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종을 쳤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어리둥절해요.”
‘붕어빵’ 아주머니는 1월1일 0시 서울 보신각 종 타종으로 새해 첫날을 맞았다. 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중앙시장 앞에서 9년째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이문희(48·영동군 양강면 묵정리·맨 왼쪽)씨. 그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여한 시민 추천 인사 11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씨는 지난 12월26일 타종 행사에 참가하라는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내가 어떻게 가느냐”며 못 간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딸이 ‘가문의 영광’이라며 참석을 권유해 응했다.
이문희(48·맨 왼쪽)씨. 서울시 제공
이씨는 매년 세밑이면 영동읍사무소에 찾아가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묵직한 돼지저금통을 내놓는다. 영동읍사무소는 올해도 그가 맡긴 돼지저금통에 담긴 54만500원으로 20kg짜리 쌀 14포대를 사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10대 때 이씨도 도움의 손길을 받았다. 그가 ‘아름다운 기부’에 나선 이유다. “소녀가장이었죠. 주위에서 줬던 라면 몇 개, 국수 한 그릇이 당장 먹을 것이 없던 저와 동생에게 큰 도움이 됐죠. 형편이 나아지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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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딸 둘의 학비라도 대려는 마음에 장사를 시작했다. “어릴 때 결심한 것처럼 이웃돕기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이들 가르치며 먹고살기가 힘들었어요. 목돈으로 누굴 돕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기준을 정했죠. 500원 동전을 받으면 무조건 돼지저금통에 넣는 거예요. 욕심 그릇을 조금만 덜어내면 기부할 수 있어요.”
그의 고객은 주로 읍내를 찾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다. 월요일과 금요일이 잘 팔리는 날이다. 잔병치레를 겪는 노인들이 병원이 문 닫는 주말을 지내고 나서 혹은 주말을 앞두고 읍내 병원을 많이 찾는다. “그런 노인분들이 주전부리로 붕어빵을 사 드시기 때문이죠.” 이씨의 영업 비밀인데, 그날마다 500원짜리 동전도 많이 쌓인다고 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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