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빛나는 것처럼, 치킨집 수가 많은 곳에 롯데마트가 위치했다. 12월9일 현재 전국에서 ‘프라이드·양념치킨’이라는 업종으로 영업하는 치킨집은 3만852개에 달한다. 은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실로부터 이들 치킨집과 피자집의 현황자료를 받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롯데마트와 이마트 주변을 분석했다.
롯데마트 점포당 평균 126.4개 치킨집 맞물려
그 결과 3만838개(14개는 주소가 부정확해 제외) 치킨집 가운데 33.6%인 1만363곳이 ‘통큰치킨’을 판매한 롯데마트 매장 82곳으로부터 반경 3km 안에 있었다. 이른바 ‘닭세권’(누리꾼들이 역세권을 비틀어 ‘통큰치킨’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을 표현한 말) 안이다.
롯데마트 한 점포당 닭세권 내에 126.4곳의 치킨집이 있는 꼴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부회장은 “대형마트의 경우 승용차로이동하는 고객이 많아 롯데마트 치킨의 영향이 반경 5km에 달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의 말대로 롯데마트 주변 5km로 닭세권을 확대할 경우 1만6562곳이 포함돼 절반이 넘는 치킨집이 영향권에 있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영향이 컸다. 서울 구로점의 경우 닭세권(반경 3km 기준) 치킨집이 439개로 가장 많았고 서울 청량리점(419개), 인천 삼산점(416개), 서울 금천점(397개), 서울 도봉점(328개) 등의 순이었다. 이들 지역에는 소형주택에 거주하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도 특징적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청량리점을 제외하고는 주변의 10만 세대가 공동주택(아파트와 5층 이상 빌라)에서 살고 있었고, 66.12㎡(20평) 미만의 집에서 살고 있는 세대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구로점은 닭세권 안에 전체 15만9577세대 가운
데 7만9167세대(49.6%), 삼산점은 18만8696세대 가운데 11만4051세대(60.4%)가 소형주택에서 살고 있다. 금천점과 도봉점도 전체 각각 11만2777세대와 15만1968세대 가운데 소형주택에서 살고 있는 세대가 6만9749세대(61.8%)와 8만8352세대(58.1%)에 이르렀다.
반면 소형주택 비중이 적은 곳은 치킨집도 적어 상대적으로 ‘통큰치킨’의 영향이 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있는 롯데마트 수지점은 반경 3km 안에 10만여 세대가 살지만, 비슷한 규모의 지역에 비해 절반가량인 162곳의 치킨집이 있었다. 이곳은 10만178세대 가운데 66.12㎡ 이하 규모의 집에 살고 있는 세대가 2만3689세대(23.6%)다. 소득수준이 낮은 곳에 서민들이 즐겨찾는 간식인 치킨을 파는 가게가 몰렸고, 이들 지역에서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 영향이 더 컸던 셈이다.
특히 2km 안팎으로 롯데마트 3곳이 몰려 있어 누리꾼들이 ‘버뮤닭삼각지대’(버뮤다삼각지대에서 배나 비행기가 사라진 것처럼 이곳에 있는 치킨집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뜻)라고 부른 지역에도 치킨집이 많았다. 인천 부평점·삼산점·부평역점 인근3km 안에는 치킨집 417곳이 몰려 있었다.
3만838개의 치킨집 가운데 33.6%가 치킨을 판매한 롯데마트 매장 82곳의 ‘닭세권’인 반경 3km 안에 있었다. 승용차로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반영해 주변 5km로 확대할 경우 절반이 넘는 치킨집이 영향권에 있었다.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는 과연 주변 치킨집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통큰치킨 판매를 끝내는 12월15일 롯데마트 영등포점을 찾았다. 이날 기온은 영하 20℃였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 롯데마트. 이를 중심으로 반경 3km 안에 261곳의 치킨집이 있다. 이 반경의 온도 또한 영하 20℃였다. 9만7천여 세대가 살고 있고, 반경을 오가는 이들은 깊이 움츠렸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문은 단 3건마트 안은 온화했다. 오후 4시 10여 명이 줄을 서 ‘통큰치킨’을 구매하고 있었다. “지금 더 살 수 있느냐”는 주부에게 점원은 안내했다. “주문이 오전에 이미 마감됐습니다. 오늘로 끝입니다. 특별행사로 하는 것이라 더 주문은 안 됩니다.” 주변 치킨집 주인들로선 애타게 바라던 바다. 일주일 판매만으로도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이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박진만(51·가명)씨도 치킨집 사장이다. 영등포 당산동5가에 프랜차이즈 ‘○○치킨’을 개업한 게 2009년 3월이다. 롯데마트 영등포점으로부터 1km가량 떨어져 있다. 이 사이를 직선으로 그어 ‘치킨로드’라고 부르며 걷다 보니, 3개의 치킨집을 만난다. 배달도 되는 치킨맥줏집 1곳(치킨○○○), 홀 서비스만 가능한 치킨맥줏집 1곳(○○치킨○○), 그리고 배달 전문의 박씨 가게다.
박씨는 평생 남의 밑에서 건축일만 했다. “철골, 패널 전문이었어요. H빔 세워 공장 짓고, 물류창고, 교회 짓고 그랬지. 월평균 250만원을 벌었어.” 치킨집에 먼저 5천여만원을 투자했던 동생에게 가게를 인수해 매달 갚아간다. 3천만원이 남았다.
‘돈 번다’는 상인을 만나보지 못했다. 박씨는 그래서 자꾸만 영수증을 보여줬고, 카운터 컴퓨터로 기자를 이끌었다. 16.5㎡(5평) 남짓 가게에 설치된 유일한 전자장비다. 하루하루 박씨의 ‘생사여탈’을 수치화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지금까지 하루 매출이 12만~15만원 정도 돼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롯데 치킨 생긴 뒤로, 봐. 지금 6시잖아요. 그런데 3콜이잖어. 3만~4만원밖에 안 되는 거예요.” 카운터 컴퓨터는 3개의 주문내역만 외고 있었다. 전화 주문이든, 가게에서 이뤄진 주문이든 1콜로 입력된다. 대신 1콜은 치킨 한 마리일 수도, 두 마리일 수도 있다.
“지난달 하루 40콜가량이던 것이 최근 25콜 안팎으로 줄었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한달 1200콜가량이 돼야 매출 2천만원을 달성한다. 그래야 “(자신의) 인건비를 많이 쳐서 200만~300만원 가져간다.” 그러나 올 한 해 1월과 11월만 2천만원을 넘겼다. 넉 달은 1600만원이 안 됐다. 성수기 겨울 길목에 5천원짜리 통큰치킨을 만났다.
갈 곳 없는 40~50대 가장들의 마지노선
원가를 물었다. 박씨는 또 영수증을 가져왔다. ‘오리지널 치킨’ 한 마리 판매가는 1만4천원이다. ‘11호’로 구분되는 닭 재료를 4500원에 납품받아 만든다. 무 320원, 종이상자 370원, 비닐 90원, 콜라 312.5원이 당장 더해진다. 배달비가 1건당 3천원이다. ‘배달 알바’가 없어 옆 가게 아이를 한 번 시킬 때 주는 돈이다. 1시간당 5천원에 ‘배달 알바’가 평일 2명, 주말 3명 고용된다. 거기에 가게 임대료 80만원, 가스비 35만원, 오토바이 주유비 15만원(대당), 가게 부식비 80만원 등이 더해져야 한다. 장부에 적힌 지출 항목은 더 많았다.
“평소 같으면 지금까지 하루 매출이 12만~15만원 정도 돼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롯데 치킨 생긴 뒤로, 봐. 지금 6시잖아요. 그런데 3콜이잖어. 3만~4만원밖에 안 되는 거예요.” -서울 영등포 ‘○○치킨’ 사장“말로만 하는 게 아니여, 봐봐요. (가계부를 펼치며) 수도 없이 들어가는 거예요. 오토바이 보험, 가게 월세, 가스, 전기, 수도, 알바비, 교대비용, 광고비, 박스, 광고신문, 거성광고, 생맥주, 음료수… 다 일일이 안 적어서 그렇지, 오토바이 수리비, 가게 전화비, 카드단말기 요금까지 내야죠. 이 가운데 증빙 안 되는 게 많아요. 당장 알바비도 현금으로 주는데.”
원가는 박씨의 손 밖에서 차곡차곡 늘어 있었다. 지역의 다른 영세사업자들의 생존과도 차곡차곡 맞물렸다. 박씨는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리고 붙이는 광고업체 등에도 매달 70만~8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박씨에게는 작은 가게가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이곳을 잃을 경우 50대의 몸을 이끌고 건설일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일할 공간을 잃을 경우 아내가 미싱일로 버는 100만원으로 아들과 딸을 포함해 네 식구가 먹고살아야 한다. 박씨처럼 대부분 자영업자는 가게를 생계의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서울 롯데마트 도봉점 주변의 치킨집도 비슷하다. 이곳은 롯데마트를 끼고 반경 100m 안에 10개가 넘는 치킨집이 몰려있다. ‘치킨○○○’ ‘치킨○○’은 아예 붙어 있다. 치킨○○○의 강아무개(39) 사장은 “롯데마트가 치킨을 팔면서 주변에서 배달 주문이 뚝 끊겼다”며 “하루 30콜이 2콜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도가 난 회사를 나와 3년 전인 2007년께 서울 미아동에 4억원을 들여 주점을 창업했다. 하지만 초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사가 아니었다. 결국 1년 만에 홀랑 까먹고, 친척에게 1억4천만원을 빌려 33㎡(10평) 규모의 치킨집을 차렸다. 명절에도 가족들이 번갈아 일할 정도로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야 한 달에 300만원의 순이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이제 40대가 되는데 다시 받아줄 회사도 없어 이곳이 마지막 보루인 셈”이라며 “그나마 롯데마트가 치킨 판매를 중단해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말한 대로 롯데마트는 ‘애초 생각과는 달리 주변 치킨 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7월 이마트 역삼점을 시작으로 판매된 이마트 피자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오히려 판매 점포가 늘어 12월17일 현재 이마트 매장 54곳에서 팔고 있으며, 내년에는 8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유일하게 해외 진출한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해외에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의 영세상권까지 파고들어 이윤을 추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이마트 주변 피자집은 얼마나 될까? 같은 방법으로 GIS를 이용해 이마트 주변 피자집을 살펴봤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12월9일 전국에는 9034개 피자집이 영업 중이다. 치킨집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지만, 그래도 상당하다. 이 가운데 9032개(2개는 주소 확인 불가능)를 분석한 결과, 이마트가 피자를 팔고 있는 54개 점포 주변 3km에 총 2716곳의 피자집이 영업 중이었다. 전체의 30.1%에 달한다. 점포당 평균 60개의 피자집이 근처에 있다.
점포별로는 서울 이마트 구로점 근처에 150개로 가장 많은 피자집이 몰려 있었고, 서울 신도림점(129개), 경기 부천 중동점(117개), 서울 은평점(115개), 서울 영등포점(112개) 등의 순이었다. 내년에는 피자를 판매하는 이마트 점포가 80여 개로 늘어날 계획이어서 영향을 받는 피자집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마트 점포 주변엔 평균 60개의 피자집이마트 피자를 주변 상인들은 원망하고 있다. 연국흠 피자스토리 가맹본부 사장은 “전국에 42곳의 가맹점이 있는데 대부분 소규모로 영세상인들이 운영한다”며 “이마트가 피자를 팔면서 경기도 덕소 등 이마트 매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서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자는 겨울과 봄에 많이 나가는 편이고 어쩌다 먹는 것인데 이마트에서 판매를 하니까 가맹점들이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11월 기준 553만1천 명이다. 2008년 4월 603만4천 명이었는데, ‘600만 명 시대’에서 어느새 50만 명이 줄었다. 새로 창업한 수를 감안하면 폐업한 가게는 더욱 많은 셈이다. 그런데도 창업하는 사람은 많다. 국세청은 2009년 창업자가 92만5천 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24만2천 명(26.2%)은 2007~2008년 회사를 퇴직한 이들이라고 밝혔다.
새로 시작한 자영업자는 대기업이 영업하는 업종을 피해야 한다.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같은 업종에서 자영업자끼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새로운 영역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으니 중소 자영업자들은 더욱 벼랑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예가 학원사업이다. 과거 중소 학원들이 터를 닦던 곳에 대기업이 뛰어든 것이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을 통해 우리교육홀딩스 등 전국 9개 학원법인의 지분 51%를 360억원에 인수해 전국에 55개 학원을 갖게 됐다. 웅진그룹 역시 최근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은평구 등에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수학전문 학습관 직영점 17곳을 열었다. 또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10월 자회사인 이투스를 청솔학원에 매각하는 대신 청솔학원의 지분 19.9%를 갖게 됐다. 이처럼 대기업의 학원사업 진출에 위기감을 느낀 동네 학원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밖에도 오리온은 자회사인 영화 투자·배급사 미디어플렉스를 통해 ‘참살이 탁주’를 인수해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신발유통업(삼성), 주류소매·정수제조(LG), 집단급식소 위탁경영(GS) 등도 대기업들이 회사를 인수해 영역을 넓힌 업종이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사업유보금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상위 15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2007년 28조179억원에서 2009년 27조3240억원으로 약간 줄었다. 사업유보금은 기업의 순이익 가운데 세금, 배당금, 임원 상여금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 돈을 제외한 것으로, 유보금이 많은 것은 투자를 하지 않고 많은 돈을 쌓아두었다는 것이다. 결국 큰 투자 대신 중소기업이 닦아놓은 안정적인 사업에 막강한 자본력으로 ‘숟가락 얹기’식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 피자에 대해 한 트위터 이용자가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고 쓰자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네요”라고 반박했다. 이마트는 유일하게 해외 진출한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마트 중국 사업은 지난해에만 6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해외에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의 영세상권까지 파고들어 이윤을 추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대기업에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헌법은 ‘경제 민주화’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119조에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는 민간위원회인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내년에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을 정해 대기업에 진출 자제를 권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임원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써야 할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경제 민주화를 해치는 것”이라며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 노력을 해야 하고 대기업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세상권 보호에 대해서는 ‘시장 감시자’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치킨을 비롯한 대형마트의 염가 판매에 대해 매장시설 비용, 유통비용, 광고비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한 원가와 판매가격의 적정성, 납품 과정에서 대형마트의 지배력 남용 행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이마트 피자의 ‘회사기회 유용’
지배주주 가족의 배만 불리는 피자
이마트는 피자 판매를 계속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현재 피자를 판매하는 매장 54곳을 8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판매 매장이 늘어날 때마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이익을 많이 얻게 된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2005년 1월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의 제과 부문을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다. 처음엔 조선호텔이 100% 지분을 소유했다. 4개월 뒤인 5월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씨에게 40%의 지분이 넘어갔다. 이에 대해 당시 참여연대는 “신세계그룹이 자체 사업 부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뒤 그 지분을 지배주주 자녀가 인수해, 신세계그룹 백화점·할인점에서의 제과사업 기회를 편취했고 편법적인 부의 상속을 실현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은 이마트 피자에 똑같이 적용된다. 정유경씨의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대주주인 이마트가 동생이 대주주인 조선호텔베이커리에 이마트 피자의 독점 판매권을 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돼 내부거래를 통해 지난 5년간 성장한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또 한 번 이익을 창출하게 된 셈이다. 아울러 이마트 역시 피자를 자사가 직접 만들어 팔거나 경쟁납품을 통해 더 좋은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었음에도 지배주주의 가족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평론가 박경철씨는 “과거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기업들이 자녀에 대한 불법적 자산 증여와 자산 증식을 위해 사용해온 전형적 수단”이라며 “앞으로는 상생을 외치고 뒤로는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이념적 소비’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한국 부자들의 모습에서 상생과 공정이 공허한 화두일 뿐임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이마트 피자는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지배주주가 대신 수행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회사기회 유용’에 해당한다”며 “상법 개정을 통해 회사기회 유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박영선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의 상법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롯데마트 치킨 판매가 계속됐다면
30년 터줏대감 치킨집도 밀려나
롯데마트의 치킨 장사가 계속되었다면? 미래의 일단은 서울 삼양시장(강북구 미아리)에서도 볼 수 있다. 삼양오거리 앞 삼양상가에 입점해 장사하던 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건물 재건축을 이유로 모두 퇴거했다. 떡집, 옷가게, 치과, 슈퍼마켓 등 47개 점포였다.
삼양상가를 소유한 삼양시장(주)은 당초 이들에게 특약 사항을 강제해 임대계약을 해왔다. “건물 재건축, 리모델링 등에는 통보일로부터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3개월 이내 점유 점포를 명도하여주며, 본 약정을 어길 시 발생되는 손해는 을이 지급한다.”
그래도 별 마찰 없이 특약은 지켜졌다.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재건축이 인허가됐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정비하고 현대화할 것이라며 상인들은 들떴다. 올 10월 새로 단장한 건물에 롯데마트가 통째 입점하기로 한 사실을 알기 전까지다. 삼양시장 상인연합회 쪽은 “재건축 사업 인가가 나기 전인 2008년 6월 이미 입점에 대한 약정이 체결됐다”며 “재입점할 수 있는 권리를 알려주지 않고, 불공정 특약 조항을 이용해 사실상 상인들을 쫓아낸 것”이라고 말한다.
47개 점포 가운데 6개 점포가 당시 삼양시장 뒷골목으로 옮겼다. 하지만 재건축 시점 단계에서부터 뒷골목 상권은 위축됐다. 삼양상가가 증개축되면서 삼양시장 뒷골목과 큰 도로가를 연결하던 나대지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는 급감했다. 25년 동안 뒷골목 쪽에서 정육점을 운영한 조규흥씨는 “길목이 막히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하루 60만~70만원이던 매출이 이젠 20만원선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달에 2천만원어치를 팔아 400만원의 순이익을 남기던 이다.
하지만 이는 대형마트의 ‘경고’일 뿐이다. 막상 롯데마트가 개장하면, 육류·식료업부터 본격적인 타격을 입는다.
47개 점포 상인 가운데 25명 가량이 재입점을 원한다. 하지만 삼양시장(주) 쪽은 계약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12월6일과 10일 두 차례 만료일을 내걸어 재입점 의사를 알려달라고 상인들에게 알려왔으나, 정작 임대료나 계약 조건은 알려주지 않았다. 건물 4·5층에 입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전부다. 해당층은 건축 용도상 주차장과 직원 시설로 규정된 곳이다.
이곳 상인들이 보호받을 법적 장치는 분명치 않다. 삼양시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인정시장이 아니다. 12월부터 발효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의 입점을 통제할 근거가 없다.
퇴락한 시장은 일찍 어둡고, 더 춥다. “오늘 닭 한 마리도 못 팔았어.” 12월14일 저녁 7시, 소아무개(73)씨 부부가 던진 말이다. 35년 동안 ‘공주통닭’을 운영해온 노부부는 “우리 둘 먹고살기만 하면 되는데, 이제 그것도 힘들 것 같아”라고 말했다. 뒷골목 쪽에 위치한 치킨집 3곳 가운데 하나다. 각각 15년, 30년 한자리를 지켜왔다.
롯데마트는 지난 10월 삼양점 직원 모집 광고를 냈다. 당초 11월25일 개점을 예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랬다면 아마 이곳에서도 통큰치킨이 팔렸을 것이다. 삼양점을 기준으로 반경 1km 내 47개, 3km내 341개의 치킨집이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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