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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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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세월호 불안한 해수부

인양 과정에서 해수부 실책 이어져… 선체조사위 구실 중요
등록 2017-04-04 18:14 수정 2020-05-03 04:28
세월호 선체 곳곳에 유실방지망(원 표시된 곳)이 붙어있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일부 유실방지망이 선체에서 들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몇몇 균열 지점에는 유실방지망이 부착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 곳곳에 유실방지망(원 표시된 곳)이 붙어있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일부 유실방지망이 선체에서 들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몇몇 균열 지점에는 유실방지망이 부착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미수습자 수습 및 진상 규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해수부)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개방된 램프 통해 유실 가능성

문제는 세월호 램프 절단에서 시작한다. 해수부는 3월22일 인양 작업을 중단했다. 이날 저녁 6시30분께 세월호 왼쪽 선미(뱃꼬리) 램프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램프는 차량 등이 배에 드나들 때 출입문 구실을 하는 구조물이다. 이 램프는 화물칸인 D데크와 연결돼 있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왼쪽 선미가 해저에 닿으면서 램프 잠금장치 등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했다. 램프 개방이 확인된 것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적은 소조기가 끝나기 30여 시간 전이었다. 소조기가 끝나면 인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해수부는 램프가 열린 채 인양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절단 결정을 내렸다.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화물 유실 우려를 묻는 질문에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은 “잠수사가 수중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컨테이너가 램프 입구를 막아서 화물이 유실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나, 만약 인양이 계속 진행된다면 조속히 세월호가 원래 있던 자리에 잠수부를 투입해서 화물 유실 여부를 신속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D데크의 화물 배치 현황을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만 되풀이한 정황이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세월호 화물 배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컨테이너는 D데크 선수(뱃머리) 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물 배치상 컨테이너가 선미 쪽 램프에 닿으려면 선원 보관 물품, 굴착기 2대, 지게차 1대, 승용차 26대, 소형트럭 5대, 중형트럭 15대, 탱크로리 등 중장비 및 대형트럭 5대가 이미 바닥으로 쏟아져 나온 뒤에야 가능하다. 컨테이너가 왼쪽 램프에 걸린 상태라면 대규모 화물 유실이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행히 개방된 램프에 걸린 것은 컨테이너가 아니라 굴착기와 승용차였다. 굴착기와 승용차는 왼쪽 램프 바로 앞에 있었다. 하지만 화물 유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조위 조사 결과를 보면, 왼쪽 램프 바로 앞에 화물이 있다. 선원 보관 물품이었다. 굴착기와 승용차는 이 화물을 밀어내야 램프에 걸릴 수 있다. 선원 보관 물품은 세월호 선원들이 개인적으로 운송을 부탁받은 물건들이다.

특조위에서 세월호 화물량 조사를 맡은 한 조사관은 “선원 보관 물품은 적하운임에 공식적으로 들어가는 물건이 아니라 선원들이 개인적으로 부탁받아 싣는 것들이다.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보고 화물을 선적 및 고박하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해당 물품이 실린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조위의 화물량 조사 보고서에는 선원 보관 물품을 젓갈류가 담긴 차량이라고 추정했지만, 어떤 물건들이 추가로 있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개방된 왼쪽 램프를 통해 D데크 화물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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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방지망 제구실 했나

화물 유실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미수습자들의 유해 유실 우려다.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에는 100개가 훨씬 넘는 구멍이 뚫렸다. 선체가 해저에 닿는 등 충격을 받았고 오랜 시간 바닷속에서 부식돼 균열이 일어난 곳도 많다. 인양을 위한 와이어(쇠줄)가 선체를 파고들어 선수 쪽에 길이 6~7m 금도 두 줄 생겼다.

해수부는 유실 우려와 관련해 ‘유실방지망을 설치해 유해 등이 유실되지 않도록 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거듭 해왔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체조사위)가 3월30일 반잠수식 선박에 올라 세월호 선체를 확인한 뒤 공개한 사진 등을 보면 유실방지망이 5cm가량 들뜨는 부분이 발견됐다.

유실방지망에서 유해가 빠져나올 우려가 높은 상황도 발생했다. 3월28일 오전 11시25분께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식 선박 갑판에서 4~18cm 크기의 뼛조각이 7개 발견됐다. 세월호 내부에 있는 펄과 해수 등에 섞여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유실방지망이 유골 등이 흘러나오는 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증거다.

유실방지망이 제구실을 못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미수습자 수습 대책도 충분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뼛조각이 발견되자 미수습자 유골로 추론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반잠수식 선박에는 유골을 감식할 전문가가 동승하지 않았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들이 긴급히 파견돼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동물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놨다. 뼛조각 발견 이후 5시간 뒤 확인된 것이다. 해수부가 반잠수식 선박에서 미수습자를 수습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황이다.

앞서 국내 유해 발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과의 통화에서 “작업 중에 유골을 밟는 등 훼손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체 정리나 세척 작업 등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골이 펄과 함께 섞일 가능성이 높아 반잠수식 선박 위로 흘러나온 펄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잠수식 선박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세월호 안에 1천m³ 부피의 펄이 있다고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의 제안은 법에서 허용 않는 것”

해수부가 거듭 선체 화물 등 내부 상황 파악, 유실 방지 대책, 미수습자 수습 준비 등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양 뒤 남은 과제가 제대로 수행될지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선체조사위 구실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선체조사위는 3월29일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고 다음날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해 세월호 선체를 살펴보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체조사위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선체조사위의 업무가 총 6가지로 정리돼 있다. 이 중 미수습자 수습과 관련해서는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 과정에 대한 점검”이라고 적혀 있다. ‘점검’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해수부와 미수습자 수습 방식 등과 관련해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실제 미수습자 가족들은 3월29일 선체조사위와 만나 미수습자 수습 선행 뒤 진상 조사, 수습 방식 사전 합의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체조사위 쪽은 당시 미수습자 수습과 관련해서는 점검 업무를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관련 내용을 합의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에게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밝힌 뒤 “가족들의 제안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4월6일 이후 선체 조사 본격화

이 문제를 풀 열쇠는 해수부가 쥐고 있다. 해수부가 선체조사위와 합의된 방식으로 미수습자 수습을 하고 선체조사위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신뢰를 얻으면 된다. 이철조 인양추진단장은 3월3일 기자 브리핑에서 “미수습자 수습에 1차적 집행기관은 중앙정부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선체조사위의 역할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3월31일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해수부는 소조기인 4월6일 선체를 육상으로 옮긴 뒤 안전도 조사와 방역 작업 등을 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조사는 그 뒤에 이뤄진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세월호,  당신의  약속


이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해 한 일이나 세월호 관련 사연을 4월6일까지 보내주세요.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3년 동안 가방에 달고 다닌 ‘노란 리본’,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아간 이야기, 문득 전남 진도 팽목항에 들러 시린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본 사연도 좋습니다. 글과 함께 사진도 보내주세요. 추모 현장에 갔던 사진이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물건 사진 등을 여러분의 사연과 함께 세월호 특집호에 게재할 계획입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일상에서 굳게 지키고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보내주신 이야기와 사진은 지면 등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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