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7월8일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11일 마무리됐다. 4년3개월과 일주일이 걸렸다. 불과 19년여 만에 인류는 두 번째 세계대전을 시작했다. 1939년 9월1일부터 1945년 9월2일까지, 제2차 세계대전은 6년과 하루가 지난 뒤에야 끝을 맺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기록은 흔히 ‘베트남전쟁’이라 부르는 ‘제2차 인도차이나반도 전쟁’에서 깨졌다.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베트남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온 미국은, 린든 존슨 행정부 시절 지상군 병력을 본격적으로 파병해 전쟁을 ‘미국화’했다. 1964년 8월 ‘첩보 수집’을 하던 미군 선박이 어뢰 공격을 당한 이른바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1965년 초부터 미군 전투병력이 대거 베트남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1973년 1월 파리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미군이 완전 철수할 때까지, 전쟁은 8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대체 정체가 뭐야?’ 이슬람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를 촉발한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사기꾼이자 어린이 성도착증 환자로 묘사했다. 유튜브 갈무리 화면
계획대로 철군해도 13년 장기전
미국이 베트남에서 세운 기록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갈아치웠다. 1979년 12월 친소 정권 보호를 명분으로 아프간 땅에 들어간 소련은 그곳에서 무려 9년2개월여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소련은 1989년 2월 철군을 마쳤지만, 아프간에서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린 탓인지 2년여 만에 공중분해됐다.
냉전의 끝자락에서 소련이 세운 기록은 21세기 들어 미국이 다시 갈아치웠다. 무대는, 이번에도 아프간이다. 9·11 동시테러 발생 26일 만인 2001년 10월7일 ‘항구적 자유작전’을 시작한 미국은, 10년11개월이 지난 지금껏 아프간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기약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2014년 말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과 함께 철군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계획대로 이뤄진대도, 무려 13년 세월이다. 근대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장기전이다. 그런데 철군 시한을 그보다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 사령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갈수록 심상찮게 번져가고 있는 불길한 조짐 때문이다.
지난 8월29일 아프간 중부 우루즈간주에 주둔 중인 오스트레일리아군 병사 5명이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총질을 한 것은 아프간군 병사였다. 초록색 군복을 입은 아프간군이, 청색 군복을 입은 다국적군을 공격한 이른바 ‘그린 온 블루’ 사건의 전형이었다. 는 지난 8월31일치에서 “이라크전쟁의 최대 공포는 도로매설 사제폭탄(IEDs)이었다면, 아프간 전쟁의 상징은 내부의 적에 의한 공격일 것”이라며 “지난 2월 카불 외곽 바그람기지에서 미군 병사들이 이슬람 성서 코란을 소각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그린 온 블루’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8월 말까지 아프간에서 벌어진 ‘그린 온 블루’ 사건은 31차례, 이로 인해 숨진 다국적군은 모두 48명에 이른다. 이슬람 명절인 라마단 기간과 겹친 지난 8월엔, 단 9일 동안 모두 11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해 ‘그린 온 블루’ 사건으로 인한 다국적군 전사자 수는 1년 동안 31명이었다.
공동작전 아프간군 감시하는 다국적군
상황이 심각해지자, 존 앨런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은 지난 8월 중순 긴급 지휘관 회의를 열어 모든 다국적군 병사에게 장전된 총을 항상 휴대하도록 명했다. 9월 들어선 아프간 군경에 대한 훈련도 잠정 중단시켰다. 또한 아프간군과 공동작전에 나서거나 회의를 할 때는 다국적군 병사 1~2명을 지정해 아프간군 병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수호천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단다. 11년 전쟁의 성과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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