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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공사 세월호 도입에 영향 줬다

[최초 보도] 세월호 도입 전 2010년부터 제주해군기지 공사 관련 영업계획 명시… 참사 당일 적재한 철근 426t 중 제주해군기지 시공사로 간 철근만 최소 278t
등록 2016-07-06 14:50 수정 2020-05-03 04:28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

“올해는 작년에 없던 렌터카 물량이 200여 대 이상 늘었고 제주도 해군기지 공사로 인하여 철근 물량도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고 일반 화물량도 약간 늘었습니다.”

이 입수하여 분석한 검찰 수사자료를 보면, 청해진해운에서 물류를 담당한 남아무개(59) 부장은 2014년 5월11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서 조사받으며 그해 세월호의 물동량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꼽았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이 밝힌 2014년 4월16일 기지 공사 공정률은 50.9%. 한창 철근이 필요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제주 지역의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당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철근 공사가 중심이었다.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물량의 상당수가 철근이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사업 기회로 봤다. 이 입수하여 분석한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의 ‘2010년 4/4분기 영업실적 보고’를 보면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제주지역본부는 이 문서에서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곧 (해군기지) 착공을 강행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시공사를 방문하여 건설에 필요한 장비 및 차량, 자재물 수송시 자사 선박 이용토록 요청”할 것이라고 새해 영업계획을 밝힌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청해진해운의 먹거리, 제주해군기지</font></font>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가 2010년 4분기에 작성한 영업계획에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본격화될 것을 겨냥한 자재 운송 수주 목표가 포함돼 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가 2010년 4분기에 작성한 영업계획에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본격화될 것을 겨냥한 자재 운송 수주 목표가 포함돼 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형 공사를 비롯해 제주로 실어 나르는 화물량 증가는 세월호 도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해진해운이 오하마나호로 인천∼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면서도 세월호를 도입한 이유를 화물량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하마나호가 인천∼제주 간을 월·수·금 3회 운항하고 있던 중 2010년경부터 화물량이 폭주하기 시작”했다며 “그 무렵 다른 선박회사에서 인천∼제주 간 노선에 대해 면허를 신청하였는데 (중략) 그 소식을 알고 청해진에서는 위기의식을 느껴 우리가 먼저 면허를 받아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자는 취지”로 세월호를 도입했다고 진술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세월호를 도입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분’을 차지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세월호의 수익은 대부분 화물 부문에서 나왔다. 세월호의 2013년 1회 운항 평균매출은 여객 부문에서 861만9천원, 화물 부문에서 3813만8천원이 발생했다. 화물에서 4배 이상의 매출을 얻어온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애초 계획대로 세월호는 제주해군기지로 향하는 화물 운송을 맡게 됐다. 해양수산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는 총 426t의 철근이 실렸다.

이 중 A물류가 운송한 278t이 제주해군기지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의 몫이었다. A물류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그날 개별 업체로 가는 철근이 다섯 차 분량, 해군기지로 가는 분량이 열 차 분량이었다”고 말했다. 철근 한 차 분량은 25t가량을 뜻한다. 그는 “우리는 해군기지 쪽에 철근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 운송 관리만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자재는 가격 문제 때문에 철강사와 시공사 간 직접 거래가 이뤄져왔다고 한다. A물류에서 참사 당일 52t의 철근을 받기로 한 C철재 관계자는 “제주 현지 업체는 영세해서 시공사 쪽이 요구하는 단가를 맞추기 어렵다. 이윤이 안 남는다. 대부분 거래는 철강사와 시공사가 직접 한다”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세월호 과적 책임, 청해진해운에만 있나 </font></font>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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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얼마나 많은 양의 철근을 제주해군기지로 운송해왔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입수해 분석한 청해진해운 내부 문서를 보면, 제주로 운반된 철근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청해진해운은 2013년 제주로 향하는 화물 운송 실적 자료를 작성했다. 대출을 위해 시중은행에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서류의 ‘수송거래처 및 결제조건’ 항목에는 청해진해운이 동국제강에서 연간 ‘철근 외’ 자재 1만5천t을 받아 제주로 수송했다고 적혀 있다. 이 규모는 오하마나호 한 대가 운송하는 양이다.

세월호가 2013년 초 운항을 시작한 이후 청해진해운이 운송을 맡은 철근량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현대제철과 함께 제주해군기지에 철근을 납품하는 업체다. 세월호와 오하마나호가 운송하는 철근 중 상당수는 제주해군기지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해진해운의 과욕이 침몰 원인이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2014년 10월6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설명자료’에도 이같은 인식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자료에는 “선박 구조를 무리하게 변경하고 과적을 자행” “상시 과적 상태로 운행한 단계에서 사고 위험이 이미 상당 부분 존재” 등 침몰 원인이 과적에 있다고 적혀 있다. 사고 원인을 깎고 다듬어 단순하게 만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많은 양의 철근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는 남 부장의 검찰 진술은 그 과정에서 떨어져나간 조각이었다.

하지만 2년 넘는 시간이 지나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로 향하는 철근이 실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최대 화물 적재량이 987t인 세월호가 평균 2천t이 넘는 화물을 실어 나른 것이 오직 청해진해운의 욕심 때문만이라고 해석하긴 힘들다.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을 서두른 당국의 책임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기타 관급 자재 물량·행방도 확인해야</font></font>

세월호 참사 당일 실린 철근이 426t뿐인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피해보상 관련 문서에 D철재가 A물류에서 25t(한 차 분량)의 철근을 받기로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D철재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현대제철에 주문해서 그날 받기로 한 관급 철근 분량만 두 차(50t)가 넘는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흘러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사급 철근도 그만큼 됐던 것 같다. 정확한 양은 운송장을 봐야 하는데 세월호 안에 있어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관급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사 목적으로 ‘관’에서 직접 계약을 맺어 납품받는 자재를 말한다. 이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세월호에 실린 철근량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물론 D철재가 주문한 철근이 전부 그날 세월호에 실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D철재 관계자는 “365일 중 한 차 분량만 들어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운송장이 없어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25t은 턱없는 분량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물류 관계자는 “D철재에 운송하기 위해 세월호에 실은 철근은 한 차 분량뿐이다.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D철재를 제외한 다른 업체 관계자들은 “두 차 분량이 오기로 했던 것이 맞다”(C철재),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15t 분량이 맞는 것으로 안다”(F산업)고 말했다. 또 이 업체 관계자들 모두 참사 당일 받기로 한 철근이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자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주해군기지만이 아니다. 관급 자재 역시 정부나 지자체 등에 납품되는 물품이다. D철재 관계자는 “우리는 제주해군기지 쪽으로 들어가는 자재를 받지 않는다. 다만 1년에 관급용으로 회사로 들어오는 철근량이 6천t 정도 된다. 많이 들어올 때는 관급용만 하루 250t 정도 들어왔다. 이 중 90% 정도는 인천을 통해 제주로 받았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과적하며 실어 나른 자재 중 상당수는 정부 등 공공기관에 필요한 물품이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세월호에 실린 화물이 정확히 어디로 향했는지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관급 자재를 많이 실었기 때문에 세월호 침몰 원인이 모두 정부 책임이라고 트집을 잡기 위함이 아니다. 제주해군기지 같은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자재 운송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최대 화물 적재량이 987t인 세월호에 수백t의 철근을 ‘욱여넣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조사 중단 압박</font></font>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6월27일 세월호에 적재된 화물이 총 2215t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앞서 검찰이 밝힌 화물량보다 73t가량 많다. 특조위는 세월호의 정확한 화물량을 확인한 뒤 각 화물이 어디로 향하는지 조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6월30일 특조위 쪽에 ‘상반기에 지급한 조사를 위한 사업비는 이날 이후 집행할 수 없으며 인건비와 기본 경비는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한 활동에 한정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6월30일부로 끝났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조위 쪽은 이에 반발하며 조사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벌이기 힘들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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