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통계청(유로스태트)이 지난 4월2일 내놓은 최신 자료를 보자. 2월 말을 기준으로 EU 27개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12%로 나타났다. 모두 2633만8천여 명이다. 실업률 4.8%를 기록한 오스트리아를 선두로, 독일(5.4%)·룩셈부르크(5.5%)·네덜란드(6.2%)의 일자리 사정이 괜찮았다.
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구제금융의 전제로 딸려온 ‘초긴축정책’은 있던 일자리마저 앗아가고 있다. 그리스가 26.4%로 EU 회원국 가운데 최악의 실업률을 보였고, 스페인(26.3%)·포르투갈(17.5%)의 상황도 사뭇 심각했다. 1년 전에 견줘봐도, EU 회원국 가운데 19개국에서 실업률이 높아졌다. 특히 그리스에선 1년 만에 실업률이 무려 5%포인트나 높아졌다. 평균 실업 기간이 12개월을 넘는 장기 실업자가 전체 실업인구의 40%를 넘는 나라도 19개국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스페인 청년 실업률 50%대
실업자 통계를 연령대로 나눠 살펴보면, 어느 세대가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는지 쉽게 확인된다. 유로스태트는 “25살 미만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에 견줘 1%포인트 높아진 23.5%를 기록했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19만6천 명가량 늘어난 569만여 명의 젊은이가 실직 상태”라고 전했다.
청년층 일자리 역시 독일(7.7%)·오스트리아(8.9%)의 상황이 좋았다. 그리스(58.4%)와 스페인(55.7%)은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선 모양새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도 각각 38.2%와 37.8%로 청년 실업률이 높게 나타났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민간단체 ‘유럽청년포럼’은 지난 4월9일 내놓은 자료에서 “특히 심각한 것은 25살 미만 청년층 실업자의 25%에 이르는 약 160만 명이 지난 12개월 이상 연속 실직 상태인 이른바 ‘장기 실업자’ 신세라는 점”이라며 “EU 회원국 전체를 놓고 보면 일자리도 없고 학교에 다니거나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는 이른바 ‘니트족’(NEET)이 800만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25살 이상은 어떨까?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25~29살 연령대에서도 ‘니트족’이 약 65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회원국의 30살 미만 청년층 인구 가운데 무려 1450만 명이 ‘니트족’이란 얘기다. 집행위 쪽은 “이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적게 잡아도 유럽 지역총생산의 1.2% 수준인 약 153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5년 새 지구촌 청년 실업자 400만 명 증가
청년 실업의 만성화가 노동시장의 세대·직종 간 격차를 더욱 벌려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U에 딸린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는 지난 3월15일 내놓은 ‘2013년 일자리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노동시장의 불안 속에서도 중·장년층 숙련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을 누려왔다”며 “반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 노동자들은 ‘고용 유연성’이란 이름 아래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수준별 고용시장 동향도 큰 차이를 보였단다. “건설·제조업 부문 등 중간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반면, 지식기반 산업 등 고소득층과 청소·용역 등 저소득층 일자리는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게다. 이는 고스란히 청년층 일자리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로파운드는 “30살 미만 청년층보다 65살 이상 은퇴자층이 고소득 일자리를 훨씬 많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위기 이후 세대·직종 간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ILO는 지난 4월8일 내놓은 최신 자료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EU 회원국에서만 줄잡아 1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특히 단순노동을 하는 청년층 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ILO는 지난해 5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지구촌 차원에서 모두 400만 명의 청년 실업자가 새롭게 양산됐다”며 “2008년 이후 유럽에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연평균 0.9%포인트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즐로 안도르 EU 고용담당 집행위원이 최근 ‘잃어버린 세대’를 입에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안도르 집행위원은 지난 3월13일
상황이 위중해지자 EU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EU 집행위 쪽은 지난 4월4일 성명을 내어 “회원국 젊은이들이 실직 4개월 안에 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업교육을 받거나,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청년 일자리 보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필요한 예산 60억유로는 이미 지난 2월 마련해뒀단다.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불안한 그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ILO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지구촌 고용동향-암울한 청년층 고용시장 전망’이란 제목의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ILO는 보고서에서 2012년 말을 기준으로 지구촌 25살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을 12.7%로, EU의 청년 실업률은 그보다 4.8%포인트 높은 17.5%로 추정했다. 5년 뒤인 2017년이 되면, 지구촌 청년 실업률은 12.9%로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선? 2012년에 견줘 그나마 0.9%포인트 떨어진 15.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단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EU 회원국의 평균 청년 실업률(12.5%)보다 여전히 3.1%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어디 유럽뿐일까? 유엔인구기금(UNFPA)의 최신 자료를 보면, 지구촌의 15~25살 청년층 인구는 줄잡아 13억 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란다. 이들의 90%가 저개발국가에 몰려 있다. ILO는 “2012년 말을 기준으로 각각 27.5%와 26.4%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청년 실업률은, 5년 뒤인 2017년에 이르면 각각 28.4%와 26.7%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구촌 전역에서, ‘불안한 노동’으로 내몰린 청년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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