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LG필립스디스플레이, 중화픽쳐튜브스리미티드 등 5개 CDT(컴퓨터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 생산업체들은 지난 1996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총 148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제품 판매 가격과 생산량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를 위반했습니다.”(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
“CDT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현재는 생산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대폭 깎아줄 것을 요청합니다.”(삼성SDI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
사업자 영업비밀 보호 위해 비공개
지난 1월26일 서울 서초동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6층 전원회의장. 공정위에 상정된 한국·중국·대만 등 3개국 5개 CDT 생산업체들의 국제카르텔 사건을 놓고, 조사를 맡은 정중원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과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SDI의 변호사 간에 공방이 이어졌다.
은 공정위 전원회의의 사건 심의·의결 과정을 국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취재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1981년 공정위 설립 이후 사건 심의·의결 과정이 사건의 이해당사자들이 아닌 제3자에게 공개되기는 30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경제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칙을 깨는 담합, 불공정거래 행위 등 기업들의 반칙 행위를 제재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의 처분은 법상 1심 재판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기업은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바로 항소한다. 이처럼 준사법기관의 독특한 성격을 갖는 공정위는 9명의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들의 합의제로 운영한다. 또 공정한 사건 처리를 위해 관련 절차도 법원의 소송 절차를 본떠 거의 유사하게 진행된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공정위 사건 처리 절차는 대부분 민·형사소송법 절차에서 따온 것”이라며 “심사관의 심사결과 요지 진술, 피심인의 의견 진술과 같은 모두절차, (공정위 상임·비상임) 위원이 심사관이나 피심인에게 질문할 수 있는 석명권·질문권 부여 등은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은 공정위 전원회의의 사건 심의·의결 과정을 국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취재했다.1981년 공정위 설립 이후 사건 심의·의결 과정이 제3자에게 공개되기는 30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작 가장 중요한 전원회의의 심의·의결 과정을 지난 30년간 사실상 외부인에게는 비공개로 운영해왔다. 사회의 감시·견제 역할을 하는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에도 예외는 없었다. 대학생들의 방청은 수업의 연장 차원에서 수차례 허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심리·의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43조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공정위는 법 43조에 붙어 있는 ‘법 위반 혐의 사업자의 사업비밀 보호 필요성이 인정될 때는 비공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그 근거로 삼아왔다. 이 단서조항을 내세워 지난 30년간 언론이나 다른 외부인의 전원회의 방청을 가로막는 ‘방청사전허가제’를 시행해온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온 격이다.
이같은 공정위의 비공개 관행은 공정거래법의 공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 준사법기관으로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강조해온 공정위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더 근본적으로 헌법 109조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 것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헌법도 재판 비공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지만,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안녕질서 방해,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을 때에 한해 법원 결정으로만 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실제 일반 재판의 경우 성폭력범죄처럼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주로 비공개를 하고, 공정위처럼 법 위반 사업자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로 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이적 행위”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내부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사건처리 절차규칙 40조의 2는 법 위반 혐의 기업이 영업비밀 보호를 희망할 때는 전원회의 5일 전까지 서면으로 신청하고, 공정위는 회의 전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하며,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조처는 관련 부분의 진술시 일시 퇴장하는 방식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기업들이 기일도 안 지키고, 서면이 아닌 구두 요청만 해도 영업비밀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해왔다. 그 방법도 일시 퇴장이 아니라 아예 방청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로부터 회의장 입장을 허용받은 방청객도 심사관이 사건에 대한 처분조처를 발표할 때는 퇴장하도록 하는 현행 절차는 아예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관의 처분조처는 재판으로 치면 검사의 구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개를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관의 처분조처를 들은 뒤 위원들의 합의로 최종 제재 수준을 발표하는데, 앞서 발표된 처분조처보다 수위가 약하면 불필요한 ‘봐주기 시비’가 일기 때문”이라고 구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새로 부임한 김동수 신임 공정위원장도 심사관 처분조처 발표 때 방청객 퇴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별도의 보완 지시를 내렸을 정도다.
공정위의 회의 비공개 결정이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이뤄져 특혜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정황도 포착된다. 공정위 심판관리관실은 의 5개 CDT 생산업체들의 국제카르텔 사건 방청 신청에 대해 처음에는 기업들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거부 방침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에 해당할 내용이 없는데 방청을 불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돼 방청 허용 쪽으로 급선회했다. 업체들이 담합한 품목이 이미 수년 전 생산이 중단된 CDT인데 무슨 영업비밀 보호 사항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의 전원회의 방청 신청은 특별한 경우”라면서 “그 이전에는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에 담당 부서에서 피심인 기업 쪽에 전화로 물어봐서 영업비밀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기업들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대해 신중하게 살펴보지도 않고 거의 관행적으로 수용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급적 법 위반 사실을 감추고 싶은 기업들로서는 전원회의 공개를 원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반대로 전원회의를 공개해 기업들의 법 위반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제재 조처의 실효성을 높이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공정위의 전직 고위 간부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의 경우 신체 처벌을 받는 일이 거의 없고 과징금도 실제 법 위반 행위로 얻은 이득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아 사실상 제재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기업의 법 위반 사실을 사회에 널리 알려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회의를 비공개하는 것은 스스로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이적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위는 비공개 회의 5%에 불과
공정위의 비공개 운영은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송위)의 운영 방식과 뚜렷이 대비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22조 2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개가 적절하지 않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심의위원회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또 같은 법 시행령 9조에서는 회의를 비공개하는 사유로 국가안정 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법령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사항,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는 외견상 공정거래법 체계와 유사하다. 시행령에서 비공개 사유를 더 구체적으로 담고 있고, ‘기업의 사업상 비밀’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은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방송위는 실제 운영에서는 비공개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방송위의 김동철 의안조정팀장은 “안건 수 기준으로 볼 때 비공개되는 비율은 5% 미만”이라면서 “통신사 간 인수·합병 심사, 업체 선정 관련 사안 등 불가피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의 회의 공개는 방송 관련법 위반 기업들에 시정조처와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내릴 때도 대부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럼 방송위는 기업들의 사업상 비밀 내지 영업비밀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을까? 김동철 의한조정팀장은 “개별 기업으로서는 제재 내용을 사업상 비밀로 보호받고 싶겠지만, 방송위로서는 개별 기업의 사업상 비밀 보호로 인해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 수많은 이용자에게 관련 내용을 공개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공정위도 비공개의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하고,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공정위 전원회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은미 심판관리관(변호사)은 “공정거래법상 공개 원칙인데도 그동안 사실상 비공개로 운영돼온 것은 문제 소지가 있어 개선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내부 규칙은 안 지켜도 좋다?
이처럼 공정위가 설립 이후 30년간 유지해온 비공개 관행이 존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예기치 않은 한 사건이 큰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16일 우유 담합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당시 사건의 참고인인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의 법률 자문을 하기 위해 전원회의 방청석에 앉아 있던 오영중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가 공정위 직원들에게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끌려나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 변호사는 “공정위가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재판 공개 대원칙과 적법절차 원리를 침해했다”면서 “공정거래법 제43조 1항의 단서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원회의 방청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오 변호사 사건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 변호사 사건으로 회의 비공개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의 방청 요청을 공정위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본 기자의 경우 2년 전인 2009년 초 전원회의 방청을 세 차례에 걸쳐 신청했으나 공정위가 난색을 보여 불발로 끝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전원회의 비공개 운영에 대한 개선안 마련이 신속하게, 그것도 전면 공개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우선 공정위는 개선안 마련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은미 심판관리관은 “상반기 말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공정위가 물가 불안 대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으로 인해 바쁜 것은 이해가 되지만, 당장 위헌 지적까지 제기되는 이번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 변호사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따지면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개선안 마련 작업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기업들이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거의 관행화되는 추세인데,법원에서 동일한 사건을 다룰 때 기업의 사업비밀 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공정위 간부
공정위의 소극적 자세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확인된다. 공정위는 회의의 비공개 운영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헌법 109조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은미 심판관리관은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재판 역할을 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1심 재판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정위는 정식 재판이 아닌 만큼 헌법상 재판 공개 원칙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심판관리관은 또 “공정거래법의 특성상 법 위반 기업들의 사업상 비밀 보호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방송위와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이는 공정위가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회의를 완전히 공개하기보다는 상당 부분 비공개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음을 엿보게 한다. 김 심판관리관은 공정위가 그동안 내부 절차 규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규칙은 일종의 훈시 규정과 같아서, 적정 심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대로 지키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규정상 기업들이 회의 5일 전까지 비공개 필요성을 서면으로 신청하도록 돼 있지만, 사정이 있어 2~3일 앞두고 신청했더라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김 심판관리관의 주장에 법학자들은 얼마나 동의할까? 이상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헌법학)는 “공정위가 법률적으로 1심 재판은 아니기 때문에 헌법 109조의 재판 공개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억지 변명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주장은 공정위 처분이 1심 재판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한 현행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상 3심제도에 배치돼 위헌이라는 지적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공정거래법의 특성상 기업들의 사업상 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 보호나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당사자주의 적용을 위해 재량 범위를 엄격히 해야 한다”면서 “법령에는 법·명령·규칙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공정위 간부가 내부 규칙을 안 지켜도 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공개 관행, 특혜 의혹의 진앙지
전·현직 공정위 간부들도 기업들의 사업상 비밀 보호를 이유로 전원회의를 비공개로 운영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실제 사건을 심의·의결을 하면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필요성을 느낀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정히 비밀보호 필요성이 있는 내용이라면 법원처럼 서면 참고자료로 제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전원회의 공개 원칙을 지지했다. 공정위의 한 간부도 “사실 회의를 비공개로 할 이유는 없는데,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요즘에는 기업들이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거의 관행화되는 추세인데, 법원에서 동일한 사건을 다룰 때 기업의 사업비밀 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법원도 인정하지 않는 기업들의 사업비밀을 공정위가 굳이 인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동안 공정위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공정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도 회의 비공개 관행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과다 감면 의혹’(2009년 9월14일), ‘대형 종합병원의 제약사에 대한 기부금 강요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의혹’(2010년 3월24일), 삼성전자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에 대한 무혐의 처분의 봐주기 의혹‘ (2010년 7월5일), ‘LPG 담합 사건 관련 과징금 912억원 축소 의혹’(2011년 1월16일), ‘농협중앙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미부과 특혜 의혹’(2011년 1월17일)….
최근 2년여 동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나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 중에서 굵직한 사안들만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공정위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공정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도 회의 비공개 관행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정위의 한철수 사무처장은 “외부에서는 공정위가 기업들을 봐준다고 의심하는데 억울할 때가 많다”면서 “실제 회의에 들어와서 직접 심의·의결 과정을 보면 그런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밖에서도 전원회의 공개가 공정위 제재의 적정성·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의혹을 불식시키는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공정위가 다룬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기업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의 박선숙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은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고시 한 줄만 개정해도 법 위반 기업의 과징금이 수십억원씩 줄었다 늘었다 할 정도로 큰 권한을 가진 만큼 규정과 절차가 정당하고 엄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공정위가 규정을 잘못 적용해 기업에 큰 특혜를 줘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는데, 공정위 회의가 공개되면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도 “준사법기관 역할을 하는 공정위가 국민의 알 권리 보호 등의 차원에서 회의를 전면 공개하면 절차적 투명성과 제재 조처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 구성·직급도 조정해야
공정위 안팎에서는 전원회의를 전면 개방할 경우 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의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도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금은 위원 9명 중에서 절반 가까운 4명이 비상임위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9명 모두를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고 이들의 직급도 1급에서 차관급으로 높여, 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모두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모두 상근직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비공개 관행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일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과감히 인정하고 신속하게 개선책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공정위의 신뢰성과 위상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