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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 장착 핵탄두 기술 확보?

등록 2013-02-25 15:36 수정 2020-05-03 04:27

이른바 ‘북핵 위기’가 시작된 것은 1993년이다.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1994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과 2·13 합의(2009년), 북-미 2·29 합의(2012년) 등 위기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마다 가까스로 협상이 성사됐지만 위기의 뿌리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그 20년의 세월 동안, 북쪽은 꾸준히 핵 능력을 키워왔다.
핵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확보하는 데 최대 장애물은 탄두의 재료가 되는 핵물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정 국가가 확보한 핵물질의 규모 자체로, 그 국가의 핵무장 수준을 가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핵물질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얻는 ‘무기급 플루토늄’(Pu-239)과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고도로 농축한 우라늄(HEU) 2가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보면, 핵탄두 1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플루토늄은 약 8kg, HEU는 약 25kg이다. 북한은 얼마나 많은 핵물질을 확보하고 있을까?
“북, 핵탄두 4~7기 만들 플루토늄 확보”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한 통로는 1986년 영변 핵시설에서 가동에 들어간 5메가와트(MW)급 원자로다.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했다가, 2003년 기본합의 파기와 함께 이를 재개했다. 북한이 다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한 것은 2009년 2·1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한 이후다.
핵무기 전문가인 지그프리트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2010년 노틸러스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1986~94년, 또 2003~2009년 북이 확보한 무기급 플루토늄은 40~60kg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선 두 차례 실험에서 북한은 플루토늄을 사용했다. 각각 6kg씩 핵물질을 사용했다고 보면 여전히 5~8기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2012년 2월29일 ‘기술적 측면에서 본 북한의 핵무기’란 보고서에서 엇비슷한 추정치를 내놨다. CRS는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은 30~50kg으로 추정된다”며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각각 6kg씩 플루토늄을 소비했을 것으로 보면, 지금도 4~7기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HEU를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때는 2002년이다. 이듬해 북쪽이 IAEA 사찰단을 추방하며 격화한 ‘제2차 북핵 위기’의 뿌리도 HEU다. 애초 HEU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북쪽은 2010년 11월 미국 민간대표단에 영변 핵시설에 설치한 원심분리기 등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바 있다. 헤커 교수는 당시 방북 이후 내놓은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에만 원심분리기가 약 2천 대 설치돼 있다”며 “이는 한 해 90%까지 농축한 (무기급) HEU 40kg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핵무기는 핵물질로 만든 탄두와 이를 날려보내는 운반 수단,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로 이뤄진다. 지난해 12월 은하 3호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초보적 형태’나마 운반 수단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문제는 남아 있다. 대기권을 벗어난 탄두가 재진입하려면 막대한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재진입에 성공하더라도, ‘목표물’에 정확히 가닿으려면 탄도를 정밀하게 유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3차 핵실험 ‘실체’ 파악 어려워
3차 핵실험의 ‘실체’를 외부에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으로선, 북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다. 짐 월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는 지난 2월12일 과 한 인터뷰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점을 전세계에 선전하는 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의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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