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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게 1달러는 무엇인가

등록 2004-07-22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6개국 시민들의 굴욕적이면서도 처절한 ‘1달러 획득 투쟁’을 찾아나서다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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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게 1달러는 무엇인가. 아시아 네트워크의 6개국 기자들이 각 나라에서 1달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각국의 경제 사정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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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앙마이=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 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국민 평균 부채지수가 40% 이상 증가하는 동안 그 나라 최대 갑부인 탁신 총리란 자의 재산은 190억바트(약 5700억원)나 늘어났다. 연간 국민소득 2천달러 선인 나라가 세계 최대 벤츠 승용차 시장이라고 한다. 타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

공식 환율로 미화 1달러당 6차트(Kyat)가 암시장에서는 거의 1천차트를 오르내리고, 필자 가운데 한명인 옹 나잉(Aung Naing)이라는 기자에게 서울서 보낸 원고료는 1년이 가까워오지만 통장에 찍혀 나오지도 않는다. 이건 버마쪽 이야기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 아들과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남편이 이권 개입으로 시민들 입에 오르내린다면, 직업도 없는 탁신 시나와트라 타이 총리 딸이 갑부 톱10에 올라 눈총을 사고도 있다.

또 부패지수 세계 최강을 다루는 보고서마다 어김없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한국, 타이가 줄줄이 상위권을 독점해왔다. 부정부패 말만 나오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단골 메뉴가 있다. 아시아의 개발독재 시절 앞잡이였던 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이 스위스은행에 감춘 돈 이야기는 여전히 아시아의 미래, 그 발목을 질기게도 잡고 있다. 두 눈 뻔히 뜨고 입을 다문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죽으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아시아 발목잡기에 한몫 단단히 해왔고.

또 있다. 북한, 이라크, 이란, 버마, 그 면면들은 미국에 얕잡아 보였거나 밉보여서 경제 봉쇄와 제재를 당한 나라들인데, 이런 것도 모조리 아시아 국가들 판이다.

거시든 미시든, 국내든 국제든 무슨 경제를 말하려고 보면 온갖 불명예란 불명예는 모조리 아시아 몫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다 보니 서양 사업가들과 맞서는 아시아 사업가들은 상당한 고충을 겪게 된다. 인도네시아-네덜란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사업가는 아시아에 대한 빗나간 인상이 자기에게 되돌아와 곤욕을 치렀다며 분개했다.

도무지 “21세기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는 말이 어느 구석을 둘러봐도 실감나지 않는다. 지어낸 말이거나 아니면 희망의 노래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무슨 음모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절반이 넘는 시민이 극빈에 허덕이고, 절반이 넘는 시민이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를 둘러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그 1달러

이런 아시아에서 ‘1달러’는 과연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이것이 이번주 ‘아시아 네트워크’의 고민이었다. 시민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 돈을 따지는 골치 아픈 경제 논리는 때려치우고, 실제로 시민들이 먹고사는 데 필요하고 또 가질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놓고 경제 사정을 둘러보자는 게 ‘아시아 네트워크’의 뜻이었다. 서울에서는 믿기 힘들지 몰라도 ‘아시아 네트워크’가 찾아낸 아시아의 그 현실감은 진정 1달러였다.

그리고 아시아의 비극은 그 1달러,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그 1달러 속에 숨어 있다는 쓰린 결론을 얻었다. 서울에선 아이들 비스킷 한개 값도 못 되는 그 1달러를 얻고자 아시아 시민들은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며 처절한 ‘1달러 획득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아시아의 1달러를 이해하는 순간, 아시아도 우리의 1달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마음을 담아 이번주 ‘아시아 네트워크’를 독자들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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