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5월 촛불집회로 집권 초부터 위기를 맞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러곤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 ‘변종 대운하 사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오히려 임기 안 완공을 목표로 속도전을 펼쳤다. 텔레비전·신문·인터넷 등을 통한 홍보광고를 보면 기존 4대강 주변은 천지개벽해 멋진 생태공원이 될 것 같았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돼가는 지난 9월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한강과 낙동강을 따라 생태공원을 살펴봤다. 정부의 홍보자료대로라면 멋진 공원이 돼 있어야 할 수변공원 등 친수시설은 관리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오자 흉물로 변했다. 보와 멀수록 상태가 엉망이었다.
경북 상주 시내에서 직선거리로 10km 남짓 떨어진 낙동강 상주보 상류의 경천섬을 지난 9월4일 찾았다. 본래 모래톱이던 섬을 준설하고 흙을 다져 공원으로 만들었다. 섬으로 넘어가는 구름다리를 건너자 정리가 잘된 거대한 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산책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경천섬 건너편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경천섬은 유령섬을 방불케 했다. 1시간 넘게 지켜봤지만 아무도 찾지 않았다. 상주보 주변으로는 경천섬 말고도 낙동강을 따라 공원이 몇 개 더 있었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구미보·칠곡보 주변 수변공원들에는 공사에 쓰인 폐준설기계·준설선 등 장비들이 방치돼 있었다. 낙동강을 따라가며 본 폐준설 장비만 20개가 넘었다. 방치된 장비들에서 나온 녹물이 땅에 스며들었다. 구미보 주변의 거대한 수변공원 구룡마루는 이용객 대신 망초가 자라고 있어 공원인지 망초 재배 단지인지 알 수 없었다.
9월5일 오후에 찾은 경북 고령 개진면의 개진강변공원은 잡초가 숲을 이루었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인도를 걸을 수조차 없었다. 공원 주변에는 폐준설 장비, 컨테이너, 간이화장실 등이 널려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나성진(61·대구 달서구 본동)씨는 “방치된 공사 폐기물이 비가 오면 강으로 흘러갈 텐데, 지자체에서 빨리 치워야 한다. 자전거길 주변의 휴게소도 청소하지 않아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생태공원은 234개다. 전체 면적은 130km²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이른다. 공원 조성에 2조원이 들었다. 현재 4대강 본류사업 110개 공구 중 89개가 준공됐고, 49개 지자체에서 친수시설 유지·관리를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수변공원 관리 명목으로 지자체에 국고 449억원을 지원했다. 한강시민공원의 한 해 유지·관리비는 500억원이고 여기에 인건비가 추가된다. 한강시민공원 면적(40km²)의 몇 배에 이르는 수변공원을 관리하기 위한 국고 지원은 턱없이 모자라다. 이용하는 사람,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공원을 유지하려고 앞으로 얼마나 비용이 들지 가늠하기 힘들다.
상주·구미·칠곡·고령=사진·글 김명진 기자littleprinc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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