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려 했다면 세상에 없었을 크리스마스 선물12월은 눈 내린 풍경을 배경으로 초록과 빨강이 도드라지게 대비되는 계절이다. 성탄절이 다가오는 까닭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곳곳에 사는 상록수들은 요즈음 근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 일찍이 북미로 건너가 명품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해진 구상나무부터 유럽에서 크리스마...2025-12-22 09:45
천년고찰 용연사 나무 불상은 무슨 나무로 만들었을까대구 달성군 비슬산 북쪽 기슭의 용연사를 찾아간 건 목불 때문이었다. 2008년 학부 졸업을 앞두고 논문 발표 준비를 하다가 불쑥 불상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당시 내가 다니던 경북대 임산공학과에서는 학부생도 연구실 생활을 했다. 그건 졸업을 위한 필...2025-12-11 09:22
고백하기 좋은 하트 모양 나뭇잎, “피 흘리는 나무?”한가위 연휴에 크로아티아의 소도시를 11살 조카와 함께 걸었다. 미국에서 지내는 조카가 가을 방학을 맞아 단짝 크로아티아 출신 친구의 고향 마을을 함께 가자는 제안에 응했고, 내게 같이 가자고 응석을 부리면서 준비된 여행이었다. 크로아티아의 서쪽 휴양도시 오파티야에 있...2025-10-19 13:44
마로니에공원에는 마로니에가 없다?마로니에공원에서 보자는 말이 대학로에서 만나자는 말보다 더 좋다. 마로니에(Marronnier)는 가시칠엽수라는 나무. 밤나무를 닮아 밤(Marron)을 어원으로 하는 프랑스 말이다. 받침이 하나도 없는 이 단어가 주는 특유의 리듬감과 이국적인 정취가 나를 끌어당긴다....2025-10-09 09:52
겸재의 붓끝에서 다시 만난 ‘쪽’겸재 정선이 그린 식물 그림을 얼마간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간송미술관 대구전시관에서는 정선을 비롯해 김홍도와 신사임당 등 조선시대 화가가 그린 동식물 그림을 2025년 4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전시했다. 이 전시를 준비하던 학예사로부터 지난겨울 원고 청탁을 받...2025-08-09 18:02
경북 산불피해지 현장에 수북하게 자란 이 식물은?고향에 계신 엄마 손등이 유독 그을렸기에 이유를 여쭈었다. 봄을 통과하는 동안 “고사리 꺾느라 그랬다”고 답하신다. 뿌리째 먹는 봄나물 냉이는 흔히 “캔다”고 하지만, 고사리는 “꺾는다”고 한다. 열매 맺고 나면 뿌리마저 시드는 두해살이 냉이와 달리 고사리는 여러해살이...2025-06-22 07:41
저 단풍, 돌 속에 묻혀 있었나경북 봉화군 소천면 하천가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가 있다. 내가 가끔 들르는 곳이다. 최근 대도시 외곽에 우후죽순 생기는 대형 식물원 카페처럼 웅장한 시설을 갖추었거나 화려한 관엽식물을 자랑하는 곳은 아니다. 작은 뜰을 품은 시골 마을의 그저 아담한 카페다. 다만 사람...2025-05-17 15:02
봄의 절정이 맛과 향으로 팡팡 봄나물의 계절이 왔다. 나는 제철 나물이 될 식물들을 만나고 맛볼 생각에 파릇파릇 새순처럼 들뜬다.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를 추월하는 춘분을 기점으로 양지를 골라가며 각종 새순이 돋는다. 민가 주변에선 냉이와 달래와 쑥이 대체로 먼저 나온다. 좀더 깊은 골짜...2025-03-27 13:46
찻잎 향 나는 녹나무 도마를 매만지며캄포 도마를 선물로 받았다. 석 달간 목공 수업을 들으며 정성껏 만들었다 한다. 향기가 나니 주방에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해줄 거라고 지인은 도마를 자식 대하듯이 쓰다듬으며 말했다.캄포는 녹나무다. 정확하게는 녹나무에서 얻는 정유 물질인 장뇌(樟腦)를 말하는...2025-02-12 22:40
겨울철 새빨간 열매, 이 나무는 먼나무?새해가 밝았지만 내 기분은 어둡고 착잡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2024년 12월은 잔혹했다. 난생처음 계엄령의 밤이 지나갔고, 연말에는 제주항공 참사의 충격으로 세밑이 캄캄하기만 했다. 일상이 뒤틀릴 때 나는 최대한 나무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기댄다. 나무가 ...2025-01-14 09:58
겨우살이 발견하면 폭격도 멈췄다지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뿌리 내리고 사는 기생식물이다. 기생식물이지만 나무다. 그것도 상록수다. 나무 꼭대기에 있으니 주변 식물과의 빛 경쟁에서 대체로 앞서는 편이다. 스스로 광합성을 하고 양분을 만든다. 그래서 겨우살이를 정확하게는 반(半)기생식물이라 부른다. 한겨울에...2024-11-12 11:13
어디에 쓰여도 괜찮은 풀, 겐티아나용담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을이 온 것이다.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트럼펫을 닮은 푸른 보라색 통꽃 대여섯 송이가 하늘을 바라보며 피는 용담. 짙은 파랑과 보라 사이, 좀처럼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강렬한 색감과 빛깔이다. 그런데 그 통꽃을 한 번 활짝 피우고 마는...2024-09-19 17:50
붉나무 얼굴아 붉어져라, 가을 오게붉나무는 야생에 정말 흔하다. 누가 돌보거나 보살피지 않아도 알아서 큰다. 억척스러운 기질로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모아 군락을 이루는 식물이다. 산을 깎으면 으레 생기는 비탈진 곳이나 척박한 땅에서조차 기세등등하게 자란다. 특히 도로를 내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깎아낸 ...2024-08-18 17:56
“너도 외롭지 마” 너도밤나무가 건네는 위로와 감탄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실제로 우리 땅에 사는 나무 이름이다. 한 식물의 이름을 새롭게 정해야 할 때 식물학자들은 접두어 ‘나도’와 ‘너도’를 종종 갖다 붙였다. 기존에 이름이 있던 식물과 생김새가 닮았거나 혈통이 같은 경우에 그랬다. 나도바람꽃과 너도바람꽃, 나도개...2024-07-24 13:30
노래하는 가문비나무의 깊은 울림악기가 되는 나무들이 있다. 그랜드피아노 한 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들어간다. 향판은 울림이 좋은 가문비나무, 금속 현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부분은 너도밤나무, 다리는 튼튼한 참나무류, 흰건반과 검은건반은 결이 부드러운 목재 중에 색을 고려해서 각각 피나무와 흑단을 ...2024-06-20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