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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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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 방법

상황에 맞는 통신요금제 골라 쓰는 알뜰폰으로 선택적 삶 살기
등록 2018-02-24 11:20 수정 2020-05-03 04:28
우체국은 2013년 월 기본료 1천원의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어르신들이 알뜰폰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체국은 2013년 월 기본료 1천원의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어르신들이 알뜰폰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알뜰폰을 쓴 지도 3년이 넘어간다. 10여 년 이용하던 통신사를 버리고 갈아탄 이유는 단순했다. 오래 쓸수록 위약금이 늘어나던 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음성통화를 거의 쓰지 않고 모바일 데이터만 주로 이용하던 사용 형태에 맞는 요금제를 찾기도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2년마다 반복되는 약정 걸린 삶이 지긋지긋했다. 그즈음 알뜰폰에 ‘기본료 0원’ 요금제가 나와 살펴봤고, 맞는 요금제를 찾아서 옮겼다.

알뜰폰으로 통신비 25% 절약

6천원 요금제(정확히는 세금 포함 6490원)를 발견한 것은 2016년 8월이다. 외국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부러 약정을 걸어놓지 않고 다달이 일정에 맞춰 요금제를 바꿔 썼다. 일이 많아지면 기본 통화량이 많은 요금제로, 없으면 좀더 싼 요금제로 말이다. 매월 1일 요금제를 바꾸었는데 그때 새로 나온 요금제가 눈에 들어왔다. 데이터 500M에 음성통화 50분, 문자메시지는 무조건 유료지만 월 6490원. 여기에 데이터를 쓰기 위해 들고 다니는 모바일 라우터 ‘에그’를 결합하면 딱 맞았다.

한두 달 써보고 바꿀 생각이었는데 1년을 썼다. 그동안 낸 통신료는 30만원이 조금 넘는다. 중간에 ‘직구’(직접 구입)로 50만원을 주고 스마트폰을 샀으니, 한 달에 데이터를 6G 정도 쓰면서 1년에 80만원 정도 낸 셈이다. 1년을 더 썼다면 110만원 정도 된다. 이동통신 3사에서 데이터 6G 정도를 주는 요금제를 쓰면 대략 약정 할인 없이 2년에 140만원, 약정 할인을 하면 105만원 정도 나온다. 여기에 스마트폰값은 따로 낸다. 2017년 10월 정보기술(IT) 매체 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마트폰 할부금을 포함해 매월 통신사에 6만~7만원을 낸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삼아도 25% 정도 절약한 셈이다.

솔직히 말해 큰돈을 아낀 것은 아니다. 다달이 요금제를 살펴보는 귀찮음이나, 외출할 때마다 모바일 라우터를 챙기는 번거로움이 크기 때문이다. 1천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받는 이자보다 많은 돈을 절약했다고는 말하지만, 그렇게 사는 게 구차하다고 되받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에겐 연간으로 계산하는 셈법 자체가 낯설다. 작게 쪼개면 나가는 돈이 작아 보이니, 파는 사람은 항상 한 달에 얼마라 말하고 우리도 그걸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뭐든 상관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요금이 아니니까.

독일의 과학저술가 슈테판 클라인은 자신의 책 에서 말했다. “행복의 열쇠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무력감과 그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은 쌍둥이와 같다.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복종의 형태는 사람을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는다. 한국 사회는 많은 시장이 과점 상태이고, 소비자인 우리가 그 상태에 개입할 여지는 적다. 가장 좋은 것은 구조를 바꾸는 일이지만 혼자서는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가끔 복종하지 않을 방법이 보이기도 한다.

선택적 요금제에서 느끼는 자유

알뜰폰을 쓰며 매월 이동통신 요금제를 고르는 삶을 택한 뒤에야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요금제를 소비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나쁘다 여겼고, 어떻게든 벗어날 방법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덕분에 나도 도망치는 방법을 찾았다. 지금은 일이 많아 다른 요금제를 쓰지만 원한다면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 내게 맞는 요금제를 찾고 싶었을 뿐인데 작은 자유를 함께 얻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점이다.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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