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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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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실종시대를 산 30대, 강한 동기가 필요해

정치에 관심 높은 야권 지지자 8명 방담… 현대사에서 중요한 국면의 선거, 이들이 원하는 출발 신호는 떨어지지 않아
등록 2012-11-08 18:50 수정 2020-05-03 04:27
제935호 표지2_표

제935호 표지2_표

‘열혈 30대’의 토론은 뜨거웠다.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겼다. “나의 정치적 행위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이들은 언뜻 무력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면 뛰어나갈 ‘준비된 유권자’들이었다. 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지난 10월30일 좌담회를 통해 30대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바라는 것을 들어봤다. 야권 지지자 8명이 참여했다. 진보 성향으로 변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30대의 투표율이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는 사정을 고려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품은 이들을 통해 정치가 30대에게 응답해야 하는 이유와 내용을 찾아보려 했다. 실명 공개를 원치 않는 이가 일부 있어 모두 가명 처리했다. 후보 단일화는 전제 조건에 불과했다. 이들이 원하는 출발 신호는 아직 울리지 않았다.


"안철수는 10점일 수도 100점일 수도 있고, 문재인은 잘해야 60점, 못해도 50점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시대정신은 안철수란 생각이 든다."-장석재

"많은 사회문제의 시발점은 정치인·재벌·검찰·사법부 같은 견고한 기득권인데, 문재인이 칼을 빼들고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고애란

"후보자 개인과 당이나 세력을 따로 놓고 판단하는 건 팬덤이다. 대선은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문재인과 민주당을 통으로 봐야 한다."-오민규

망설이다 진보에 손 든 사람들

한귀영 한겨레사회여론연구소 연구위원(사회) 자기소개를 해달라.

강현욱(39·이하 강): 대기업 경제연구소, 정보통신회사 등에서 일하다 몸이 아파 쉬고 있다. 대학 시절 짱돌도 던졌다. 이번 대선에서 제일 좋은 구호가 ‘안도 좋고 문도 좋다’다.

이성희(30·이하 이):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다. 내 또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비정규직이 된 뒤 정치에 관심 갖게 됐다. 지지 후보는 보류 상태다.

고애란(34·이하 고): 사립대 조교다. 20대를 민주정부 10년에서 보냈다. 그때는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문재인을 지지한다.

송이현(36·이하 송): 학생운동이 거의 없는 시절에 공대를 다녔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문에 전공을 버리고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치에 무덤덤했는데, 이명박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 문재인 지지자다.

박하나(36·이하 박): 부동산업계 직원이다. 노무현 탄핵 때도 ‘그런가 보다’ 하던 무관심파였다. 집에 환자가 생기고, 친구가 이혼 뒤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걸 보곤 정치와 생활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문재인·안철수 둘 다 좋다.

최중혁(32·이하 최): 정치인들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여겼는데, 하니TV의 팟캐스트 를 들으며 포기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변한 건 희망버스를 타면서부터다. 안철수를 지지한다.

오민규(38·이하 오): 1인 자영업자다. 학부제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다. 94학번부터 99학번까지 과 이름이 다를 정도였다. 파편화하고 개인주의화하는 과정을 일찍 경험한 것 같다. 문재인을 지지한다.

장석재(34·이하 장): 20대 때 학생운동을 오래 했고, 잡지사에서 일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멘붕’이 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접었는데, 팟캐스트 를 들으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안철수 지지다.

사회: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20대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여성들은 30대 생활인이 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스스로 ‘나는 진보’라고 생각하는가.

: 보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진보 쪽으로 경도됐다. 이놈의 세상이 그렇게 만들더라. 가치를 보존하는 게 보수고 바꾸자는 게 진보인데, 지금 세상은 마음에 안 들어 바꾸고 싶으니 진보일 수밖에 없다.

: 망설이다가 진보에 손을 들었다. 나는 확 진보적이진 않다. 새누리당을 보수, 야권을 진보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에는 보수라는 말이 아깝다.

: 나에게 진보라고들 말하는데, 나 스스로는 보수라고 생각한다. 변화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우리 사회는 그런 가치가 무엇인지 따지는 게 아니라, 진보냐 보수냐 편 가르기를 한다. 그래서 나를 규정하는 데 혼란을 겪는다.

: 보수냐 진보냐 묻는 게 촌스럽고 구리다. 선배들이 갈라놓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거다. 지금 대한민국은 먹고사는 문제에 절어 있다. 30대는 컴퓨터를 갖고 산 세대다. 컴퓨터를 통해 많은 매체를 접하고 지식을 얻고 있다.

: 안철수에게 보수냐 진보냐 물었을 때 그는 상식인지 비상식인지를 본다고 얘기했다. 좌우를 떠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 젊은 세대에게 반향을 줬다.

[관련 영상]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안철수의 정체성은 반대급부

사회: 정치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뭔가. 어떤 방식으로 정치 참여를 하고 있는가.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롭고 비참하게 가신 뒤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쾌유를 바라는 댓글 700개를 책으로 만들어 드렸다. 어찌어찌 이희호 여사님을 만나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젊은이들이 DJ가 이뤄놓은 인터넷 덕분에 오해를 풀게 됐다”고 말씀드렸다. 매년 추도식 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 20대 때는 사회활동에 관심이 없었고, 처음 시위를 나간 게 노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였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지만 활동까지 하진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싫어서 뉴스를 안 보고 살았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이 심했다. 를 들었고,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도 가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4·11 총선 이후 기가 꺾인 게 사실이다. 문재인 펀드에 참여했다.

: 전공·직업과 관련 있는데, 노동 과정 속에서의 민주화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공간이 정치의 공간이자 경제의 공간이고 투쟁의 공간이다.

사회: 30대에게 이번 대선은 어떤 의미인가. 후보 얘기를 해보자. 안철수에게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

: 안철수는 기존 패러다임을 극복하려 한다. 정당은 없지만 시민정치력이 커지는 시점이라 가능할 것 같다. 문재인도 훌륭한 분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

: 안철수는 10점일 수도 100점일 수도 있고, 문재인은 잘해야 60점, 못해도 50점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시대정신은 안철수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재현을 바라는 건 아니잖나.

: 민주당은 충분히 바꾸고 고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4월 총선 때 하는 걸 보고 학을 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시민을 위에서 내려다본다.

사회: 안철수가 출마한 뒤 기대감이 달라졌나. 높아졌다 1명, 떨어졌다 4명인데, 왜 그런가.

: 실생활에 정치가 적용돼야 한다.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안철수의 ‘마음 놓고 결혼할 수 있는 나라’였다. 육아·출산·주택·의료 문제까지 한 문장 안에 다 들어 있다.

: 나는 기대감이 줄었다. 안철수의 말은 모호하다. 마음 놓고 결혼할 수 있는 나라라는 말은 좋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이 없다. 집값이 유지돼야 한다는 발언에도 실망했다. 통계청 기준 상위 30%에 드는 맞벌이인데도 집을 못 산다.

: 안철수가 나오기 전에는 큰 변혁이 일어날 듯했는데, 정책을 내놓는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 빨리 정책을 내놓고 누구를 지지할지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특히 30대 초반 여성들은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준다는 약속 없이는 투표장에 안 간다. 누가 실질적인 해답을 줄지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아무에게도 못 들었다.

: 안철수는 자기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정치로 관심을 끌어주는 게 이번 대선에서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괜찮은 사람들, 민주당 패러다임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들이 안철수 옆에 포진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 안철수의 정체성은 반대급부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치고 상처받은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 비상식적인 사회 때문에 상식적이고 소통 패러다임을 적극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초점이 잡히며 지지층이 만들어졌지만, 인적 자원이나 풍부한 역량을 갖고 국가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 ‘안철수 지킴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고향 친구들에게 정치 얘기를 하면 왕따를 당했다. 안철수가 정치인으로 부상하니까 친구들이 아주 좋아하더라. 나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크지만, 정치적 정당성이나 가치를 갑자기 튀어나온 안철수가 구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경직돼 있는 것 같더라. 사람들은 자기 삶 속에서 판단하는데, 나는 여전히 운동권, 전통적 윤리관 같은 걸로 정치를 바라본 게 아닌지. 안철수는 대중의 요구에 민감하고, 그렇게 탄생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개인적 결함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문재인으로 넘어가보자.

: 대통령감이다. 많은 사회문제의 시발점은 정치인·재벌·검찰·사법부 같은 견고한 기득권인데, 문재인이 칼을 빼들고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 인권변호사로 살며 사회적 약자에게 보여준 관심도 많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믿는다.

: 나도 비슷하다. 문재인 지지자라고 민주당을 ‘쉴드 치고’ 싶진 않다. 민주당은 문재인의 약점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문재인을 민주당과 싸잡아 공격하는 게 싫다.

: 후보자 개인과 당이나 세력을 따로 놓고 판단하는 건 팬덤이다. 대선은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문재인과 민주당을 통으로 봐야 한다.

: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지만, 문재인이 단일 후보가 돼도 찍을 거다. 집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박근혜가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일을 더 할 수 있다. 안철수의 역할도 있다. 왼쪽으로 찍힐까봐 선뜻 나서지 못한 사람들이 나설 수 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하나라도 더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안철수와 민주당의 역할이 다 있다. 그래서 안철수와 그 지지자, 문재인과 민주당, 이 넷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젊은 층은 지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투표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잖나. 야권 지지층 가운데 나이 많은 분들은 문재인 지지가 더 많은데 이들은 꼭 투표하는 층이다."-송이현

"수를 줄여 비용을 줄이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건 경제적 논리다. 최고경영자 출신이 사회나 정치를 바라보는 한계를 단편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이성희

"평소 투표 안 하던 사람들도 서울시장 선거 때 투표하고 치킨·맥주를 먹으며 월드컵 보듯 개표방송을 봤다. 축제 같은 문화도 필요하다."-박하나

30대 방담에서 참석자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의 역정, 의 통쾌함,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 등을 꼽았다. 2002년 ‘진짜 희망돼지’를 안고 있는 노무현 대선 후보, 2011년 12월 ‘나꼼수’ 행사에 모인 젊은이들, 지난 8월 경찰청 치안상황실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 이정우 기자, 김정효 기자, 청와대사진기자단

30대 방담에서 참석자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의 역정, 의 통쾌함,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 등을 꼽았다. 2002년 ‘진짜 희망돼지’를 안고 있는 노무현 대선 후보, 2011년 12월 ‘나꼼수’ 행사에 모인 젊은이들, 지난 8월 경찰청 치안상황실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 이정우 기자, 김정효 기자,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이긴다 4명, 안철수 이긴다 7명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한 남성 참석자가 “원치 않지만, 박근혜 당선도 대한민국 역사에 굉장한 일이다. 여자니까”라고 말하자, 여성 참석자들은 “어유, 그건 아니에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상관없다’(4명)는 답변이 많았다. 지지 후보가 아닌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이탈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아름다운 단일화’가 전제였다.)

사회: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에서 문재인이 이길 것 같은가. (4명이 손을 듦.)

: 갸우뚱하는 건 투표율 때문이다. 젊은 층이 그나마 정치에 관심 갖게 한 것이 안철수다. 문재인이 지닌 힘은 그보다 덜하다.

: 젊은 층은 지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투표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잖나. 야권 지지층 가운데 나이 많은 분들은 문재인 지지가 더 많은데 이들은 꼭 투표하는 층이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지지율에는 거품이 있다.

: 누가 되든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정책 대결이든 경쟁이든, 정책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그 안에서 양보든 통합이든 해야 한다.

사회: 박근혜-안철수 맞대결에서 안철수가 이길 것 같은가. (7명이 손을 듦.)

: 문재인 단일화에 위험 요소가 더 많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중도와 젊은 층이 투표장으로 가냐 안 가냐의 문제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형태로의 단일화가 아니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집권 이후를 생각하면 세력 기반을 가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낫다. 대선 당일에는 안철수가 유리할 수 있지만, 집권 이후의 안철수는 불안하다.

사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안철수의 민주당 입당 문제와 상관없이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 안도 좋고 문도 좋다는 이유는 지금 사회 분위기가 ‘안티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기성세대, 기존 질서, 보수, 이게 한 덩어리다. 그래서 단일화만 하면 이길 거라고 본다. 만약 안철수가 입당한다면 민주당이 전국당, 정책정당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고, 안철수가 입당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 틀 안의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므로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날 거다.

[관련 영상] '투표하라 1997'··· 30대 표심 심층분석


결국 사회복지 문제

사회: 안철수의 정치 혁신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5명은 실망했다, 3명은 답변 유보.)

고: 안철수가 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대중의 요구가 늘 옳은 건 아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급히 만든 것 같다.

: 반대하는 사람 모두 기득권은 아닌데, 안철수는 왜 싸잡아 기득권이라 하는지….

: 이 부분에서는 안철수 지킴이가 되기 힘든데. (웃음) 그럼에도 찬성이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의미 있다고 본다. 정치의 효능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정치의 역할이 커야 하고, 그래야 시장이 견제된다고 생각하지만, 대중 수준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철수는 정치권이 위기감을 갖고 자기 역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거다.

: 수를 줄여 비용을 줄이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건 경제적 논리다. 안철수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인데 경제적 관점으로 사회나 정치를 바라보는 한계를 단편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사회: 30대의 투표율이 윗세대에 비해 낮다. 정치적 발언권을 가지려면 이념 지향과는 별개로 좀더 참여가 필요할 듯하다. 우선 투표율이 낮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얘기해보자.

: 경제적으로 힘들다. 나도 힘드니까 정치 뉴스가 나오면 리모컨을 돌려서 웃긴 것만 찾게 된다. 해답은 김어준이 아닐까. 문화에 스며들어서 즐겁게 하는 것.

: 그렇다고 투표율이 오르진 않았다. 정치에 관심은 많은데 투표는 안 하는 ‘입 진보’가 많다. 뭐가 옳고 그르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어떤 사람인지 얘기하면서도 실제 투표율은 오르지 않아 패배감을 느꼈다.

: 살기 힘든 게 직접적 원인이다. 아이 낳을 생각에 겁부터 난다. 아이만 낳으면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다. 아이 보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투표하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사회복지 문제다. 시민정치, 근현대사 교육도 필요하다.

: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진보적 이야기를 하는데, 투표율은….

: 트위터 안 하는 사람도 많다. 그 안에서 착각하는 건 위험하다.

: 트위터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투표하러 간다. 그곳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생활 현장에 있다.

: 투표는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특별히 의욕이 생기지 않으면 귀찮고 가기 싫어진다. 4·11 총선이 대표적이었다. 젊은 층 투표율이 낮다고 비판하는 건 부당하다. 낮은 게 오히려 당연하다. 이전 세대 사람들은 경험 속에서 투표를 많이 했지만, 지금 30대는 1997년 IMF 이후 정치가 실종된 사회에서 살았다. 사회가 이미 다 정해져 있고, 신자유주의 경쟁과 개인주의가 계속됐다. 내 정치적 행위가 그 흐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조금도 경험해보지 않았다.

사회: 정치가 그런 30대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까.

: 민주당 현수막에 ‘노인연금 두 배 인상하겠다’고 쓰여 있더라. 단순한 수법 같지만, 내가 노인이라면 네 발로 걸어서 투표하러 갈 것 같다. 그 정도로 강력하고 피부에 와닿는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또 하나는 평소 투표 안 하던 사람들도 서울시장 선거 때 투표하고 치킨·맥주를 먹으며 월드컵 보듯 개표방송을 봤다. 축제 같은 문화도 필요하다.

: 아내가 굉장히 보수적인데, 이번엔 내가 찍는 사람을 찍겠다고 한다. 이명박이 0~2살 무상보육을 중단한다는 거 한 방에 넘어왔다. 아내가 학원강사라 저녁에 일해야 하는데, 아이 둘 키우기가 어려워 결국 그만뒀다. 둘째는 사교육비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월 100만원이 들어간다. 전세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일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미래가 두렵다. 나는 그래도 괜찮은 직장에서 좋은 연봉을 받고 다녔는데도 자신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30대를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


"아내가 굉장히 보수적인데, 이번엔 내가 찍는 사람을 찍겠다고 한다. 이명박이 0~2살 무상보육을 중단한다는 거 한 방에 넘어왔다."-강현욱

"'실패 자금'을 달라. 30대 신용불량자가 엄청 많다. 결혼도 못한다. 정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좀 들어주면 좋겠다."-최중혁

살인적인 전세가, 버거운 육아, 불안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선 후보는 누구일까. 30대 방담 참석자들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책임 있게 제시되고 집행될 때 정치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박종식 기자, 이정아 기자, 김태형 기자

살인적인 전세가, 버거운 육아, 불안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선 후보는 누구일까. 30대 방담 참석자들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책임 있게 제시되고 집행될 때 정치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박종식 기자, 이정아 기자, 김태형 기자

완결성 있는 정책을

: ‘실패 자금’을 달라. 30대 신용불량자가 엄청 많다. 결혼도 못한다. 정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말을 하라고 하면서 들어주진 않는다.

: 예전에 다니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다 빼앗겨 망했다. 국가가 과감하게 대기업 일감의 일정량을 중소기업에 넘겼으면 좋겠다.

사회: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을 내놓고 있다. 가슴에 와닿는 게 있는가.

고: 홍보가 안 되는 것 같다.

: 캐치프레이즈 한 방이 필요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같은.

: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이 참 좋았다. 이처럼 새로운 화두를 던질 시점이고, 그런 후보가 있으면 좋겠다. 후보들이 우리에게 구걸하지 말고, 30대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30대쯤 되면 어떤 공약이 지켜질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유권자를 믿고 판단의 여지를 달라.

: 정책이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완결성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지고 진행시킨 기억이 없어서 신뢰감도 없다. 정책을 와닿게 하려면 조세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세수 활용과 배분 규칙을 제시하고 세금 개혁을 통해 복지 예산을 조정하겠다는 확실한 운영안을 내놓고, 그것을 하나의 문구로 이야기한다면 와닿을 것이다.

: 나는 이번 선거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쌓은 것들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데, 5년 전에 그 기회를 잃었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건 이렇게 한발 한발 가는 것임을 보여주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경험이 소중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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