적에 대해 “대규모 세굴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해명만 거듭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한 차례 보강 공사를 실시한 보에서도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다시 깎이는 재세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보의 안전성을 판정할 수 있는 수중 조사와 모델 실험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물살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는 시설(감세지)을 추가하고, 더불어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을 넓고 깊게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발간한 ‘4대강 준공 대비 특별점검 보고서’도 “(보에서 떨어지는 물의 낙차 에너지를 낮출 수 있는) 에너지 감세 시설의 설치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쟁점2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보
4대강 16개 보의 안전성 미비는 애초에 설계 자체가 잘못된 탓이 크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4대강에 설치된 보는 높이가 4~12m에 달해 국내에서는 처음 만들어지는 시설물이었다. 따라서 감세지 등 시설을 충분히 깊고 길게 설치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4m 이하 농업용 보 시설 등에 적용되는 ‘하천설계기준-보편’에 따라, 유속 감소 시설 없이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만 설치했다. 애당초 4대강 물줄기를 막을 정도의 설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세굴 현상 등을 포착했을 때 모형 실험 검증 뒤 유속 감소 시설을 설치하는 등 근본적인 보강이 필요했음에도, 이런 조처 없이 그저 깎이고 있는 바닥보호공만 막연히 연장하는 등 ‘땜질 처방’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해 8~9월 이미 보수 공사를 마친 11개 보 가운데 6곳에서 다시 세굴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는 보 자체의 설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했고, 세굴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보강 공사로도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안2새로운 관련 규정
보의 설계 기준이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다. 전력 생산·수자원 보호 등을 목적으로 대규모 물막이를 하는 댐과 달리, 보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지방 하천에 부분적인 물막이를 하는 수준의 시설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4대강에 설치된 보들은 기존 기준이 적용되기 어려운 대규모 시설물이다. 4대강 보의 막무가내식 공사는, 규정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법의 공백 상태’를 틈타 이루어진 ‘속도전’과 다름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하천 설계 기준’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보의 시설물 규모 등에 따라 설계 및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치·수리 모델 실험 등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도 요구한다.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을 다시 까는 정도로 땜질 처방된 보에 대해서도, 상세한 기술적 원인을 먼저 분석해 유지·관리 매뉴얼이 작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물받이공의 유실 범위가 가장 넓은 합천·창녕보에 대해서는 보를 바닥에 고정하는 강철 말뚝(시트파일) 부위의 보강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문 높이를 조절해 상·하류 수위의 낙차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쟁점3갈라지는 구조물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의 세굴 현상뿐만 아니라, 보 구조물 자체의 안전성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전국 16개 보 가운데 6개 보에서 3783m에 이르는 균열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또 여주보 등 13개 보에서 수중 콘크리트 구조물의 표면이 벗겨지거나 깨져 철근이 노출되는 등 결함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9개 보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돼 보수 작업을 완료했지만, 창녕·함안보 등 6개 보에서는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고 밝혔다. 보의 본체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적 역시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 자체의 안전성에는 전혀 결함이 없고, 일부 나타나는 균열과 누수 현상은 콘크리트 등 공사 원자재의 특성 탓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대안3파이핑 현상 조사부터
민간 전문가들은 균열과 누수 현상이 보의 안전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결함은 아니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대신 전문가들은 지반과 강철 말뚝(시트파일)의 연결 부위 균열과 파이핑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핑 현상은 보의 주변 지반을 통해 물이 흘러나가는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보의 설계 부실과 바닥보호공 등의 손상은 통상 50년으로 추산되는 보의 수명을 조금 단축시키는 수준이지만, 파이핑 현상이 발생하면 빠르면 수년 안에 붕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한하천학회 등은 낙동강 유역의 7개 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이 물살에 깎이지 않고 원형 그대로 가라앉은(침하) 형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파이핑 현상으로 지반이 약화돼 강바닥이 무너져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사원이 조사하지 않은 파이핑 현상의 유무를 가장 시급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면 지반을 콘크리트와 에폭시 등으로 메우거나, 심한 경우 보를 헐고 재자연화하는 대안의 선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현웅 기자 한겨레 경제부 goloke@hani.co.kr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금강새물결 세종보 개방 축제 한마당’ 행사가 열리는 동안 밭에 나온 마을 주민이 세종보를 보고 있다. 2011년 9월. 한겨레 김태형 기자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금강새물결 세종보 개방 축제 한마당’ 행사가 열리는 동안 밭에 나온 마을 주민이 세종보를 보고 있다. 2011년 9월. 한겨레 김태형 기자

쟁점4녹조라테
4대강 사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수질 살리기였다. 환경부는 4대강 유역에서 ‘수영이 가능한 좋은 물’(하천 2급수) 기준에 도달하는 권역이 76%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2012년까지 86.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수질 예측 모델링 및 수질 개선 대책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4대강에 보가 설치되자 물이 고여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여름 4대강에 번졌던 ‘녹조라테’ 현상에서 보듯, 하천의 부영양화 경향이 크게 나타난 셈이다. 감사원도 이 사실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기존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의 하천 수질 기준인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만 적용해 4대강 가운데 86.3%가 수질 목표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류 농도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을 적용했을 때 목표 달성률은 37.5%에 불과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조류 농도와 COD는 호수 등 고인 물에 적용된다. 환경부가 보에 가로막혀 상류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물을 공사 이전과 똑같이 적용한 채 ‘수질이 좋아졌다’는 주장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적극적 수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보로 가로막혀 있다고 하더라도 물이 아예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호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대안4수질예보제
먼저 조류경보제 발령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녹조라테’가 상수원까지 오염시켰음에도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이는 조류경보제의 기준이 낮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행 조류경보제는 조류 농도와 독성을 가진 남조류 세포 수 기준을 정해 두고 둘 모두 기준치를 넘어설 때만 주의보 등 경보를 발령하도록 하고 있다. 또 상수원 지역인 보 근방에서는 오히려 조류경보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남조류 세포 수 또는 조류 농도 둘 중 하나만 기준치를 넘어도 조류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강 보가 위치한 상수원 지역에 적용되는 수질예보제는 2012년 4대강 사업 완공을 앞두고 대폭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영 금지를 권고하는 기준(50mg/m²)과 국내 호수에서 수영을 자제하도록 하는 기준(25mg/m²)보다 완화된 70mg/m² 이상일 때만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결국 조류 발생에 일찍 대응하기 힘든 규정을 만들어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조류 직접 제거 및 부영양화 저지를 위한 예산을 미리 확보해두고 효과적인 시설물과 약품 등을 사전에 검증해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쟁점5200년 빈도 홍수 대비 준설
과도한 준설로 유지·관리비가 대폭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천 설계 기준’을 보면 준설 계획은 홍수시 배수 능력과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해 검토하도록 돼 있다. 홍수가 일어나면 큰 피해가 예상되는 도심지에서는 20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100년 빈도의 홍수에 견딜 정도로만 준설하면 된다. 나름의 기준으로 준설 비용을 아끼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강 폭이나 바닥 경사 등을 고려하지 않고 4대강의 모든 권역에 200년 빈도의 홍수 기준을 적용했다. 무차별적인 준설을 강행했고, 이에 따라 준설 비용만 낭비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더구나 마구잡이 준설은 재퇴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감사원은 창녕·함안보 구간에 최소 수심 6m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356억원을 들여 강바닥을 퍼냈지만 재퇴적으로 준설 효과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물을 따라 다시 쌓이는 퇴적물을 퍼내는 데 앞으로도 2880억원 정도의 유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조사 결과였다. 국토해양부는 강바닥을 퍼낸 만큼 수자원을 확보했다고도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이런 항변 역시 반박했다. 4대강 본류의 물 부족량은 1억6천만m²에 불과한데 준설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이보다 훨씬 많은 8억m²의 수량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추가 확보한 수량은 ‘비상용’으로 분류돼 있다.
대안5더 이상 모래 파내지 말아야
재퇴적 현상에 대해서는 단순한 대안이 제시된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 없이 준설 계획을 만들어 또다시 강바닥을 퍼내지 말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적과 경제 효과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준설해야 하는데,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파헤치다 보니 ‘필요 최소 준설 계획’을 턱없이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퇴적 현상을 고려해 추가 준설만은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국토해양부가 만들고 있는 중·장기 수자원 전략인데 4대강 이후로 그 뼈대가 많이 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홍수를 어쩔 수 없는 재해로 보고 적극적인 물 수요 관리와 탄력적인 수해 방지 대책을 중심에 뒀다. 반면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2011년부터는 도서·산간·벽지 등에 수자원을 공급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댐 건설 계획 위주로 계획을 잡았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정책위원은 이렇게 제언했다. “현재 우리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4대강 사업을 사후 관리하는 방향으로 재편돼 있다. 재퇴적하는 강바닥을 계속 준설하는 것도, 굳이 필요없는 물을 애써 가둬두는 것도 모두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다. 친자연적인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노현웅 기자 한겨레 경제부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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