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신가스 중독으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가 2017년에도 이미 아르신가스 사고 위험을 지적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사업주가 유해·위험 요인을 알면서도 관리를 게을리한 결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주가 처벌될 수 있다.
2023년 12월14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7년 1월께 아르신가스 직업병 발생 신고를 받고 석포제련소를 방문했다. 공단 쪽은 현장점검 결과 제련소 유해물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환기장치 설치 등 개선사항을 여럿 안내했다.
특히 공단은 아르신가스 누출 위험을 지적하며 송기마스크 착용을 지시했다. 최근 제련소에서 발생한 노동자 집단 중독 및 사망사고의 원인이 된 가스다. 흡입 독성이 매우 강해 사람이 노출되면 급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공단 지침인 ‘관리 대상 유해물질 종류별 추천 정화통’에도 아르신가스(삼수소화비소)에 적합한 보호구는 송기마스크라고 적혀 있다. 송기마스크는 필터로 유해물질만 거르는 방독마스크와 달리 송풍기를 따로 연결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식이라 가스 차단에 효과적이다.
공단은 작업환경측정과 직원 특수건강진단도 법적 의무사항이므로 이행하라고 했다. 황산 등 유해 인자를 다루는 사업장은 법에 따라 최소 연 1회 직원 특수건강진단을 해야 한다. 또 업무환경의 안전보건 실태를 파악하는 작업환경측정도 해야 한다.
석포제련소 쪽은 공단의 지시사항을 지켰을까. 사고 당시 제련소 쪽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마스크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대구지청과 제련소 쪽은 수사 사안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직장에서 2018~2022년 일하고 퇴직한 여러 노동자가 2017년까지 방진마스크를, 2018년부터는 방독마스크를 썼다고 입을 모았다. 송기마스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관련 기사☞“시나브로 이가 다 빠져버렸어” 영풍 석포제련소 퇴직자의 호소)
공단 권고 뒤 5년이 지난 2022년, 이번엔 노동부가 제련소에 임시건강진단을 명령했다. 그해 제련소에서 아르신가스 중독 환자가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에게 건강진단을 실시한 결과, 아르신가스 중독 환자가 더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반복되는 직업병 신고로 제련소가 아르신가스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순 있었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에 따라 사업장 의 고유한 위험 요인을 찾아내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재 발 방지 대책을 수립·이행해야 하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명령한 개선사항도 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긴 결과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이 처벌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은 석포제련소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제련소 쪽이 아르신가스 위험을 일찍이 알았다면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또 안전조치를 게을리해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경영책임자 등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
앞서 2023년 12월9~10일 석포제련소 원·하청 노동자 4명이 아르신가스 중독을 진단받았다. 이 가운데 1명은 치료 중 숨졌다. 이들은 모두 아연 찌꺼기가 담긴 탱크를 수리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아연 찌꺼기에 남아 있던 비소가 황산과 반응하면서 아르신가스가 발생했을 수 있다. 제련소 쪽도 아르신가스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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