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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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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대처 필요한 ‘섭식장애’… 일본은 어떻게 치료하나

[삼키지 못하는 병, 그 뒷이야기]
일본 지바현 거점병원 부원장이 말하는 ‘치료 방식’과 ‘환자 특징’
등록 2026-10-06 15:07수정 2026-10-06 15:10
일본 지바현 이치카와시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 이 병원 심료내과에 지바현 섭식장애 지원거점병원이 설치돼 있다.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 누리집 갈무리

일본 지바현 이치카와시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 이 병원 심료내과에 지바현 섭식장애 지원거점병원이 설치돼 있다.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21은 2026년 7월 섭식장애 치료·지원 시스템의 공백을 짚으며 한국과 달리 일본이 섭식장애전국지원센터(CEDRI)를 중심으로 지역 ‘섭식장애 지원거점병원’을 운영한다고 보도했다.(제1625호 참조) 당시 취재했던 일본 지바현 섭식장애 지원거점병원인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JIHS) 가와이 게이스케 부원장(심료내과 과장)에게 보낸 서면 인터뷰가 뒤늦게 도착했다.

일본은 2015년부터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NCNP) 산하 CEDRI를 허브로, 전국 10개 지역에 지원거점병원을 지정해 섭식장애 환자를 치료해왔다. 앞선 보도에서 야마자키 다다히로 CEDRI 센터장이 일본의 섭식장애 치료·지원 체계 전반을 설명했다면, 가와이 부원장은 지원거점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과 환자의 특징 등을 말했다. 그의 답변과 더불어 그가 감수·집필한 ‘섭식장애 가족·환자용 FAQ(질의응답) 리플릿’을 바탕으로 당사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지역병원·거점병원 역할 분담으로 치료 효율 높여

 

—지바현 섭식장애 지원거점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공통점은 뭔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체중·체형이 유일한 자기 가치나 통제의 기준이 되기 쉽다. 불안·분노·고독 같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식사 제한이나 폭식·배출 행동으로 감정을 처리하려는 경향도 있다. 신경발달증(장애)이나 트라우마를 함께 가진 환자는 치료가 더 어려운 편이다.”

—환자와 가족이 도움을 청하면 실제 치료까지 어떻게 연결되나.

“지바현 지원거점병원의 상담은 2017년부터, 지원거점병원이 없는 지역까지 포괄하는 전국 상담 핫라인은 2022년부터 각각 주 3일 운영된다. 섭식장애 전문지식과 임상경험을 가진 간호사·공인심리사 등이 코디네이터로 상담한다. 상담자의 43%는 어머니, 41%는 환자 본인이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느냐’는 수진 상담이 38%, 질환·증상에 대한 상담이 33%다. 상담자의 약 60%는 전문 치료시설을 희망한다. 상담팀은 환자의 중증도와 거주지를 고려해 지역 의료기관이나 고노다이의료센터 초진으로 연결한다.”

—지역에 있는 다른 병·의원으로의 연계도 잘 작동하나.

“2017년 고노다이의료센터로 들어온 상담 가운데 94%가 같은 병원 심료내과로 연결됐다. 2021년에는 이 비율이 19%까지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환자는 지역 병·의원이 맡고, 지원거점병원은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지원거점병원에 입원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체질량지수(BMI) 증가량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지역 의료기관으로 섭식장애 환자를 분산하면서 지원거점병원이 더 중증인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음을 보여준다.”

 

“먹어라” 대신 “먹을 수 있니”… 의사소통 중요

 

—아이가 마른 것 같은데 병원에 데려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추위를 잘 타거나 변비,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상담을 받아보자고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급격한 체중 감소나 심한 저체중은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말을 걸어도 반응이 둔하다면 위험한 징후다.”

—거식증인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밥을 먹거나 폭식할 때마다 말다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섭식장애가 생기면 감정 기복이 커진다. 거식이나 폭식이 지속되지 않거나 기분이 안정될 때 소통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 서로의 행동에 대한 규칙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도 추천한다. 직접 대화가 어려우면 전자우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편지가 효과적이다. 신체 증상뿐 아니라 환자가 걱정하거나 관심 있는 것을 화제로 삼아 본인을 어떻게 대해주길 원하는지 물어보자.”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할 때 무엇을 권하면 좋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한 때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본인이 받아들이기 쉬운 음식을 4~6시간 간격으로 권해봐라. ‘밥을 먹어라’라고 말하기보단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이 있으면 준비할 테니 말해줘’라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폭식이나 구토가 멈추지 않을 때 방법은.

“굶주린 상태가 폭식 충동을 강화한다. 폭식을 줄이기 위해선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 4시간 이상 공복이 유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폭식하고 싶어지면 가족과 이야기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다른 행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토사물을 숨기는 행동을 지적할 때도 행위 자체를 나무라기보다 ‘위생상 좋지 않다’며 걱정하는 마음을 전하는 편이 낫다.”

 

가와이 게이스케 일본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 부원장. 일본의사회 유튜브 갈무리

가와이 게이스케 일본 국립고노다이의료센터 부원장. 일본의사회 유튜브 갈무리


회복의 기준, 치료자가 아닌 환자에게

 

—섭식장애 당사자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나.

“섭식장애는 ‘가족이 (자녀를) 잘못 키워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가족 역시 병으로 지쳐 있다. 병원에선 섭식장애 당사자와 가족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섭식장애 질의응답’ 공개강좌를 열고 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안도감을 줘서 수진·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병원은 가족 면접을 통해 병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관여 방식을 조언하고, 같은 처지의 부모들이 모이는 자조모임 ‘포코 아 포코'와도 연계해 가족의 고립감을 덜어준다.”

—일본은 섭식장애 치료 비용을 당사자가 얼마나 부담하나.

“일본은 국민개보험 국가다. 소아·사춘기는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사실상 무상에 가깝고, 고등학생 이후는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의료비의) 30%를 부담한다. 섭식장애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신질환으로서 받을 수 있는 지원 제도도 있다. 통원 정신치료의 자기부담을 10%로 낮추는 자립지원 의료제도, 고액 입원비의 자기부담 한도액을 정하는 고액요양비 제도 등이 그 예다.”

—섭식장애 회복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단순히 체중이 표준치로 돌아오거나 폭식·구토가 멈추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치료자가 회복의 내용을 정의하기보다, 환자가 사회생활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인생의 목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은 그 과정을 돕는다. 식사와 체중에 대한 지나친 얽매임에서 벗어나 본인이 정말 원하는 삶에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상태, 그리고 힘든 감정이나 약함을 받아들이고 어려움 앞에서 식사나 마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힘. 이 두 가지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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