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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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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버리고 주체적 소비로

‘노쇼핑’ 1년 여정 마친 참가자 좌담…
“알뜰하자고 낭비하는 일도 많아요”
“소유 대신 전유하는 삶이 행복해요”
“당신의 욕구를 예산으로 잡으세요”
등록 2010-12-30 12:54 수정 2020-05-03 04:26

다시 크리스마스다. 꼬마전구를 얹은 소나무는 깜빡거리며 최면을 건다. 종종거리는 걸음을 따라오는 음악에 따라 마음이 흥겨워진다. 음악에 맞춰, 불빛에 흥청거리며 우리는 지갑을 열고 카드를 긁고 지폐를 건넨다. 주디스 러바인( 저자)이 치렁치렁 쇼핑백을 들고 가다 물웅덩이에 빠지고, 허우적거리다 문득 ‘노쇼핑’을 결심한 것도 저 불빛 아래일 것이다.

» 노쇼핑 주부들도 세일 중인 가게 앞에서 ‘싸게 사는 게 버는 것’이라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다.

» 노쇼핑 주부들도 세일 중인 가게 앞에서 ‘싸게 사는 게 버는 것’이라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다.

이렇게 많이 싸안고 살고 있구나

올 1월1일 시작을 알린 ‘노쇼핑’ 프로젝트가 1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참가자 몇몇은 굳은 결심을 허물고 소식이 두절되었다. 몇몇은 다시 클릭질을 하고 택배의 방문을 받고는 뒤통수를 쳤다. 고장난 컴퓨터를 두들기다 새로 컴퓨터를 장만하고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싼 것을 사는 건 버는 것이라는 ‘이유’를 마음속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전히 딜레마는 남아 있었고, 죄책감은 치유가 안 됐다. ‘행복한 소비’는 어디 있을까?

노쇼핑 프로젝트 참가자 중 서울 거주자 우띠맘, 경월소주, 송송책방 3명이 마포 민중의 집에 모여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우띠맘은 아이 둘이 있는 맞벌이 주부, 경월소주는 아이가 없는 전업주부, 송송책방은 미혼이다. ‘무작정’을 넘어 ‘합리적’으로 넘어가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리얼와이즈멘토그룹의 박미정 재무교육강사가 ‘멘토’로 참여했다. 이들은 1년간의 소비 생활을 ‘머니 플래너’(cafe.naver.com/realwisementor)에 정리해왔다.

박미정: 1년을 어떻게 지냈나.

우띠맘: 집이 단출해졌다. 예전엔 부엌에 새로운 가전제품이 쌓여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처분해서 깨끗하다. 정말 필요한 게 있으면 가지고 계셨던 분들한테 저렴하게 샀고, 인테리어 소품은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다. 팔기도 했지만, 부피가 작은 아이들 장난감은 그냥 내주었다. 동기들이 집에 오면 요게 필요할 것 같다고 챙겨뒀다가 나눠줬다.

첫 두 달은 가계부가 획기적이었다.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금전적으로 확실하게 보였다. 그러다 한 분기 지나면서부터 좀 늘어났다. 1년을 결산해보니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더라. 대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택시는 과소비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했는데 하반기로 가면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택시를 탈 수 있다로 바뀌었다.

경월소주: 물건을 정리하면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선물 들어온 오븐이 있었는데, 잘 사용하지 않아서 필요하신 분 가져가라고 인터넷에 올렸다. 배달비 들지 않게 동네분이었음 좋겠다고 했다. 동네의 젊은 부부에게 낙점되었다. 그 젊은 친구가 2주 뒤에 빵을 구웠다며 찾아왔다.

왜 소비를 하는지 생각해봤는데 불안한 상태 때문이더라. 남편과 사이가 안 좋거나, 시어머니와 다퉜거나,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 큰 것을 하나씩 ‘질렀다’. 마음의 평안을 얻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송송책방: 올해는 재정에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잊고 있던 돈을 받았고 이사를 했다. 지난해 부모님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살던 살림을 처분해야 했다. 다시 들어와 사실 거라 다 버릴 수는 없어서 떠맡았다. 그래서 분수에 맞지 않게 큰 집을 얻고 대출을 받고 월세를 끼게 됐다. 큰 집에 혼자 사니까 좋았는데, 점점 더 쪼들렸다. 올 초 친구랑 합쳐 이사를 했다. 합치니까 두 개 있던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게 됐다. 오래된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을 처분했다. 그런데 장롱이 이사한 집 문에 걸려 안 들어가더라. 그래서 재활용 딱지를 붙여 밖에 내놨다. 큰 집을 얻은 이유 중 하나였던 고양이도, 동거를 하게 된 친구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정원 있는 집에 주었다. 그러고 나니 큰 집을 얻었던 모든 이유가 사라졌다. 진작에 이렇게 다 버렸다면 지난해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장롱이 없으니 안에 차 있던 옷도 다 버리게 됐다. 옷을 잘 입는 편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옷이 많은지, 이불 넣는 비닐로 세 봉지가 나왔다.

경월소주: 비참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었다. 참고 산 것은 좋은데 우울했다. 이렇게 한 번 살고 가는데, 좀더 예쁘게 보이고 좀더 좋은 것을 들고 가면 좋지 않은가. 찍어놓은 물건을 한 달간 주시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박미정: 쇼핑 충동을 극복한 사례가 있나.

경월소주: 남편은 한 달 동안 기다렸으니 사라더라.

송송책방: 쇼핑 원칙이 유예기간을 두라는 것이었다. 2주 정도 생각해보고 필요할 것 같으면, 자신을 설득할 논리를 만들면 사자는 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고민하고 사도, 산 물건이 별로 필요한 게 아니더라. 매트만 놓고 생활했는데, 1년 동안 고민하다 침대 프레임을 들여놨다. 지난주 수요일 받았는데, 어제 처음으로 그 침대에서 잤다. 역시 겨울은 마루, 전기장판을 깔고 바닥에 지지면서 자는 게 좋아서….

» 박미정 리얼와이즈멘토그룹 재무교육강사와 1년의 ‘노쇼핑’ 여정을 마친 우띠맘, 경월소주, 송송책방. 이들은 지난 1년이 소비를 관찰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박미정 리얼와이즈멘토그룹 재무교육강사와 1년의 ‘노쇼핑’ 여정을 마친 우띠맘, 경월소주, 송송책방. 이들은 지난 1년이 소비를 관찰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간절하다면 사치하라

박미정: 필수품과 사치품 구분은 쉬웠나.

경월소주: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안 보면 확실히 소비가 줄어든다. 텔레비전에서 노출하고 인터넷에서 콕 집어서 알려준다. 이런 데 노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필요로 느끼는 게 필수품이 아닐까 싶다.

우띠맘: 억누르고 차단해도 소비를 안 하는 것은 그때뿐이다. 예전에 플래시를 모으던 아이가 이제는 팽이를 사모은다. 팽이가 그때그때 유행하는 게 달라진다. 아이한테 사고 싶은 게 필요한 것, 필요할 것 같은 것, 갖고 싶은 것 중 어떤 거냐고 물었다. 아이는 갖고 싶은 거라고 했다. 또 갖고 싶은 것에는 충동적인 것과 오랫동안 갖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떤 거냐고 물었다. 충동적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 아이에게 필요한 것, 필요할 것 같은 것, 충동적이지만 오랫동안 갖고 싶던 것을 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월소주: 그런데 오랫동안 갖고 싶은 것이면 더 집착하게 된다. 이러다 품절되는데 하면서.

박미정: 잠깐은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계속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재무 상담도 비슷한데, 상담 뒤 3개월 있다가 전화를 해보면 받지 않는다. 피한다. 쇼핑을 하기 전만 생각하면 문제가 단순한데, 쇼핑 뒤가 남아 있다. 쓸지 안 쓸지의 판단은 정작 쓰지 않으면 내릴 수 없다. 도대체 잘 샀다는 건 뭘까.

경월소주: 여기저기 잘 어울리고 남들도 잘 어울린다고 하는 것? 잘 모르겠다. 홍삼 내리는 중탕기가 있는데, 우리 여자 형제 모두 사고 싶어한다. 각 집에 하나씩 사지 말고 한 사람이 사서 돌려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누가 살지는 정해지지 않더라. 그렇게 효율적으로 쓴다고 하면 잘 산 걸까 싶고 그렇다면 필요한 걸까 의문스럽다. 대형 믹서기를 쓸 때마다 잘 샀다고 생각하지만, 두 가족 살림에는 너무 크다. 복불복이다. 고민하고 사더라도 어떤 건 잘 쓰고 어떤 건 후회스럽다.

박미정: 상담을 하다 보면 산 것을 후회하지 말라고 위로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큰돈을 주고 흙침대를 산 분이 있었다. 나름 할인해 싸게 샀는데, 사는 순간부터 눈물의 후회를 하더라. 어떤 분은 ‘베란다 증후군’이 있었다. 싸다고 해서 스타킹을 3년치 사서 쟁여놓았다. 이런 물건들을 베란다에 쌓아놓았는데 베란다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땀이 난다는 것이다. 필요냐 욕구냐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처음에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회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후회를 없애는 방법으로 ‘예산’을 짜보라. 모두 가계부를 쓰면서 결산을 중요시한다.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들여다보며 통째로 괴로워한다. 대신 자신에게 용돈을 책정하는 예산을 세워, 돈이 남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경월소주: 남편이 택시 타는 것을 좋아한다. 옷에도 관심이 없고 지갑도 10년째 쓰는데 그렇다. 담배도 끊었는데 택시를 못 끊더라. 택시 때문에 여러 번 싸웠는데, 그렇게 이해하면 쉽겠다.

알뜰할수록 낭비가 되는 딜레마

우띠맘: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걱정돼 홈베이킹을 시작했다. 제빵사 과정도 수료했다. 그런데 의외로 나의 기쁨이 크더라. 초코쿠키를 만들면서 다른 걸 넣어본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재밌었다.

박미정: 이런 개념을 소유와 전유로 구분한다. 컵을 만드는 사람은 컵이 다 자신의 것이다.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자기가 가진 게 있다. 반면 소유는 공허감이 남는다. 결과만 취하니까 배가 고프다. 더 많이 살수록 부족분이 더 늘어나 더 큰 공허를 불러일으킨다. 전유는 노동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경월소주: 진짜 많이 버렸다. 청소할 때마다 거치적거리던 의자를 치웠고, 정리하다 구석에서 나온 소금은 김치 담글 때 다 썼다. 냉동실의 산나물도 다 먹었고, 저장식품도 다 먹었다. 그 뒤로는 버릴 것 없나 찾게 된다. 버리면서 은근한 쾌감이 있더라. 여전히 냉장고는 채우지 않고 있다.

우띠맘: 지난해에 귤을 세 박스 얻었다. 너무 많아서 대형 주서기가 있는 집에 가서 주스를 만들어왔다. 그걸 다 못 먹어서 버렸다. 아끼다 보니 에너지를 더 들여서 버리게 된다. 알뜰해질수록 낭비가 되는 딜레마도 있다.

송송책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얻었다. 24시간 동안 돌아가는데 내내 덜덜거리며 시끄러웠다.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얼만가. 제일 작은 것이 200원이나 될까. 그게 아깝다고 온종일 전기를 들여 시끄럽게 한 거다. 통신 카드를 만들었다. 비밀번호 찾고 인증하는 데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카드를 쓰긴 하지만 그 1시간이 아깝다. 주로 쓰는 카드가 자동차 대리점과 연결된 거다. 3년 넘게 쓰면서 엄청 긁어댔는데 갚아야 할 포인트는 줄어들지 않더라. 할인받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경월소주: 포인트로 20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맛에 홀려 카드를 쓰게 되더라. 현금으로 계산하면 그 포인트를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띠맘: 현금을 쓰지 않고 직불카드를 쓴다. 포인트로 돌려주기도 하니까. 현금을 쓰면 잔돈이 어딘가로 없어지는 기분이다.

박미정: 현금을 쓰면 더 많이 쓰는 것 같다는 말씀들 많이 하신다. 돈이 나가는 걸 일일이 보니까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카드의 혜택은 오버해서 쓰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30만원 쓸 사람이 40만원 쓰니까 캐시백을 준다. 5천원밖에 없는 사람도, 카드를 들고 있다면 카드 한도금액만큼 들고 있다고 착각한다. 카드사에서 혜택을 강조하면서 돈을 쓰면 돈을 버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머릿속에서 혜택을 걷어내고 소비자 가격 그대로를 보라. 카드와 경쟁하려 하지 마라. 나의 경우 신용카드를 없애고 나니 소비가 딱 40만원이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한다면.

경월소주: 자기를 정확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 돈 안 쓰겠다는 생각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돈은 덜 벌더라도 아이와 시간을…

송송책방: 많은 것을 얻은 사람이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는 1년이었다. 여전히 1년간 기존의 패턴을 반복했다. 올해는 내가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버릴 수 없는 것이었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의도하지 않게 많은 것을 버리게 됐는데, 그러면서 참 필요 없는 것을 많이 껴안고 있구나 생각했다.

우띠맘: 1년 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돈을 줘서 살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적었다. 물질적 풍요도 좋지만, 부족함 속에서도 살 수 있다고 느꼈다. 고민하며 올해 내린 결론은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거다. 지금 2학년인 둘째아이가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운다. 예전에 아이와 약속한 적이 있다. 5년만 더 일하겠다고. 기억 못할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한마디 한마디를 기억해서 이야기하더라. 내년까지 일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



마고할미·버들치·웰컴氏의 마지막 한마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높은 거래’


마고할미: 초반에는 완전한 노쇼핑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계속 무엇인가 필요한 물건이 생겨나고 머릿속에서는 ‘노쇼핑, 노쇼핑!’ 이러면서 갈등을 겪었습니다. 1~2월엔 최소한의 쇼핑만 했는데, 3월엔 밀렸던 것들을 어찌어찌 핑계를 대면서 몇 번 사들였고, 다시 ‘노쇼핑, 노쇼핑!’ 하면서 내적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필요한 물건이 많이 생겼는데, 확 사버리고 싶은 마음과 한 번만 더 참아보자는 마음이 싸우더군요. 그때마다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비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만약 물건을 빌리는 과정에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면 노쇼핑이 지속되기 힘들었을 텐데,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배려심 있는 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사도 했는데, 묵은 짐들을 버리면서 소유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경험이 생겼습니다.
제가 어떤 분께 농산물을 자주 얻어먹게 되었는데, 계속 미안해하며 받으니까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나를 주면 꼭 하나를 다시 되돌려줘야 하는 건 낮은 수준의 거래고, 하나를 주고 열을 주고 그러고도 하나도 못 돌려 받을 때가 있는 건 높은 수준의 거래라고요. 저는 낮은 수준의 거래에 익숙해져서 미안하고 불편해했나봐요.
제 결론은 꼭 필요한 물건도 있더라, 쇼핑에 너무 죄의식을 느끼지는 말아야겠다, 그렇지만 사지 않아도 해결되는 것은 무척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내 마음이 불안할 때 필요하지 않은 것을 괜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사들이더라. 허한 마음을 다스리는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일단 적금부터 들어놓고 남는 돈으로 생활해보면 필수품이 아닌 건 구매를 안 하게 되니, 쇼핑을 많이 하는 분들은 적금부터 드는 것도 좋은 해결책 같습니다.
버들치: 제가 사는 이 구석까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오고부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몇 달에 한 번씩 가던 대형마트도 이제 끊자,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결국 중소업자는 갈 곳을 잃고 대기업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치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동네 작은 슈퍼에서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기 시작했어요. 이건 아껴쓰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출이 약간 늘었지만 마음은 훨씬 편합니다.
10년 만에 외투를 하나 장만하려고 맘을 크게 먹었는데, 백화점에 가려니 그것도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백화점은 이 불경기에도 가진 자들의 명품 쇼핑 덕에 매출이 쑥쑥 늘고 있더군요. 저까지 그 줄에 서는 것이 왠지 쪽팔리더라고요.
일단 필요 없는 것을 사는 데 전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전혀 없어요. 17년 된 중고차를 바꾼 것이 가장 큰 지출이었는데, 역시나 아는 분께 10년 된 자동차를 싸게 얻었어요.
여러분은 지난 1년 불행하셨나요? 이 기획이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각자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주변에 관심 있는 시민단체에 기부도 좀 하시고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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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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