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테스트. 다음 중 파출소 뒷문을 파괴·방화하고 무기고를 점령, ‘정권 하야’ 구호를 외치다 내란 혐의로 기소됐을 것 같은 사람은?
① 박정희 ② 전두환 ③ 노태우 ④ 김대중 ⑤ 이명박 ⑥ 김어준
①번을 선택한 당신, ‘아빠바보’ 박근혜는 절대 안 돼라고 생각하는군요. ②번을 선택한 당신, 왜 이 양반은 아직도 살아서 골프를 치는지 궁금하지요. 코리안 좀비? ③번을 선택한 당신, 그냥 생각이 없으시네요. ④번을 선택한 당신, 현대사에 대한 깻잎 한 장 두께의 지식, 혹은 ‘슨상님’에 대한 무조건적 적개심을 갖고 계시군요. ⑥번을 선택한 당신, 생긴 걸로 사람 판단하는 분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⑤번과 ⑥번 사이에서 고민했겠어요. 어쨌든 답은 ⑤번 이명박, MB 되겠습니다.
‘내란 유발’하는 두 남자
1964년 고려대 4학년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회담 반대 시위를 벌이다 붙잡혀 기소됐죠. 혐의는 무시무시한 내란죄. 당시 이 대통령은 법정에서 파출소 파괴·방화, 무기고 점령 사실을 부인하며 “박(정희) 정권 하야라는 구호는 위정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 “우리들의 행위가 대외적으로 국가 위신을 추락시키고 현실 참여가 좀 지나쳤다고 생각되나 이런 사태를 유발케 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죠. 쫄았네요. 그땐 몰랐겠죠. 자신이 이렇게 크게 될 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두고 ‘내란 선동’이라며 잡도리하던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그랬죠. “‘정권 퇴진’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아주 심각하다.” 장난 하시나요. 위정자들 각성을 촉구한 것을. 조·중·동 방송 특혜나 4대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MB는 하는 일마다 ‘내란 유발’이네요. 절차도 뭣도 없고 국헌을 이리도 문란케 하다니요.
“난 평범한 소시민이다. 누군가에게 ‘난 이런 사람이오’ 하고 소개씩이나 할 만한, 대단하고 그럴듯한 경력이라곤, 정말이지 토란잎 따다 물고 달밤에 지르박 스텝을 밟아봐도 떠오르는 게 없더라.” 1999년 쾌도난담 첫 회. 김어준 총수의 자기소개네요. 토란잎도 크죠. 당시 깻잎 한 장 정도 경력밖에 없던 김 총수는 다른 언론사 대담에서는 이랬죠. “하다 보니까 이렇게 인기 있는 비주류가 됐는데 앞으로는 주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제든 주류로 변할 수 있는 거다.” 그래요, 김어준, 요즘 대셉니다. 그때 알았나요? 자신이 이렇게 크게 될 줄. 딴지라디오 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극우·보수 쪽에서는 ‘근거 없이 떠드는 선동 매체’라고 규정하죠. ‘열 개 정도 막 던져서 한두 개 맞는 걸로 먹고산다’는 비난도 따릅니다. 그래도 맞는 게 어딥니까.
이명박이 없으면 김어준도 없다
어쨌든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대중·이명박·김어준의 공통점은? 김어준이 나중에 대통령 되면 모를까(그럼 김어준 정부는 ‘씨바정부’? 아오. 그런 세상에서 살기는 싫네요), 대통령 아닙니다. 박정희는 군사반란으로 대통령이 됐죠. 살았으면 내란죄로 처벌됐을 겁니다. 전두환·노태우는 반란수괴·내란죄로 기소됐고요. DJ는 자신의 이름을 딴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까지 선고됐죠. 이명박 대통령이야 소심하게 ‘각성 촉구’하다 덜컥 내란죄로 벌 받더니, 말년에는 ‘내란유발자’로 소일합니다. 가카 헌정 방송의 ‘수괴’ 김어준도 내란유발자 열심히 따라다니며 ‘내란 선동 중’이고요. 내란유발자 MB가 없었다면 김어준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 그래서 MB와 김어준, 올해도 내년도 내란으로 대동단결, 내란으로 공생발전.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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