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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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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와 함께 주류의 화살을 맞다

개신교 내 자정 능력 보여주는 매체 <뉴스앤조이>…

동성애 혐오 콘텐츠 팩트체크하다 폐간 압력
등록 2019-01-05 15:06 수정 2020-05-03 04:29
1월2일 구권효 편집국장(왼쪽 첫째)과 <뉴스앤조이> 기자들을 만났다.

1월2일 구권효 편집국장(왼쪽 첫째)과 <뉴스앤조이> 기자들을 만났다.

먼저 기자의 무식을 고백해야겠다. 모든 개신교인이라면 ‘하나님이 7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창조론을 문자 그대로 믿는 줄 알았다. 성경에 적힌 것처럼 동성애를 죄로 생각하고, 이슬람 등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태껏 만났던 개신교인이 대부분 그런 모습이긴 했다. 그 바깥은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가 몹시 독특하다고 느꼈다.

는 개신교계 뉴스를 다루는 인터넷신문이다. 2000년 “언론운동을 통한 교회 개혁”을 기치로 창립했다. 현재 기자 8명, 행정인력을 포함해 모두 13명이 꾸려가는 작은 조직이다. 최근 명성교회 같은 대형 교회에서 벌어진 담임목사직 세습 문제와 비리를 다뤘고, 교회에서 벌어진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길들인 뒤 성폭력을 하는 것)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는 개신교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다. 창조과학(창조론의 과학적 근거를 찾는 시도)을 비판하는 과학자들의 칼럼에 지면을 내주고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목사님의 설교가 가짜뉴스였다는 사실을 파헤친다. “예멘 난민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환대해야 한다”는 목회자들의 목소리도 전한다. 한국 교회 주류가 ‘주적’으로 삼는 이들의 곁에 서서 함께 화살을 맞는다.

작은 비영리 언론사 위협하는 압력들

보수 교단 한쪽에선 를 “교회 파괴 세력”이라 한다. 요즘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 밑 인쇄소 골목에 자리잡은 의 작은 사무실 앞에선 날마다 폐간 촉구 집회가 열린다. 기자가 방문했던 1월2일에도 주요셉 목사(은혜로운교회) 등 ‘한국교회수호결사대’ 회원 4명이 마이크를 잡고 손팻말을 들었다. “맹목적 동성애 옹호, 차별금지법 옹호, 가짜 난민 옹호, 학생인권조례 조장, 즉각 폐간하라!”

1월2일 주요셉 목사(왼쪽 둘째)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회원들이 서울 중구 퇴계로 <뉴스앤조이> 사무실 앞에서 폐간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1월2일 주요셉 목사(왼쪽 둘째)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회원들이 서울 중구 퇴계로 <뉴스앤조이> 사무실 앞에서 폐간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격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의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기획 기사에 나온 에스더기도운동의 가짜뉴스를 가 낱낱이 분석 보도했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를 후원하는 교회들에 전화해 ‘후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편집국에 항의 전화와 전자우편을 쏟아붓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기자 개인의 신상을 터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하고 있다. 법무팀도 없는 작은 비영리 언론사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숙제다.

이곳을 지탱하는 것은 1800여 명의 후원자다. 그중 교회 후원은 일부고 90% 이상이 소액 개인 후원이다. 대형 교회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여타 기독교 언론사와 다른 특징이다. 강도현 대표는 “후원자 중엔 보수적 성향을 가진 분이 더 많다”고 했다. 보도 방향에 꼭 동의하지 않더라도, 한국 교계의 발전을 위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이들이라는 설명이다.

작은 언론사가 온갖 공격 속에서도 논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다. 임직원은 원래 기자를 꿈꾸던 이들이 아니다. 한국 교회 개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200만원 내외의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시민단체 활동가처럼 일하는 사람들이다. 기독교가 사회 안에서 편협하다고 배척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게 기자들의 사명이다.

진짜 성역을 지키는 자 누구?

구권효 편집국장은 “교회 파괴 세력”이라는 말을 가장 억울해했다. “저희는 진짜 예수의 모습, 기독교 모습을 찾기 위해서 기사를 쓰는 겁니다. 성경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윤리를 요구해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라고 하고요. 그런데 목회자들이 세습을 하고 성폭력을 저질러도 교단 안에서 해결이 안 되고 있잖아요. 절망감을 느낍니다.”

강 대표는 (서두에 기자가 언급한 이유로) 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착시현상’이라고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보수 편향적인 한국 교단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뜻이다. “원래 기독교 안에 굉장히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창조론만 해도 성경 글귀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부터 과학적 증거를 중요시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해석을 소개하며 가능성을 제시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 등 신학적으로 중도 또는 보수적인 편이에요.”

모든 성경 문구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된다. 보수 교단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로마서 13장 1~2절을 불러내 ‘탄핵 반대’ 논리로 활용했다. 해당 구절은 이렇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권세에 복종’해야 하므로 탄핵이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가 교계 여러 학자로부터 들은 의견은 달랐다. 권연경 숭실대 교수(기독교학)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국민이 투표해서 지도자를 선택한다. 지도자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지도자를 버리고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는 것은 권력의 주체인 국민이다. ‘위에 있는 권세’를 말하는 것은 왕권신수설을 믿는 시대에서나 가능하지 지금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보수 교단과는 다른, 그러나 개신교인의 시각에서 성경을 해석해왔다. 세월호 사건을, 촛불혁명을, 페미니즘과 ‘미투’ 열풍을 그렇게 다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과 함께 책도 펴냈다. ‘교회 성폭력 해결을 위한 가이드북’에는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교인들이 입에 붙은 ‘용서’라는 단어를 섣불리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교회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언이다.

교회 비리를 고발하는 제보는 로 자주 쏠린다. 그동안 숱한 특종도 터뜨렸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을 취재할 땐 교인들에게 휴대전화를 뺏기고 예배당 바깥으로 끌려나갔다. 교인들은 기자를 둘러싼 채 배를 네다섯 차례 주먹으로 치고 카메라 줄로 목을 조른 뒤 손으로 얼굴을 쥐어뜯기도 했다. 다른 교회에서도 폭행까지는 아니지만 취재를 거부당하고 쫓겨나는 일이 예사다.

성역을 지키기 위해 늘 성역을 범하는 기자들은 긴장감과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기독매체’ ‘동성애 옹호 세력’ ‘주사파’ ‘종북세력’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구권효 편집국장은 “대략 짐작하기에 전체 교인의 10% 정도가 우리 보도를 환영하고, 40%는 중립이고, 50%는 반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래 버티기 힘든 업무 환경이라 근속연수는 짧다. 기자들은 모두 20대 또는 30대이고 최고참인 편집국장이 불과 7년차다.

그래도 최근 수년간은 퇴사자가 비교적 적었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그가 대표를 맡았던 지난 3년 동안 후원액이 약 15% 늘어났다. 기사 출고량을 늘리면서 온라인 방문자가 4~5배 늘었다. 최저임금 수준이던 직원들 월급도 조금 올랐다. 기혼자가 없었던 에 연달아 결혼 소식도 들려왔다. 강 대표는 최근 후원자 모집에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

개신교 자정 능력의 증거가 되도록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는 2019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신 중심 보도에서 심층 기획 기사 중심으로 변화를 꾀한다. 데스크에서 기획을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에서 기자가 직접 기획을 주도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바꿀 거라고 강 대표는 말했다.

“그동안은 의 생존에 동의하는 분들이 주로 후원했을 겁니다. ‘비판 언론 하나쯤은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말이죠. 이제는 ‘가 있어서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기대하는 언론사로 탈바꿈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기자들의 분야별 전문성이 확보돼야 하고, 많은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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