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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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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점거할 99%를 위한 안내서

등록 2011-10-13 11:14 수정 2020-05-03 04:26
점거는 가지지 못한 자들이 행하는 최후의 권리다.
68혁명의 주역들은 대학을 점거하고, 거리를 점유하고, 모든 질서의 혁명을 요구했다.
68혁명의 후예들은 부자가 비운 건물, 자본이 버린 공장을 점거해 다른 삶의 질서를 실험했다.
브라질의 농민들은 정부가 방치한 벌판과 토호가 독점한 땅을 점거하고 무토지 농민운동을 벌였다.
용산의 철거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재개발 건물과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이유는 명확하다.
점거는 벼랑으로 몰린 자들의 최후의 방어권, 존재를 절규하는 방식이다.

마침내 미국 뉴욕 월가를 점거하자는 이들이 나타났다.
백악관 따위가 아니다. 거기에 누가 들어가 있어도 세상이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말한다.
1%의 자본 혹은 1%의 금융 또는 1%의 부자가 아닌 99%의 평범을 자처하는 이들은 몸으로 말한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만 하는 투표의 힘보다 지금 여기서 세상을 바꾸는 행동의 힘을 믿자고.
조금 다른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체제의 근본을 묻는다. 지금 체제의 심장을 멈추게 하자고 말한다.

미국의 재정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를 심화시켰듯이, 미국의 점거가 유럽의 점거를 부르고 있다.
올해의 구호로 남을 “함께 점거하자”(Occupy Together) 물결은 네트워크를 타고 세계로 퍼졌다.
삶의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연금생활자들, 살인적인 45% 실업에 지친 스페인의 청년들
아무리 일해도 가난한, 일할 권리조차 없는 세계의 99%들이 각자의 광장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시위부터 유럽의 역사까지, 오늘의 위기가 궁금한 당신을 위한 글들을 모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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