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어’부터 ‘수입금지’ 요구까지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단호하고 엄격한 성향 확인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촛불집회 10대 참가자 면접조사]
‘촛불 소녀’로 상징되는 여학생들의 촛불시위 열정이 설문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어른’들의 선입견과 달리, 소년보다 소녀들이 사회적 이슈에 더욱 민감했다. 문제의 심각성 인식이나 향후 대책과 활동 방향 등과 관련해서도 여학생들은 더 단호하고 근본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고생 62.8% “20개월 미만 살코기까지만”
우선 설문 응답자 가운데 “광우병의 위험을 알게 된 뒤 쇠고기 또는 패스트푸드 등을 먹지 않고 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먹지 않겠다”고 답변한 여학생의 비율은 남학생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표1 참조). 광우병 위험 논란 뒤 먹을거리에 대한 행동양식에서 좀더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부모님께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국내산 음식을 주로 먹을 것이다” 등의 항목에서도 ‘매우 그렇다’라는 답변 비율은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14~23%포인트가량 더 높았다.
이같은 인식·행동 차이는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견해차로도 이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거나 월령 2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고 답한 여고생의 비율은 62.8%로, 평균 답변율 57.5%를 상회했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도 중학 여학생(47.0%)과 고교 여학생(41.5%)이 중학 남학생(40.4%)이나 고교 남학생(24.2%)보다 앞섰다(표2 참조).

이처럼 좀더 단호한 태도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여학생들은 정보 획득 경로에서는 남학생들보다 더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다. 집회 관련 정보 수집과 의사소통 매체로 촛불집회 참여 10대들의 42.9%가 인터넷 신문을 꼽았는데, 인터넷 신문에 대한 의존도는 남자 중학생(50.0%), 여자 중학생(46.9%), 남자 고등학생(43.9%), 여자 고등학생(38.8%) 순이었다.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다각적인 루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이를 비교 분석한 뒤 판단을 내린다는 뜻이다. 특히 여고생들의 34%가 쌍방향 인터넷 토론장인 아고라를 이용한다고 답해, 남자 중학생(19.2%), 여자 중학생(13.6%), 남자 고등학생(25.8%)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렇듯 여학생들이 촛불시위 정국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하고 있지만 ‘어른’들의 인식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선생님으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는 비율은 중학 남학생(30.8%), 고교 남학생(25.0%), 중학 여학생(17.9%), 고교 여학생(12.2%) 순이었다. 촛불시위 취지에 동감하는 어른들조차도 여학생들의 사회활동 참여에 대해서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이 이런 ‘우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김철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사회적인 관계를 맺거나 소통하는 방식의 차이를 우선 생각해볼 수 있다”며 “남학생들이 친구들과 주로 운동과 게임을 하며 관계를 맺는 반면, 여학생들은 일상에 대한 세밀한 대화 등 좀더 관계 지향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성차별·편견 극복 노력이 적극성으로”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 성별 격차가 역전되고 그 차이가 확대돼가는 추세와 같은 흐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까? 김 교수는 “아직 일상의 많은 부분과 노동시장에서 성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는 만큼 여성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곤 하는데, 이런 경향과 연결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문화나 보이지 않는 편견이 여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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