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말해보자. 아예 정색을 하고 말이다. 은 지난 10월28일 “예멘 북부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겨냥한 미국의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알카에다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예멘 정보 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명을 포함해 사망자 가운데 3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물론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지는 않은 채였다.
드론 폭격 사망자, 10월에만 200명 넘어
‘아랍의 봄’이 아라비아반도로 번지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예멘에서도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압제에 반기를 든 민주화 시위가 봇물을 이뤘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 심했다. 그 혼란의 틈을 비집고 테러단체 알카에다도 그곳에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적어도, 미국은 그렇게 믿었다. 알카에다는 예멘 남부 지역의 일부를 무력으로 장악하며 장기전의 ‘교두보’까지 마련했다고, 역시 미국은 주장했다.
지난 6월 예멘군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예멘 남부 지역을 휘젓던 알카에다 세력은 눈에 띄게 약화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초부터 이어져온 미군의 ‘드론 공격’은 그칠 줄 몰랐다. 아니, 갈수록 거세졌다. 은 10월28일 “북부 최대 도시 사다의 아부자바라 지역에 있는 주택 2채가 공격 대상이었다”며 “예멘 정부와 맞서는 시아파 후티족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드론 공격을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드론의 ‘작전 반경’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난 11월1일 인터넷 대안매체 (BIJ)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미국이 파키스탄·예멘·소말리아 3개국에서 벌인 드론 작전 상황을 정리해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자. 미 중앙정보국(CIA)은 파키스탄에서 10월에만 모두 4차례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10월24일 북부 와지리스탄주의 작은 마을 타피에서 벌어진 사건이 최악이었다. 현지 매체 는 이날 “퇴직 교사인 레시멘 칸의 집에 폭격이 퍼부어져 아내가 숨지고, 4~18살 난 손자 8명이 중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BIJ는 “10월 한 달간 파키스탄에서만 줄잡아 24~41명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예멘에서도,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10월 들어 모두 4차례 드론 공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대 23명으로 추정된단다. 소말리아에선, 적어도 3~9차례에 걸친 드론 공격으로, 줄잡아 58~1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 수만도 적어도 11~57명에 이른다. 외신 보도와 각국의 공식 발표 내용을 종합한 IBJ의 추산치다. 물론 미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늘의 재앙, ‘드론’은 대체 어디서 날아오는가?
지부티시티 기지에서 하루 16차례 출격
“하루 종일 평균 16차례, 여기서 미국의 드론이 출격한다.” 지난 10월26일 는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 지부티발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미국의 드론 출격 장소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 만들어진 지부티 수도 지부티시티 외곽의 ‘캠프 르모니어’는 애초 북아프리카 일대 작전을 위해 미 해병이 10년여 전 일시적으로 주둔했던 곳”이라며 “이후 2년여 비밀스럽게 병참 기능을 확대해 ‘대테러 전쟁’의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 이어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소말리아가 그곳 기지에서 남쪽으로 지근거리다. 북쪽으론 아덴만 너머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까지를 작전 반경으로 할 수 있다. 인도양과 홍해·아라비아반도가 만나는 그곳은, 애초부터 경제·군사적 요충지일 수밖에 없었다.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테러 작전에서 가장 크게 의존해온 ‘합동특수전사령부’(JSOC)가 (지부티 기지 확대·강화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난 8월20일 미 국방부가 의회에 낸 ‘긴급예산 편성 요청서’를 보면, 캠프 르모니어는 향후 25년 이상 ‘대테러 전쟁’의 거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기지 건설 예산만도 모두 14억달러가 투여될 예정이란다. 이 가운데 모두 1100명의 특수전 병력을 수용할 수 있는 숙영시설도 포함돼 있다는데, 이는 “현 주둔 병력의 3배 가까운 수준”이라는 게 의 설명이다. 현재 캠프 르모니어에는 미군 장병과 군무원 등을 포함해 모두 32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단다. 이쯤 되면 미 국방부가 기지 사용료 명목으로 해마다 지부티 정부에 지급하는 금액(약 3800만달러)이 턱없는 헐값이란 느낌이 들 정도다.
‘활용도’는 어떨까? 가 인용한 미 국방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그곳 기지에선 하루 평균 드론 14대와 전폭기 4대가 출격하고 있다. 지난 9월 미 국방부가 미군이 함께 쓰고 있는 지부티 유일의 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공사를 위해 모두 6200만달러를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란다. 당시 미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앞으로 작전이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른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용한 전쟁’인 셈이다.
파키스탄·예멘·소말리아 등지를 누비고 있는 드론은 미 본토에서 조종한다. 네바다주의 크리크 공군기지와 뉴멕시코주 캐넌 공군기지가 대표적이다. 폭격이 퍼부어지는 현장에서 딱 ‘지구 반바퀴’ 떨어진 곳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기 쉽지 않은 거리’다.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다.
“민간인 피해, 명백한 전쟁범죄”
“오바마 행정부는 그간 드론을 활용한 이른바 ‘타깃공격’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왔다. 그새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전쟁·인권 담당 특별보고관이 지난 11월1일 미 하버드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대테러 전쟁’이란 미명 아래 미국이 벌이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그 진상을 속속들이 파헤칠 것”이라며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다행한 일인가? 전쟁은 계속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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