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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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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네이버 탓이라고?

포털로 번진 ‘드루킹’ 사태…

포털에 얹혀사는 언론이 진짜 문제다
등록 2018-05-03 05:15 수정 2020-05-03 04:28
네이버가 댓글 정책 개편안을 발표한 4월25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 몰린 취재진. 연합뉴스

네이버가 댓글 정책 개편안을 발표한 4월25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 몰린 취재진. 연합뉴스

드루킹 사태를 둘러싸고 작성되는 여러 기사를 보는 심정은, 씁쓸하다 못해 우습다. 독자는 큰 관심이 없는데 언론만 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다지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서 그렇다. 이미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내용은 이용자를 뜻대로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가득하다. 리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마케팅 콘텐츠와 그럴듯한 말로 꾸며진 댓글로 넘쳐난다. 검색 잘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주겠다, 실시간 검색어 인기 순위에 올려주겠다, 네이버 1면에 올라가도록 해주겠다, 이슈가 되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마케팅 업체도 많다.

그렇게 열을 내는 언론사도 다르지 않다. 수만 명의 팔로어가 있으면서 글 조회수나 댓글은 열 개도 안 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면, 그 많은 팔로어는 어디로 간 걸까? 심지어 몇몇 언론사는 스스로 그런 장사를 했거나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어느새 기사에서 때리는 대상이 정치인에서 포털 사이트로 넘어간다. 이게 다 네이버 탓이란 말이다. “신이 된 네이버”라고 제목 붙인 기사도 나왔다. 댓글 기능을 아예 닫자, 댓글 실명제를 하자, 네이버에서 기사를 아예 빼자, 네이버는 링크만 제공하고 언론사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직접 기사를 읽게 하자(아웃 링크)는 대안 아닌 대안도 나왔다.

기사 댓글? 빼도 된다. 모든 댓글을 막자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메인에 오른 기사가 아니면 댓글 보기도 어렵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악용으로 장점을 잃어버렸다. 손해 볼 네이버가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네이버 뉴스를 없애버릴까? 좋은 생각이다. 언론사들이 한꺼번에 빠지는 순간 네이버에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수많은 업자가 생긴다. 콘텐츠 회사 창업 붐이 불 수도 있다. 언론사가 네이버에서 빠질 만한 배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댓글 실명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이미 위헌 판정을 받았고, 그 자체가 실명 확인 기능을 악용한 사례다.

네이버는 링크만 제공하고 독자를 언론사 누리집으로 넘기자는 주장은 잔인하다. 그 쓰레기 광고 가득한 누리집에 들어가라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 쓰레기 같은 광고가 가득하다. 오죽하면 어떤 신문의 재정 상태가 궁금하면 기사 옆에 붙은 광고 숫자를 세보라고 할까.

거기에 더해 과거 네이버에서 뉴스 캐스트 서비스를 하던 시절, 그걸 악용해 온갖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으로 장사하던 언론사를 기억한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그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먼저 반성부터 하고 시작하자. 그게 독자에 대한 예의다. 아니면 솔직해지던가. 어차피 드루킹 사태에 숟가락 얹어서 언론사에 이익이 되는 모양으로 바꾸고 싶어서 이러는 것,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럼 어찌해야 좋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평화로운’ 대안은 없다. 문제는 악성 댓글이 아니라 댓글을 악용한 사람들이고, 그걸 조장하고 방관한 시스템이며, 그 시스템에 얹혀사는 언론사다. 뉴스는 포털 사이트 체류 시간을 늘리는 미끼 상품이고, 언론사는 이미 기사 콘텐츠를 공급하는 제작사가 됐다. 온라인 기사 유통망은 사실상 네이버가 틀어쥐고 있는데, 네이버가 주는 돈과 영향력을 포기할 수 있는 언론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외부에서 강제로 시스템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데, 사기업이 하는 일인데다 언론이 끼어 있어서 건드릴 사람이 별로 없다. 결국, 사소한 것만 손대고 그냥 그대로 갈 것이다. 그대로 서서히 죽어갈지도 모른다. 어쩌랴, 언론 스스로 독자가 아니라 날품팔이하는 삶을 택한 탓인데.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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