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번째 필독 콘서트를 열었다. 최근 를 펴낸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과 안수찬 편집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동갑내기인 이원재 소장과 안수찬 편집장은 1997년 입사 동기다. 입사 뒤 기자의 길을 계속 걸어온 안수찬 편집장과 달리, 이원재 소장은 기자를 그만두고 미국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땄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소장은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을 거쳐 희망제작소에서 일한다.
길은 달라졌지만 최근 두 사람이 붙들고 있는 주제는 비슷하다. 청년과 빈곤이다. 필독 콘서트는 4월4일 서울 충정로 카페 ‘벙커1’에서 진행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한 독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시작은 이원재 소장의 특강이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폭탄’ 맞은 밀레니엄 세대 </font></font><font color="#00847C">1960년대 이후부터 2010년대까지 20~30대 초반의 소득과 연금을 수령하는 60살 이상의 소득을 비교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스페인·이탈리아 등 7개 국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60살 이상의 소득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청년 세대의 소득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이것은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의 차이다. 연금소득은 꾸준히 늘고, 근로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청년 세대가 그 폭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그렇다. 이것이 이 책을 쓰면서 가진 문제의식이다.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다. 근로관계에 중심을 둔 삶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장시간 노동에 기초한 성장모델이 작동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인에게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 일해서 저축한 뒤 노년에 그것을 쓴다는 삶 역시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런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왜?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도전적으로 말하려 한다.
새로운 질서를 상상도 할 수 없는 세대가 계속해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답이다. 책에 이 부분을 상세히 풀어놨다.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경제는 상대방을 믿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를 한번 보겠다.
“어려울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친구, 친척 등)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이다. OECD 평균보다 훨씬 낮고 특히 북유럽의 복지국가와 비교했을 때는 극명히 낮다. 세대별로 대답을 구분해보면, 그나마 10~20대는 선진국과 비슷한 사회적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 30~40대는 선진국보다 조금 떨어진다. 50대 이상은 아주 많이 떨어진다.
‘세대교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청년 세대가 어려우니까 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 혹은 ‘청년 세대의 힘과 에너지를 받아서 사회를 역동적으로 바꿔야 한다’ ‘노년 세대는 이제 물러나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새로운 생각을 펼치는 새로운 세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로 빨리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세대교체와 시대교체를 기대할 수 있다. </font><font size="4"><font color="#008ABD">‘제론토크라시’ 깨뜨리려면</font></font>
<font color="#1153A4">안수찬 </font> 이원재 소장이 말한 부분의 핵심 개념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라는 조금 어려운 라틴어인데, ‘노인지배정’이라는 뜻이다. 결국 노인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고, 그 이유도 책에 서술되어 있다.
(노인들은) 과거 임금소득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해왔고, 이제 자본소득을 영위하는 자리에 올랐고, 나아가 정치권력까지 누리는 상황에 있다. 반면 2030세대는 임금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짐에 따라 앞으로 자본소득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사회적 발언권 역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제론토크라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만간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책을 보면 제론토크라시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20대 스스로 통치나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 같은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font color="#00847C">이원재</font> 좋은 질문이다. 조금 시각을 바꿔서 이런 말을 해보고 싶다. 20대도 결국 나이를 먹는다. 20대가 30대가 되고 40대, 50대를 거쳐 60대가 된다. 그렇다면 20대가 가져야 할 질문 가운데는 ‘내가 60대가 됐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것이 포함됐으면 좋겠다. ‘청년의 주거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기보다 청년들이 대한노인회 같은 곳을 찾아가서 노인을 위한 대안정책을 논해보라고 청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음 세대의 노인이 될 사람들은 이런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아서는 희망이 없다. 청년이 사회 전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이 있으면 좋겠다. 20대 최고경영자(CEO)가 50대 직원들에게 존경을 못 받는 것이 아니다. 30대 정치인이라고 70대 노인에게 지지를 못 받으리라는 법도 없다. 다만 이 사회를 끌고 가겠다는 책임감과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이 점은 우리 청년들이 보완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사회를 탓할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일을 내가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모아보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제론토크라시를 깨뜨리는 길이다.
<font color="#1153A4">안수찬 </font> 조금 ‘꼰대’스러운 질문을 하겠다. 그동안 청년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 가운데 하나는 ‘그랜드 디자인을 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입시와 경쟁 위주의 성장과 교육 과정 혹은 사회 전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긴 하겠다. 젊은 세대가 당장 눈앞의 생존 문제에 얽매이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에 익숙한 세대(혹은 집단)에게 갑자기 ‘그랜드 디자인을 꿈꾸세요 혹은 도전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그런 꿈을 꾸기에는 당장 묶여 있는 족쇄가 너무 절박하지 않을까?
<font size="4"><font color="#008ABD">청년층을 정·재계 리더로 적극 밀어줘야 </font></font><font color="#00847C">이원재</font> 내가 이 나이에 이런 무대에서, 그리고 이런 훌륭한 분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는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왜 가능했을까.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기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계속 질문하고 대답을 듣고 지면에 옮기면서 그 영향력으로 사회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를 든다면, 우연한 사고에 의해서, 36살에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어디 경제연구소장이라고 하니까 60대 이상 할아버지로 알고 나를 찾아온 이들이 깜짝 놀라셨다. 당연히 나로서도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다. 스트레스도 있고, 책임감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게 된 것 같다.
리더는 결국 길러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경험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의 20대가 그랜드 디자인을 할 역량이 없다는 것에 대해 95% 정도는 앞선 세대의 문제라고 본다.
20대에 대해 기성세대가 흔히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일을 맡기고 싶어도 불안해서 못 맡기겠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지금 20대의 학력과 문화 수준 그리고 디지털을 다루는 능력은 50대보다 월등하다. 그런데도 못 맡기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50대는 그보다 훨씬 낮은 능력으로 여러 책임을 감당해내면서 자라나 리더가 된 것인데, 현재의 20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다만 20대에게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결국 ‘자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실패할 것 같더라도 ‘자임’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뭐라도 이야기를 한 다음 깨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위임’을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정·재계를 보면 50대 이상이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결정권을 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청년층을) 밀어줘야 한다. 실패를 맛보도록 해야 하고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font color="#1153A4">안수찬 </font> 청중의 질문이 들어왔다. ‘청년들 가운데 의식이 높은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청년 세대의 구심점이나 원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다수는 경쟁관계에 지쳐 자존감마저 매우 낮은 상태고 서로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 어떻게 세대교체라는 목표가 가능한 것인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가. 투표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달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font color="#00847C">이원재</font> 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겠다. 사람의 영향력은 (상대에게) 준 만큼 생긴다. 사회에서 청년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싶다면,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계속 찾으면서 신용을 쌓아가야 한다. 어떤 식으로건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것도 좋다, 정당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도 좋겠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청년들이 리더십 자임해야 한다 </font></font>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잃었다. 청년층이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소장이 말한 “청년의 사회참여”가 시작된 것일까. 이 소장은 2시간여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필독 콘서트를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한국 사회의 리더십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들은 직접 참여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속에서 리더십을 자임해야 한다. 자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
한채민 교육연수생 dodreamrhea@naver.com이채연 교육연수생 chloette020@naver.com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font color="#C21A1A">▶ 바로가기</font>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명태균 검찰 출석 날…“청와대 뒤 백악산은 대가리가 좌로 꺾여”
임은정 “윤, 건들건들 반말…국정 문제를 가정사처럼 말해”
[단독] 이충상, 인권위에 돌연 사표 제출
기상 양호했는데...2명 사망, 12명 실종 금성호 왜 뒤집혔나
명태균 변호인, 반말로 “조용히 해”…학생들 항의에 거친 반응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아들 등굣길 걱정에 위장전입’ KBS 박장범, 스쿨존 속도 위반 3차례
‘군무원 살해’ 군 장교, 경찰에 피해자 흉내냈다…“미귀가 신고 취소할게요”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던 윤, 스스로… [그림판]
군,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발사로 ‘북 미사일 발사’ 맞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