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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향한 세월호 칼을 꺾어라

황교안 총리 후보자,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대통령 비판 대두되자 해경 잘못 감싸며 정부 책임론 차단 역할 한 것으로 보여… 세월호 수사 방향과 규모 지휘했으나 정작 123정장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에는 부정적
등록 2015-06-02 10:45 수정 2020-05-03 09:54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2014년 7월9일 법무부 장관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출석해 “진상규명이 끝나면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세월호 진상규명과 배·보상은 그가 말한 것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2014년 7월9일 법무부 장관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출석해 “진상규명이 끝나면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세월호 진상규명과 배·보상은 그가 말한 것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책임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해야 한다. (그러나) 기소하기 위한 형사사법적 증거들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다 갖춰지지 못하면 기소하기 어렵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2014년 10월27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123정장만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한 것은 ‘꼬리자르기’ 부실 수사라고 비판하자 이렇게 말했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상 책임과 일반행정 책임은 전혀 다르다. 검찰이 면밀히 검토해 조사 대상을 정했고 수사를 한 것으로 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이 개별 수사를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막는 조항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세월호 수사의 대상과 방향, 범위를 정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구조 책임을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원 쪽으로 돌려 정부의 구조 실패 책임론을 차단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로 보인다.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몸통’으로 정하고 군까지 동원해 사상 초유의 수색작전을 벌였던 것이 그 근거다. 유 전 회장은 주검으로 발견됐지만 그 일가(6명)와 일가의 도피 조력자 및 세모그룹 관계자(30명)는 법정에 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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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만 건드리고 황급히 끝낸 수사

반면 공직자는 123정장 등 ‘깃털’만 건드렸다. 그마저도 황 후보자는 불만이었다. 검찰이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나서자 그는 “법리 검토를 더 해오라”며 퇴짜를 놓았다( 4월24일치 보도). 사실상 외압이다. 해양경찰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면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커진다. 황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되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진상 조사 활동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조위는 정부에서 독립된 기구이지만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예산이나 각종 기록을 확보할 때는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황 후보자는 2014년 7월9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때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면밀한 수사”와 “공무원 책임” “국가 배상”을 얘기했었다.




2014년 7월9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회의록



박민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3일 정도 초기 대처가 대단히 부실해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는 게 결론적으로 확인됐다.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사과할 정도로. 핵심 인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계획 없나.
황교안 장관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수사 진행하고 있다. 첫 사법처리가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 직원이고 앞으로 면밀한 수사가 진행된다.
부좌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1분1초가 급하고 중요한데 해경이 기강 해이로 사고를 수습할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국가가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황 장관공무원들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부 의원 수사 결과 위법, 불법행위, 비리가 밝혀졌지만 국가배상법상으로 국가는 세월호 사건 피해에 대해 배상 책임이 있는 것인가.
황 장관 진상규명이 끝나면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국가의 책임으로 귀속되면 국가의 책임,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수사와 배·보상은 황 후보자가 말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구조 실패의 책임은 123정장만 홀로 짊어졌고 배·보상 절차는 특조위가 진상 규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끝나려고 한다. 배·보상금 지급 신청일을 9월29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배상금 등을 받으면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나중에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가 추가로 밝혀지더라도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다. 황 후보자는 이런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123정장 ‘퇴선방송 했다’는 거짓말 묵인
2014년 1월2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첫 공개변론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정부 쪽 대표로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통합진보당을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표현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2014년 1월2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첫 공개변론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정부 쪽 대표로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통합진보당을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표현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과 국회의 국정조사를 비교해보면 황 후보자는 정부의 구조 실패를 밝히는 것을 애초에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7월 국회 국정조사 때 해경이 퇴선방송을 했다고 입을 맞춰 거짓말을 했는데 검찰은 이 말이 거짓임을 알고도 침묵했다. 세월호 수사 진행 상황을 국회에 보고한 황교안 후보자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김경일 123정장은 2014년 4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퇴선방송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해 고무단정을 내리기 직전 김아무개 부장이 “승객 여러분, 퇴선하세요, 바다로 뛰어내리세요”라고 대공 마이크로 3~4회 소리쳤다는 것이다. 아무도 뛰어내리지 않아서 고무단정을 출발시킨 뒤 김 부장이 4~6차례 반복해 퇴선방송을 했다고 했다. 5월22일 감사원 조사와 6월4일 검찰 조사 때도 같은 진술을 반복했다.

하지만 123정장과 함께 123정에 탔던 다른 해경들은 6월4일 첫 검찰 조사 때부터 다른 진술을 했다. 123정의 퇴선방송을 듣지 못했는데 정장이 들었다고 허위 진술하라고 시켰다고 말이다. 이아무개 정비팀장이 첫 자백자다. 그는 처음에 “정장이 조타실에서 승객에게 퇴선을 하라고 방송을 여러 번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오전 11시에 시작한 검찰 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자 압박을 느꼈다. 검찰이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냐”고 계속 추궁했고 이 팀장은 결국 “김경일 정장과 입을 맞췄다”고 자백했다.




이아무개 정비팀장 2014년 6월4일 검찰 진술조사



검사 입을 맞춘 일시 및 장소, 경위는.
이 팀장 어제 6월3일 낮 12시30분부터 1시간 정도 123정 식당에서 얘기했다. 정장이 내일 광주지검에 가니까 감사원에서 감사받은 진술을 그대로 하라고 했다.
검사 퇴선방송을 한 사실이 있나.
이 팀장 퇴선하라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한 명이 허위 진술을 고백하니까 다른 해경들도 잇따라 인정했다. “사고 현장에서 대공 퇴선방송을 듣지 못했다. 정장이 마이크 등을 이용해 방송을 한 사실이 없다.”(최아무개 기관장) “김 부장이 승객들에게 퇴선하라고 대공방송을 한 사실이 없다. 순경 이아무개도 방송에서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었을 뿐 퇴선방송을 듣지 못했다.”(박아무개 항해팀장) “대공 퇴선방송을 듣지 못했다. 부장이 퇴선방송을 했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박아무개 안전팀장) 퇴선방송을 직접 했다고 주장했던 김 부장과 김경일 정장만 버텼다.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123정장은 거짓말을 했다. 그래도 퇴선방송은 없었다는 것을 다른 해경의 진술로 검찰이 확인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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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2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회의록



박민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목포해양경찰서장이 몇 번에 걸쳐서 퇴선 명령을 하라고 했는데 그것을 이행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김경일 123정장 했다. 했다. 처음에 1차는 400야드에서 했고, 거리 400야드에서 했고, 그다음에 들어가면서….


구조 과정 위법 내용을 공개하라

국회는 해경에 이어 법무부와 감사원을 7월9일에 국정조사했다. 황교안 후보자는 “사고 후 구조 과정의 위법행위”를 광범위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해경의 초동대처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123정장은 9시30분경 현장에 도착한 후 선내 승객 구조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서도 즉각적인 선실 진입을 시도하거나 구조본부에 현장 상황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은 채 선외 승객 구조에만 집중했다.” 검찰은 123정장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다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을 추가해 기소했다. 최소한의 책임만 어쩔 수 없이 물은 꼴이다. 광주지법은 김 정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014년 10월27일 법무부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들이 세월호 수사가 부실하다고 황 후보자를 비판하자 김진태 의원(새누리당)이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황 후보자가 꼬리자르기 수사를 왜 했는지 드러내는 모양새가 됐다.




2014년 10월27일 법무부 국정감사



김진태 의원 구호해야 할 작위(적극 행위)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황교안 장관 법률상 형사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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