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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루] 따이루, 교육감 제치고 인권상

등록 2008-12-25 08:49 수정 2020-05-02 19:25

기호 0번 후보가 ‘2008 인권홀씨상’을 받았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왔던 불세출의 청소년 가상 후보 기호 0번 ‘따이루’가 한국인권재단이 제정한 인권상 첫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 사유는 나중에. 먼저 상금이 거금 500만원. 따이루는 “청소년 활동가 지원기금을 만들지, 청소년이 놀면서 공부할 공간을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더욱 거금이 필요해 5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주변에 기부를 요청할 생각이다. 왜냐면, “차비가 없어서 회의에 못 오는 애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이루.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따이루.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이분의 약력은 이렇다. 현재 중학교 3학년. 올해는 4~9월엔 촛불집회, 9~12월엔 일제고사 반대운동으로 즐거웠다. 이분의 2008년 12월18일 일정은, 아침 7시에 일어나 일제고사 거부로 해직된 교사들의 출근투쟁에 결합하고, 오후 3~4시엔 중학교가 밀집한 서울 구로의 모처에서 23일 실시되는 일제고사 거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었다. 저녁엔 또다시 회의. 그는 “오늘은 조금 널널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루를, 한 해를 살았다. 현재 직함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세이 노’(Say! No) 등의 활동가다. 인권은 그의 생명수? 고분고분한 아이로 살았던 시절에 심했던 편두통과 치통이 인권활동을 하면서 깨끗이 나았다는 ‘간증’도 전한다.

중1, 인권을 만났다. 학교에 ‘이상한’ 교사가 있어서 포털에 ‘선생님 괴롭히는 방법’을 쳤더니 아수나로가 떴다. 그는 “그때까진 취미로 운동했다”고 돌이킨다. 중2, 이랜드 점거 농성장에서 경찰에 끌려가는 노동자를 보았다. 당시 농성장 옆 월드컵 경기장에선 폭죽이 터지는 부흥대성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안에는 지옥, 밖에는 천국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권을 넘어서 노동, 빈곤, 성소수자 등으로 시선을 넓혔다. 그는 “(학생 인권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잘못된 교사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인권재단은 수상의 이유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인권 취약 계층인 청소년이 스스로 만드는 미래에 대한 기대” 등을 들었다. 그리고 굳이 ‘따이루’인 이유는, “인권운동과 삶 사이의 거리가 거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따이루도 말하듯, 따이루 개인이 대표해 상을 받았을 뿐이고, 사실은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주는 상이다. ‘모두 다 이룬다’에서 따온 따이루란 이름처럼 이들이 꿈꾸는 인권의 미래를 다 이루며 살기를 바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따이루는 수상의 영광을 그분에게 돌렸다. “이명박은 천사다.” 불가능하다 여겼던 등교 거부도 하게 해주고, 촛불집회라는 축제도 열어주었기 때문이란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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