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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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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난 반댈세

등록 2014-01-18 14:20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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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8일 수요일 저녁. 부모님이 계시는 강원도 홍천으로 향하는 차 안. 운전 중이던 독자님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평소 독자 단박인터뷰를 보면서 ‘갑자기 전화를 받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인가형 대안학교에서 4년6개월 넘게 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최재인(29) 선생님은 올해 고3만큼이나 힘들다는 ‘고3 담임’을 맡게 됐다. 주 6일 수업으로 인한 ‘학교-집’ 무한반복 생활 패턴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원래 선생님이 꿈이었나.

=대학 전공은 역사교육이었지만, 꿈은 기자였다. 4학년 때 교생실습을 하면서 교사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매체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걸 가르쳐주는 일이 보람 있다고 생각했다.

-여당에서 역사 교과서의 국정 체제 환원을 검토한다던데.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는 것에 비판적이다. 역사를 하나의 서술로 통일한다고 하면, 서술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논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요새 교과서 문제가 민감하니, 학생들 중에서 ‘우리 학교는 무슨 교과서 쓰냐’고 묻는 아이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하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교에는 맞벌이 부모를 둔 외동아이가 많다. 부모의 높은 기대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난 왜 하고 싶은 게 없을까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

-너무 딱딱한 질문만 했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가르치던 고2 아이들이 고3이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면 좋겠다.

-사적인 소망은 없나.

=사람을 좀 만나야 하지 않을까. 쉬는 날은 일요일뿐인데 잠만 잔다.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아직 사지도 못했다.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서, 외부 세계와 소통이 제한돼 있다. 올해는 꼭 외부 세계와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 아이들이 시집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독자편집위원을 하시라. 2기 모집은 끝났으니 다음엔 꼭!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싸우고 계신 분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도 이 그런 분들에게 힘이 돼달라.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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