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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리는 세월호 막히는 특조위

세월호 34개 추가 천공 계획 논란, 해수부 “불가피” vs 특조위 “핵심증거 훼손” 9월 특조위 청문회는 장소 대관부터 난항, 유가족은 특별법 개정 요구 단식 돌입
등록 2016-08-23 18:25 수정 2020-05-03 04:28
여섯 차례나 연기된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이 지난 7월29일 성공했다. 해양수산부는 9월 말 세월호 인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개정 없이는 어렵게 인양한 선체를 특조위가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 입장대로라면 특조위는 9월30일 모든 활동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여섯 차례나 연기된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이 지난 7월29일 성공했다. 해양수산부는 9월 말 세월호 인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개정 없이는 어렵게 인양한 선체를 특조위가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 입장대로라면 특조위는 9월30일 모든 활동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에 추가로 구멍(천공)을 내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선체 훼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수부는 8월12일 인양 작업 중인 세월호에 34개의 구멍을 더 뚫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세월호에는 선체 부력을 줄이는 폰툰(철·고무 등으로 만든 부력제) 등을 연결하기 위해 구멍 92개가 뚫린 상태다. 이번 작업으로 세월호에는 총 126개의 천공이 생기게 됐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해수 배출용 구멍 더 뚫겠다는 해수부 </font></font>

해수부가 밝힌 천공 작업의 목적은 해수 배출이다. 선체를 물 위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배 안에 고인 바닷물을 빼내 무게를 줄여야 원활한 인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선체 탱크, 기관실 외벽 등에 가로·세로 15cm×30cm 크기의 해수 배출구 34개를 뚫을 계획이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해수부의 천공 작업 계획이 알려지자 곧바로 반발했다. 특조위는 8월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천공 대상인 탱크는 선체의 무게중심 및 하중, 감항 능력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선체 조사의 대상”이라며 “(천공 작업은) 필수적인 조사 대상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해수부가 새로 천공 작업을 하는 곳은 주로 배의 아랫부분이다. 선체 하부에는 평형수를 저장하기 위한 탱크 외에 기관실 및 타기실 등이 있다. 특조위는 기관실, 타기실 등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이 진상 규명의 대상으로 열거한 바 있는 핵심 선체 조사 대상물”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자체가 참사의 원인을 밝힐 증거이기 때문에 선체가 훼손될수록 진상 규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광주고법은 2015년 4월28일 세월호 선장이던 이준석씨와 선원들의 재판에서 “세월호를 해저에서 인양하여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같은 판단을 받아들였다. 침몰 원인이 미궁에 빠진 상황에서 선체 훼손은 조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천공 작업을 하면서 떼어낸 철판이 제대로 보존되는지도 의문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부속품들을 인양 뒤 선체 거치 장소인 목포신항에 보관하고 있다. 이 단독 입수한 해수부의 ‘목포신항 보관 인양 지장물 내역’ 문서를 보면 현재 목포신항에 보관된 세월호 부속품은 11종류, 총 20점이다.

이 문서를 보면 우현 승강용 사다리, 크레인 붐, 앵커, 환풍구 등이 선체에서 분리돼 목포신항에 보관돼 있다. 이같은 부속품들이 반입된 날짜는 모두 2016년 5월16일이며 그 뒤 새로 들어온 물품은 없다. 120여 개 천공을 뚫으면서 자른 철판을 별도로 수거한 것이 아니라 선체 안쪽으로 밀어넣어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크기의 천공이 많아 선체 안으로 떨어진 철판은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해수부도 인양 뒤 떼어낸 철판의 본래 위치를 제대로 찾아 복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떨어져나간 철판이 선체 밖으로 유실될 우려도 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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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font color="#008ABD">특조위 “깜깜이 인양”, 해수부 “모든 작업 녹화 중” </font></font>

하지만 해수부는 해수 배출을 위해 천공을 뚫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세월호 안에 해수만 1만t 이상 들어가 있다. 선체 절단 방식으로 인양하면 밀폐 공간이 적게 생겨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천공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선체를 그대로 인양하면 밀폐 공간에 고인 바닷물이 제대로 빠져나오지 않기 때문에 하중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수를 배출해야 한다. 사전에 모두 계획돼 있던 절차다”라고 밝혔다.

또 “천공 작업은 사고 진상 규명에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친다. 가로·세로 15cmⅹ30cm의 작은 천공을 내는 것뿐이다. 작업 과정은 잠수사들에게 달린 카메라로 녹화되고 있어 모든 상황을 사후에 확인할 수 있다. (천공 작업이 진행될) 평형수 탱크의 경우도 침몰 당시 평형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이 들어찬 상태다. 또 기관실의 경우 유실방지망을 설치해 선체 안에 있는 물건들이 밖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견해 차이는 해수부와 특조위의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쪽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상당 부분 밝혀졌다고 보며 미수습자 수습을 가장 큰 목표로 인양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수습자 수습에 더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특조위는 선체 훼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견해 차이를 극복하려면 두 기관이 인양의 전 과정을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지만, 해수부는 특조위 쪽에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인양 과정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천공 작업 계획도 실제 작업이 진행되기 직전에야 알았다. 침몰 원인을 밝힐 가장 중요한 증거인 세월호 선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해수부 계획을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청문회 대관 일방 취소한 사학연금공단 </font></font>

진통을 겪는 것은 세월호 인양만이 아니다. 세월호 청문회 준비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조위는 9월1~2일 세월호 3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이 청문회에선 침몰 원인, 참사 당시 및 이후 정부 대응의 적정성, 언론 보도의 공정성, 선체 인양 과정의 문제점 및 선체 인양 뒤 보존 문제 등을 다룬다.

청문회 첫쨋날에는 민간 구조업체 ‘언딘’ 관계자 등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둘쨋날에는 세월호 보도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원인 등을 확인할 예정이며, 청와대·검찰 등 정부기관 공무원과 언론사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에게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 요구하기로 했다. 특조위가 청문회 대상자로 검토하는 인원은 증인 62명, 참고인 42명 등 총 104명이고 이 중 절반 정도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청문회가 무사히 열릴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6월30일을 기점으로 끝났다고 본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소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조위는 서울 여의도동 사학연금회관에서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8월5일 대관 신청을 했다. 나흘 뒤인 9일 사용 승인을 받은 뒤 10일 510여만원을 대관료로 납부했다. 하지만 대관료 납부 하루 뒤인 11일 사학연금회관을 관리하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연금공단) 쪽이 특조위 쪽에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하겠다고 알려왔다.

특조위는 교육부가 연금공단 쪽에 압력을 넣어 대관을 취소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조위는 대관료 납부를 마쳤고 일방적인 대관 취소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사학연금회관에서 청문회를 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문회 장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연금공단의 협조 없이 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모든 난관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 특조위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잠잠하다. 결국 세월호 유가족들이 나섰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최근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과 특조위 상임·비상임위원 등이 7월27일부터 릴레이로 진행해 온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유 위원장은 단식 기간을 정해두지 않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야 3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하라”</font></font>

그는 단식에 들어가기 직전인 8월17일 “사생결단의 단식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20대 국회는 8월 임시국회에서 지체 없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야 3당 공조를 하겠다고 거듭 약속해놓고도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되는 여당의 주장만 수용하는 무책임한 야합을 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20대 국회를 여소야대로 만들어준 국민들의 명령을 지체 없이 이행할 때까지 사생결단을 내는 심정으로 단식을 하겠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야당을 비판했다. 자식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모가 또다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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