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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아주 높은 질문이군요. ‘정치적 공정함’에 견줘, 민감한 질문이기도 하 고요.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니 대개 이런 대답을 합니다. “아… 위험한 질문이 다.” 약간 멈칫하다 작게 말하죠. “냄새가 나긴 나는 것….” 요컨대 궁금은 하다 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답은 해야 하고, 답은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어쨌든 인체에 관한 것이니 의사에게 전화를 합니다. “왜 나라별로 사람들 냄새가 다른 가요?” 의대 수업 시간에 이런 부분을 배우는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따로 배운 기억은 없다는, 그래서 이름을 밝히기 꺼린 의사 선생님이 답합니다. “음식과 유전적 차 이가 중요하겠죠. 근데 외국 사람이 한국에 오래 살아도 체취가 잘 바뀌진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유전적 요인이 크지 않을까요.” 내 친김에 농담을 건넵니다. “음식이고 체질이 고, 안 씻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고 대답해도, 안 씻는 사람에 대한 차 별인 것 같은데요. 집단적 차이도 있지만 개인별 차이도 큰 것 같아요.”
평소 절대 한국어 포털을 떠나지 않는 저의 손이 과감히 영어로 구글링을 합 니다. 몇 가지 영문 검색어 시행착오를 거치니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Do different races smell?’ 번역하면 ‘인종별로 다른 냄새가 나는가?’쯤 될 듯합니 다. ‘Answer: Yes, generally because of diet.’ 아니, 다이어트 때문이라? 아, 굶 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식습관~. 음식이 문제라면 요리사, 아니 셰프님께 물어 볼까 하다가, 나름 심층취재 아이디어를 떠올려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을 찾습니 다. 임경숙 수원대 교수가 친절하게 답해주십니다. “마늘의 알리신 같은 성분은 냄새가 강하죠. 이런 것이 흡수돼 혈액에 돌아다녀요. 땀이라든가 침이라든가 하는 체액은 혈액과 균형을 이루며 물질 교환을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것을 먹 느냐에 따라 체취가 달라지는 거지요. 콩·과일·곡식은 강한 향이 아니지만 채 소류·육류·어류는 향이 강해요. 그래서 체취에 더 영향을 끼쳐요.”
소싯적, 아시아를 주유하며 여러 나라 국민의 살냄새 좀 맡아봤다는 친구는 이 렇게 말합니다. “맡다가 맡다가 보니, 나중엔 이 사람이 어디쯤에서 왔을지 말하 지 않아도 짐작하게 되더라. 은근히 이방인에 대한 차별을 내포한 말 같아서, 사 실 이 말 참 싫어하는데, ‘신토불이’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내가 사는 곳에서 먼 곳에 살수록 체취에 대한 낯섦도 커졌다.”
하여튼 차이에 대한 경험은 과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낯선 경험은 날카롭기 때문이죠. 최근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특정 국가 국민에 대한 폄하를 냄새로 표현하는 말들이 인터넷 등에 떠다닙니다. 서구 제국주의도 다른 인종의 다른 ‘냄새’를 열등함의 근거로 삼았다는 아픈 과거가 떠오르는군요. 그래서 구글링 해서 찾은 글들의 끝은 대개 비슷합니다. “인종별 냄새 구분을 멈춰라. 무의미한 짓이다.” ‘톨레랑스’ 중에는 냄새에 대한 톨레랑스가 최고라지요, 아마? 냄새는 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모두는 냄새 나는 사람이니까 요. 이상 동문서답, 무엇이든이었습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