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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책 읽어주는 상상을 한다”



‘망막색소변성증’ 시각장애 딛고 방송 복귀한 개그맨 이동우… 시각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 꿈꿔
등록 2010-04-21 16:19 수정 2020-05-03 04:26
<font color="#006699"> 806호부터 시각장애인용 ‘2차원 고밀도 바코드’를 도입했다. 본문 페이지 왼쪽 상단의 바코드를 장애인 보조기기인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로 스캐닝하면 음성으로 해당 페이지를 읽어준다(자세한 설명은 h21event.hani.co.kr 참조). 이를 계기로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의 불편과 정보접근의 어려움, 바코드를 통한 구독 체험기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font>
개그맨 이동우(39).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맨 이동우(39).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맨 이동우(39)씨는 지난 5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2005년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았다. 실명하게 될 것이란 말에 그는 방송 활동을 접었다. 조울증에 걸릴 정도로 방황하던 그는 2010년 검정 선글라스에 흰 지팡이 차림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4월19일부터 평화방송 라디오 ‘이동우·김수영의 오늘이 축복입니다’를 진행한다. 4월24일에는 ‘틴틴파이브’로 공연 무대에도 선다. 그는 “비로소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font color="#638F03"> -여전히 목소리가 좋다. 라디오 DJ로 복귀한 소감은.</font>

=‘틴틴파이브’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감 하나로 버텼다. 그런데 지금은 불안하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나 혼자 불편한 것은 괜찮지만 내 장애로 인해 제작진이 고생하진 않을까, 청취자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걱정된다. 점점 시력을 더 잃게 될 텐데, 이런 날 어디까지 배려해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할 생각이다.

<font color="#638F03"> -대본을 특별 제작할 계획이라고 들었다.</font>

=현재 눈앞의 물체를 분간하기 힘든 정도의 시력이다. 제작진이 크고 굵은 글씨로 대본을 특별 제작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병이 진행형이므로 곧 알아볼 수 있는 글씨 크기가 A4용지 안에 들어가기 힘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때는 대본을 다른 사람이 읽어 녹음한 뒤 듣고 외우는 방식을 쓰려고 한다.

<font color="#638F03"> -은 최근 책 한켠에 바코드를 삽입해 이를 스캐닝하면 음성 변환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font>

=그런 서비스가 있다면 정말 유용하겠다. 도서관에 있는 책도 전부 그렇게 읽을 수 있나? 모든 책에 그런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시각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font color="#638F03"> -시력을 잃어가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font>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은 뒤 딸이 태어났다. 이제 5살이다. 아이에게 동화책 한 권 읽어주지 못했다. 누워 있는 아이를 보지 못해 밟은 적도 있다. 조울증에 걸리는 등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아이를 일부러 피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아이 때문에라도 힘을 낸다. 언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상상을 한다.

<font color="#638F03"> -가장 시급히 개선했으면 하는 문제는.</font>

=‘볼라드’라고 인도에 불쑥 올라온 주차방지턱이 있다. 전에는 몰랐는데 시력을 잃으니 가장 큰 장애물이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여기에 걸려 넘어져 크게 다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요즘엔 횡단보도 앞 인도를 낮춘 곳이 많은데 이 경우 어디까지가 인도인지 파악할 길이 없어 오히려 위험하다. 터치스크린 등 ‘빨리’ 반응해야 하는 디지털 환경 또한 더디고 느린 ‘아날로그적’ 시각장애인에게 고통이다. 갈수록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

<font color="#638F03"> -4월24일 콘서트는 수익금 일부를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고 들었다.</font>

=시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같이 살아가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그래도 특혜 받은 사람이다. 나를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사람들 덕분에 눈이 안 보여도 활동할 수 있다. 특혜 받은 내가 힘을 내서 시각장애인과 같이 살아나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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