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고생 임하은입니다. 펜팔 사이트에서 다른 문화를 접해보고자 펜팔 친구를 찾았습니다. 국적별로 펜팔 친구를 찾는 카테고리에서 북한 국적의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전자우편 주소도 있어서 펜팔을 해보고 싶었지만 왠지 범법행위일 것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북한 청소년과 펜팔하는 것이 법에 저촉되나요?
음… 법조 전문 김남일 기자는 말합니다. “당연히 위법이지.” 우리 안의 국가보안법이 속삭입니다.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조항….’ 레드콤플렉스에 짓눌린 머리가 잠시 뒤 정신을 차립니다.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가 성립하려면 무슨 ‘정’, 그러니까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임하은 학생이 말한 펜팔에는 그런 게 없지 않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 자문을 합니다. “회합·통신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조항을 읊어줍니다. “국가의 존립·안정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를 ‘회합·통신’ 조항은 처벌하도록 돼 있습니다. 펜팔에 국가의 존립·안정을 해할 의도는 없어 보이니, 회합·통신죄는 무리라고 보입니다. 물론 법원을 너무 믿진 마세요.
그러면 펜팔을 해도 되나? 애매합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 법 9조의 2 ‘남북한 주민 접촉’을 봅니다.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사전 계획 없이 인터넷을 통해 접촉했을 때는 사후 ‘7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요. 신고하지 않고 통신하거나 접촉 7일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감옥행…은 아니고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고로 임하은 학생이 ‘적법한’ 펜팔을 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먼저 신고를 하셔야겠네요. 그러니까,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지요. 장관님께 잘 말씀드려보세요.
그런데 이것은 임하은 학생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동성애자인 제 친구는 한 게이 사이트에서 ‘북한’ 카테고리에 올라 있는 사람들 사진을 보고 신기하고 놀라워서, 정말 북한 사람인가 궁금해서, 쪽지를 한번 보내볼까 했답니다. 약간의 귀차니즘과 레드콤플렉스가 작동해 실행은 아니 했다는데요. 이런 ‘유혹’은 요즘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탈북 루트인 타이 북부를 여행하다 탈북자를 우연히 만나거나 밥을 사주거나 난민 신청을 돕거나 했다는 ‘남한 주민’의 글이 적잖게 있는데요. 과연 이런 경우도 일일이 ‘접촉’ 신고를 해야 할까요? 참, 시대에 뒤떨어진 법입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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