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채널을 가진 CJ E&M은 케이블 채널의 메이저다. 채널 수로 따지는 규모도 그렇지만, 제작 여건이나 물량 투자 측면에서도 중소 케이블 채널에 비해 압도적이다. 화제성 면에서 지상파를 능가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좁은 영역의 시청층을 설정하고, 채널별로 정한 주제와 소재를 벗어나지 않는다. 메이저이기도, 마이너이기도 한 정체성을 가진 이 채널들을 꾸려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시청자가 주인공 되는 프로그램이 미래형”Mnet 김용범 CP( 시즌1~3 연출, 연출) -는 어떻게 기획했나.=새로운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해외 인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감독, 를 만든 사이먼 풀러 등을 만나면서 춤에 주목하게 됐다. 그런데 이제까지 국내에서 춤만을 주인공으로 삼은 프로그램은 없지 않았나.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예컨대 첫 방송의 분단위 시청률을 뽑아봤더니 처음 1분 시청률이 0.006% 정도 나왔다. 사람들이 춤에 관심이 거의 없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낙관적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의미는 있겠다 생각했다.
-와 , 과 를 같은 선상에 놓고 자주 이야기한다. 해외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장르적으로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포맷을 그대로 들여올 경우 바이블이라는 정해진 룰이 있기 때문에 변용할 가능성이 없다. 다음 시즌에도 똑같은 국밥을 먹는 느낌이다. 그 안에서도 나름 재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이너스에서 출발하더라도 자체 프로그램으로 시즌이 지날수록 발전해나가는 편을 선호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피로를 느낀다는 시청자가 있고 실제 사라진 프로그램도 있지만, 가 성공했고 앞으로 또 다른 종류의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마련돼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개인적으로 볼 때는 꽤 오래갈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방송사가 방송 사업자라기보다는 프로그램 공급자라는 형태로 재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방송사가 ‘이거 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참여하고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 미래형 프로그램이 아닐까.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개인사가 너무 드러난다, 경쟁을 부추긴다는 건데.= 할 때 ‘사연스타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웃음) 하지만 리얼리티라는 게 실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거잖나. 그러다보니 참가자가 춤이나 노래를 위해 달려온 이야기들을 잘 버무려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눈물만 빼내는 것 같고 보는데 짜증이 난다면 그건 100% PD가 미숙하게 만든 탓이다. (프로그램을 여럿 거치며) 이제는 좀 정리가 된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인터뷰를 할 때 개인사를 억지로 끌어내진 못한다. 또 경쟁이 없는 리얼리티가 있을 수 있나. 경쟁이 없다는 것은 천국, 낙원? (웃음) 물론 경쟁을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음악으로 다른 어떤 프로그램을 더 만들 수 있을까.=Mnet에서는 음악이라는 틀만 심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궁무진하다. 요리를 하건 패션을 하건 음악과 결부할 수 있는 거라면.
“쇼는 단순화, 참가자 진지함 부각”올리브 하정석 PD() 연출)=어떤 레시피가 주어졌을 때 스태프들도 미리 회의를 하는데, 제각각 생각하는 게 다르다. 시청자도 저마다 상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음식을 놓고 그렇게 해석의 여지가 다르다는 게 재미있다.
-영국판 ‘마스터셰프’와 한국 ‘마셰코’의 차이점을 설명한다면.=우리가 참고한 것은 오스트레일리아판 ‘마스터셰프’다. 해외 ‘마스터셰프’는 미션이나 룰이 많은데 우리는 우승자와 탈락자를 결정하는 미션 크게 두 가지로 축약했다. 쇼는 단순화하고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참가하는 모습을 부각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간접광고(PPL)가 많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만드는 입장에서 힘든 점은 없나.=보기에 불편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만들 때 아주 많이 고민한다. 제작 여건상 피해갈 수 없는 입장이고. (시판 소스가 주어졌을 때) 처음에는 후배들이랑 농담으로 “차라리 라면을 끓이지, 이걸 왜” 하는 반발도 있었다. 완성된 소스를 미션에 쓰는 것을 다른 나라의 어떤 방송에서도 본 적이 없었으니. 어떡하지, 하다가 그냥 만들어봤다. 내가 파스타소스를 만들면 1시간30분은 걸리는데, 이런 소스를 쓰면 10분이면 요리가 끝난다. 어떤 설문 결과를 보니 미국 사람들은 하루 30분만 요리에 투자하고 싶다고 답했다더라. 그래서 30분 미션이면 시청자가 따라하기도 좋고 긴장감이 있어 좋겠더라.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제법 괜찮은 제품도 종종 있었다. 다만 자연스럽게 녹이려고 하는 게 더 우습고 힘들어서 흐름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PPL을 드러내는 편이다.
-음식에 노하우가 있는 회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를 찍을 때 얻는 장점도 있나.=오히려 부담스럽다.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 그게 팔린다 안 팔린다는 노하우는 있지만, 이 회사가 음식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경험은 많지 않다. 더 맛있어 보이게 찍어야 하고, 그릇 하나, 냅킨 하나 등 디테일에 신경 쓰라는 주문도 많았다. 혼난 적도 있다. 촌스럽다고.
- 시즌3을 미리 예고하면.=11월 말부터 캐스팅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스튜디오를 옮길지도 모르겠고 세트와 포맷, 인터뷰 방식, 지원자 면접 방식 등을 다 바꿀까 고민 중이다. 내년 상반기나 돼야 촬영에 들어가서 아직 뚜렷한 건 없지만 전혀 새로운 를 볼 수 있을 거다.
“나라를 잘살게 하는 게 목표다” 방송사업부문 신형관 상무(<mnet>(MAMA) 총괄)</mnet>=언제나 받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래서 답도 에프엠으로 준비돼 있다. (웃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잘살게 만드나 생각하면, 그게 문화산업이다. 문화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 쪽으로 옮겨올 텐데 그때를 대비하는, 아시아를 아우르는 시상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화권이나 아시아의 음악시장이 성장하고 주류가 될 때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해왔다. 한 10개월 정도 준비해서 4시간을 불태우는 거다. 1천 명 이상의 스태프가 무대 뒤에서 움직인다. 말하기 거북할 정도로 큰 제작비도 들어간다.
-매년 해외 개최로 국내 팬들이 소외된다는 질타도 있는데.=언젠가는 한국에서 큰 공연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엠카운트다운’ 같은 쇼는 매주 하고 있으니까 국내 팬들도 좀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한번 진짜 멋지게, 태어나서 처음 보는 쇼를 만들 자신은 있다.
-매년 화제성 있는 퍼포먼스가 나오는데, 어떻게 기획하나.=1년 동안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그중에서 엑기스가 나온다. 그걸 모아서 하면 된다. Mnet에는 아티스트마다 담당 PD가 있다. 에서 쇼가 11개라면 PD 6~7명이 자기 프로그램을 만들듯 쇼를 만든다. 그런 이들과 기술감독, 가수들이 함께 만드는 무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류의 실체가 정말 있을까. 화면에 잡힌 마니아 몇몇만을 너무 부풀려 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집결된 마니아들뿐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거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확산되는 것이 콘텐츠지 처음부터 월드스타가 되는 건 아니잖나. 계속 두드리고 시도하는 이유다.
-CJ가 대중음악 시장에서 추구하는 아시안 글로벌, 한류와 관련해서 어떤 계획과 목표가 있나.=거창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나라를 잘살게 하는 게 목표다.
-정말로?=거짓말 같나? 너무 거창해서? 나는 진짜 믿는다.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사업보국이라고 하잖나. 개인이 먹고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20년 일했으면 할 만큼 했다. 이제 다음 세대가 더 잘살게 만드는 것, 지금 내가 누렸던 풍요로움보다 더 누릴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 음악을 하려면 CJ와 일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 시도하고 만들어보기에 좋은 환경” 드라마사업본부 최진희 상무곽정환 PD(‘빠스껫볼’ 연출·사진)=곽정환(이하 곽) 앞으로 3년 더, 10주년까지 기다리기가 그래서. (웃음)
-특별히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나.=곽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박제화된 시대가 아니라 그 시절에도 청춘들이 있었다, 뜨겁게 사랑한 젊음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민족적 정체성, 국가 정체성 같은 극적 장치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젊은이들이 갖는 꿈과 신념, 그리고 그것이 시대와 충돌하고 갈등하고 다시 극복하는 과정들…. 지금 세대가 보기에도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의식을 담아내면서도 훨씬 극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진희(이하 최) 항상 그렇진 않지만 신인을 많이, 과감하게 기용하는 편이긴 하다.
곽 ‘빠스껫볼’에서는 주인공들이 22~23살이니까,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고 자기 정체성도 형성해나가려는 젊은이들의 느낌은 오히려 신인이 더 어울리겠다 생각했다.
-‘빠스껫볼’의 경우는 아니지만, 인기 있는 tvN의 드라마 여러 편에서 가난이나 고통 같은 소재는 희미하다는 지적을 들었다.최 우리가 겨냥하는 타깃이 지상파보다는 조금 젊은 층이어서 그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 한다. 오히려 재벌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없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미국 에미상에 온라인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즈’가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는 등 플랫폼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에 대한 대비도 있나.
곽 아직 지상파를 완전히 이길 만한 새로운 매체는 없지만 누구나 흐름이 그렇게 갈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다.
최 만드는 입장에서 플랫폼이 달라진다고 해서 형식이나 내용도 달라져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곽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드라마가 나갈 때 시청자의 반응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낀다. 모바일에서 드라마를 내보낼 때는 훨씬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서 감을 잡기 전에는 단언할 수 없을 것 같다. 외국의 경우 인터랙티브 구조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해왔고 실제 제작과 방영이 됐음에도 ‘이것이 온라인 드라마다’라고 정의하는 것이 없다.
최 아직은 과도기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것을 시도하고 새로 만들어보기에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김문수, “내란공범” 외친 시민 빤히 보면서 “경찰 불러”
공수처 넘어온 내란 수사…‘수취 거부’ 윤석열 직접 조사 속도전
‘권’모술‘수’ 세트 [그림판]
‘내란당’ 오명 반성은 어디로…‘이재명 혐오 확산’ 사활 건 국힘
한덕수, 오늘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무게
경호처가 윤석열 수사 거듭 막는데…한덕수 ‘강 건너 불구경’
극우 유튜브에 빠진 대통령, ‘내란의 기원’
‘기억의 습작’ 그룹 전람회 출신 서동욱 별세…향년 50
1호 헌법연구관 “윤석열 만장일치 탄핵…박근혜보다 사유 중대”
윤석열, 헌재 문건 수령 죄다 거부…과거에도 ‘거부권’ 남발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