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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야구 ‘금메달 원정대’ 어떻게 뽑았나?

병역특례 주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간절한 야구선수들… 대만과 경쟁에서 승리할까
등록 2023-09-22 22:13 수정 2023-10-09 00:04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선수가 2023년 9월17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선수가 2023년 9월17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9월23일~10월8일)이 지각 개막한다. 원래는 2022년 개최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1년 연기됐다. 다음 아시안게임은 3년 뒤인 2026년 일본에서 열린다.

야구는 10월1일부터 시작하는데 조별리그를 거쳐 각 조 1·2위 4개 팀이 슈퍼라운드를 펼친다. 한국은 대만·홍콩 등과 B조에 있는데, 대만과 함께 슈퍼라운드 진출이 예상된다. 슈퍼라운드는 조별리그 성적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조 1위로 진출하는 게 유리하다. 10월2일 펼쳐지는 대만과의 경기에서 이겨야만 우승에 가까워진다.

WBC보다 중요한 아시안게임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연속해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 아시안게임 4연패를 노린다. 일본이 독립리그나 실업리그 선수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고, 대만은 실력으로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지만 2018년 조별리그 때 졌다)하는 터라 야구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2006년 도하 대회 때 동메달을 따고도 ‘도하 참사’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던 이유다.

사실 선수들은 세계 최고 야구선수들이 모여 겨루는 세계야구클래식(WBC)보다 아시안게임을 더욱 중요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역 혜택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군대에서 보낼 18개월의 시간이 삭제된다. 대신 4주 기초 군사훈련만 받으면 된다. 현재 최고 인기 선수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2023 시즌 뒤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2018년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도 건장한 성인 남성이기에 군대에 가야 한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직후부터 입대 시기를 고민한다. 예전보다 입대 기간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자유계약(FA) 등을 고려하면 1년6개월은 프로선수에게 꽤 긴 시간이다. FA 계약액에서 수십억원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거의 퇴출당한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WBC에는 병역 혜택이 없다.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병역법을 처음 시행한 때는 1973년이었다. ‘한국’ ‘KOREA’라는 이름이 낯설 때, 세계 무대에서 국가 위상을 높인 이들에게 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유니버시아드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동메달) 이상으로 입상하거나, 한국체육대학 졸업 성적이 상위 10% 이내일 경우도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졌다. 그만큼 국제대회 메달이 귀할 때였다.

하지만 국제대회 입상자가 늘어나면서 대상자는 점점 축소됐다. 1990년부터 올림픽 3위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할 때만 병역 혜택을 주는 것으로 변경됐다. 2002 한·일 축구월드컵(4강 진출) 때나 2006 WBC(4강 진출) 때는 분위기에 휩쓸려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도 했으나 형평성 문제로 이듬해(2007년) 폐지됐다.

프로의 병역 혜택 물꼬 튼 방콕아시안게임

1998 방콕아시안게임 이전에는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아시안게임 출전을 제한했던 터라 선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대를 회피했다. 1991년 말 태평양 돌핀스의 촉망받는 투수였던 정민태는 형의 허리디스크 사진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뇌물을 제공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밝혀져 구속됐다. 그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65일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방콕 대회에서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박재홍, 이병규, 김동주, 심재학 등의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당시 대표팀 전원이 군 미필자였다. 어찌 보면 박찬호가 ‘코리안 특급’으로 명성을 날릴 수 있던 것도,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던 것도 방콕 금메달 덕분이었다. 뒤이어 2000 시드니올림픽(동메달) 때는 손민한, 박진만, 정수근, 장성호 등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선수 모두가 아시안게임, 올림픽 대표로 뽑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뜩이나 군복무를 하면서 야구를 이어갈 곳은 당시 상무뿐(경찰청 야구단은 2006년 창단돼 2019년 해체됐다)이었다. 이 때문에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한 불법행위가 알음알음 이어졌다. 병무청 직원이나 정형외과 원장, 군의관에게 뇌물을 주는 식이었다.

리그 근간을 뒤흔든 병역 비리는 2004년에 있었다. 무려 야구선수 50명이 연루됐다. 이들은 개인 병원에서 약물과 혈액을 섞은 소변을 제출해 사구체신염으로 병역 회피를 시도했다.

병역 비리 명단에는 8개 구단 선수가 모두 포함됐다. 조성환, 이진영, 정현욱, 손시헌, 심수창 등 이름 있는 선수가 꽤 연루됐다. 이 중 조성환은 공소시효(3년) 만료를 노리고 6개월간 도주, 잠적했다가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바람에 자수하기도 했다. 그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았고, 이후 재검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2005~2007년 그의 리그 기록이 없는 이유다. 심수창은 출소 뒤 재검받았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견돼 군면제를 받았다. 결과론적이지만 굳이 인위적으로 입대를 피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됐다는 얘기다.

2018년 역풍 뒤 리그 중단 없어져

현재 케이비오(KBO)리그 주축을 이루는 선수 면면을 보면 최형우(KIA 타이거즈)처럼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반등한 이도 있고, 채은성(한화 이글스)처럼 현역 의장대 출신도 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3연패 등의 결과물로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가 꽤 된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도 대부분 군 미필자로 이뤄졌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2018년 대회까지는 아시안게임 동안 리그가 중단돼 주축 선수는 최정예 멤버로 뽑고 후보 선수는 군 미필자로 채우는 식이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리그 중단이 없어 리그 최고 선수들로 꾸릴 수 없다는 것이다. 2018년 대회 때 입대를 목전에 둔 일부 선수의 발탁에 거센 역풍이 불어 리그 규정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항저우 대회 때는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대만 또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경우 4개월 의무복무 기간(1994~2004년 출생자 기준)을 12일 소집훈련으로 대체해주기 때문에, 이번 대회 대표팀에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이 합류했다. 병역 문제에서는 한국이나 대만 모두 간절할 수밖에 없다. 프로선수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허용된 뒤 한국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놓친 도하 대회 때 금메달은 대만의 차지였다. 대표팀 선수 중 박세웅 등은 금메달을 못 따면 곧바로 군에 입대해야 하는 처지다. 과연 ‘금메달 원정대’의 꿈은 이뤄질까.

김양희 <한겨레> 문화부 스포츠팀장·<야구가 뭐라고> 저자

*김양희의 인생 뭐, 야구: 오랫동안 야구를 취재하며 야구인생을 살아온 김양희 기자가 야구에서 인생을 읽는 칼럼입니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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