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등 성직자의 소득세 납부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행정7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월24일 한겨레가 “종교인(성직자)의 소득세 납부 현황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은 2011년 성직자 소득세 관련 자료를 취재하며 ‘한겨레’ 법인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쟁점 ‘자료가 존재하는지 여부’
재판부는 “종교인이 아닌 일반 근로자도 종교단체에서 일하며 근로소득을 얻는 사람이 있다”며 “종교단체가 일반 근로자와 구분해 종교인에 대한 것만 따로 신고하지 않고, 국세청으로서도 근로소득세 과세 목적상 종교인을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한겨레가 요구한 정보를 국세청이 별도로 보유·관리하고 있다거나 보유 중인 전자적 형태의 자료를 편집해 요청 정보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 이유를 밝혔다.
은 2011년 3월 국세청에 ‘목사 등 성직자의 최근 10년간 소득세 납부 현황, 최근 10년간 국세청에 소득신고한 성직자 가운데 연소득을 1억원 이상으로 신고한 성직자가 있는지’ 등 모두 7종의 정보를 공개청구했다. 당시 벌어진 수쿠크법(이슬람 채권법) 논쟁에서 보수 개신교계가 현실정치에 개입한 사건이 벌어졌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세청은 ‘자료가 없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은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패했고, 마지막 불복 절차로 10년치 자료를 2년치 자료로 좁혀 2011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자료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정보 공개 청구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시민이 공개를 요구한 문서가 해당 국가기관에 없더라도 해당 기관이 “(기존에 보유한) 기초 자료를 검색하여 청구인이 구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으며 그러한 작업이 해당 기관의 컴퓨터 시스템 운용에 별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 사실상 자료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안철상 부장판사)는 2012년 8월 국세청이 사실상 성직자 소득세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 ‘최근 2년간 성직자 소득세 납부 현황’ 등을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요구한 7종의 정보 가운데 2가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비공개를 전제로 국세청의 전산 시스템인 ‘국세통합시스템’(TIS)과 ‘국세정보관리시스템’(TIMS)의 작동 방식을 치밀하게 검증한 끝에 이렇게 판결했다. 천주교계와 일부 개신교, 불교 종단 성직자들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사실도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비슷한 검증을 하고도 정반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2006년 공평 과세와 관련해 종교인 과세 논쟁이 벌어졌다. 법률상 근거 없이 국세청이 성직자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찬반 의견이 나왔다. 특히 억대의 수입이 있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주목받았다. 논쟁은 지난해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의 소득에도 세금을 과세해야 한다”고 발언해 다시 점화됐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성직자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리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여전히 정부 방침은 확실치 않다. 목사와 승려들은 아직도 소득세법 바깥에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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