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케이비오(KBO)리그 올스타전이 7월6일 끝났다. 선수들은 저마다 장기를 뽐내며 올스타전을 즐겼다. 최형우(KIA 타이거즈)는 홈런 포함, 3안타(4타수)를 때려내며 최고령 나이(40살6개월20일)로 ‘미스터 올스타’(엠브이피·MVP)에 뽑혔다. 프로 초년 시절 방출의 아픔을 겪기도 했던 그의 수상 소감은 “후배들이 (나를 보면서)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였다.
올스타전을 지켜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10개 구단 사령탑들은 현역 시절 올스타전 성적이 어땠는지. 일단 MVP로 뽑힌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도 ‘국민 타자’로 불렸지만 ‘별들의 축제’에서는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은 12차례나 올스타전에 나갔다. 팬 투표 최다 득표를 기록한 2001년 올스타전 때는 홈런도 쏘아 올렸는데 MVP가 되지 못했다. 당시 MVP는 홈런왕을 다투던 타이론 우즈(두산 베어스)였다. 4타수 4안타(1홈런)를 터뜨린 우즈를 어찌 넘을 수 있겠는가. 우즈는 올스타전 MVP와 함께 그해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이승엽 감독은 정규리그 MVP와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이승엽 감독의 올스타전 통산 성적은 12경기 54타석 50타수 11안타(3홈런) 12삼진이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배짱 있는 경기 운영으로 기아를 전반기 1위로 올린 이범호 감독은 7년 전인 2017년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총 8차례 나섰는데 타율은 0.158(19타수 3안타)에 불과하다. 이 감독은 2024년 더그아웃 막내 사령탑으로 올스타전 데뷔전을 치렀다. ‘국민 유격수’로 불린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9번 출전했고, 26타수 5안타(0.192)를 기록했다.
6년 만에 현장에 귀환한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1980년대 6차례 올스타전에 나갔다. 하지만 안타는 단 1개(8타수)밖에 터뜨리지 못했다. 그나마 사제지간인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보다는 나은 성적이다. 김태형 감독은 1992년, 1994년 두 차례 올스타전에 나섰는데 총 5타석에서 볼넷만 1개 얻어냈다.
사령탑 중 올스타전 타율이 가장 높았던 이는 이숭용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감독이다. 이 감독은 3번 올스타에 뽑혔는데 10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강인권 엔씨(NC) 다이노스 감독은 신인 시절이던 1995년 단 한 차례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다. 당시 타석에는 서지 않고 대수비로만 나섰다.
10개 구단 감독 중 유일하게 투수 출신인 이강철 케이티(KT) 위즈 감독은 1990년대 4차례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4경기에서 3이닝 4피안타 1볼넷 1삼진 2실점의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염경엽 엘지(LG) 트윈스 감독을 비롯해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유이하게’ 선수로는 올스타전에 출전한 적이 없다.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던 염 감독은 새내기 박진만 감독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백업으로 밀렸고, 올스타로 선정될 기회가 없었다. 염경엽 감독의 현역 시절 성적은 10시즌 타율 0.195, 283안타 5홈런 110타점, 오피에스(OPS, 출루율+장타율) 0.514.
2013년 45살의 나이에 ‘사령탑’으로 올스타전에 데뷔한 염 감독은 2024년까지 8번이나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올스타팀을 이끄는 전체 사령탑으로도 2024년 포함 4차례나 출전했다. ‘선수’로 선택받지 못했던 염 감독은, 그렇게 선수를 선택하는 입장으로 4차례 올스타전을 치렀다. 감독으로 정규리그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홍원기 감독은 현역 시절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부문에서 기용됐다. 고정 포지션이 없어서 올스타 선정에서 다소 불리하게 작용한 점이 없지 않다. 홍 감독은 “선수 때는 아이가 막 성장할 때여서 올스타 휴식기 때 제주도 등으로 놀러 갔던 기억이 있다. 올스타전 경기는 꼭 남의 축제 같아서 보지 않았다”고 했다.
홍원기 감독은 2022년 처음 올스타전에 참가(2021년은 코로나19로 취소)했다. 1996년 한화에서 프로 데뷔한 뒤 26년 만에 밟아보는 축제 마당이었다. 당시 홍 감독은 첫 출전을 기념해 강인권 감독을 비롯해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엘지 유지현, 기아 김종국 감독 등 나눔 올스타 사령탑들과 더그아웃에서 사진을 찍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홍 감독과 강 감독만이 현장에 남아 있다. 홍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다 같이 모이는 게 쉽지 않아서 내가 찍자고 했다. 지금 돌아보니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제일 기뻤던 것은 선수 시절 올스타전을 단 한 번도 즐기지 못했던 아내와 딸이 지금은 그라운드에서 축제를 마음껏 즐긴다는 점이다. 선수 때 못했던 것을 하니 가족들이 너무 좋아했단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 시절 단 한 차례도 올스타전에 서지 못했던 감독들이 2024년 별들의 축제(7월17일 오전 9시 개최·한국시각)에 선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마크 캇세이 감독을 동료 사령탑으로 올스타전에 초대했다. 이들의 관계는 200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함께 뛸 때부터 이어져왔다. 캇세이 감독은 보치 감독을 ‘멘토’로 칭한다. 캇세이 감독은 “28년간 리그에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봤다. 그런데 올스타전 참여는 처음”이라며 “정말로 흥분되고, 보치 감독 곁에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토리 러불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은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레즈 감독을 코칭 스태프로 지명했다. 벨 감독 또한 51살에 처음 올스타전 멤버가 됐다. 러불로 감독과 벨 감독은 1995년 트리플A 버펄로 바이슨스 팀 동료였다. 2021년 신장암으로 사망한 벨 감독의 형 마이크 또한 애리조나 구단에서 일했던 터라 러불로 감독과 아주 친했다.
러불로 감독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마이크를 기리고 싶었다. (더그아웃에서) 데이비드 곁에 앉아서 그의 가족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것은 내게 매우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벨 감독은 “토리와 마이크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애리조나 구단 사람들은 나보다 더 형에 대해 잘 안다. 올스타전 동안 토리와 함께하는 것은 나와 가족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스타전’은 꿈의 무대다. 김택연(두산)처럼 19살 나이에 처음 오를 수도, 벨 감독처럼 51살 나이에 처음 밟을 수도 있다. 올스타로 선택받을 수도, 올스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절대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올스타’라는 위치다. 우러러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별’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양희 한겨레 문화부 스포츠팀장 whizzer4@hani.co.kr
*김양희의 인생 뭐야구: 오랫동안 야구를 취재하며 야구인생을 살아온 김양희 기자가 야구에서 인생을 읽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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