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홍대에서 만나.” 회의는 회의실에서만 하나. 우리는 서울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23기 독자편집위원회 토론이 열띠다 보니 회의실 에어컨 한 대로는 그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회의를 마치고 할 뒤풀이를 좀더 생기 있게 즐기겠다는 것은 오로지 덤일 뿐이었다(라고 모두들 생각한다). 907호부터 913호까지 7권을 리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매의 눈으로 시시콜콜 토론했다. 유독 정치 이슈가 많은 때라 종종 팽팽한 기운이 돌기도 했다. 만장일치 베스트 기사로 꼽힌 ‘병원 OTL’ 시리즈는 따로 정리했다.
왜 지금 사랑 타령일까
이정주 907호 표지이야기 ‘네가지 없는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는 표지 이미지를 잘 뽑은 것 같다.
장슬기 ‘19대, 맞수 혹은 앙숙’ 기사가 특히 좋았다. 선거 결과 전체에 대한 분석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정치인 둘을 붙여 비교하는 기사는 별로 없어 신선했다.
이정주 총선 패배 원인을 짚을 때 투표율이 60%가 안 돼서 모든 미디어에서 투표율에 관해 지적했는데, 지난 10년간 총선과 지역 자치단체장 총선 등과 비교했을 때 낮은 투표율이 아니라고 지적한 점이 돋보였다.
김자경 쭉 이어진 선거 보도 중 가장 읽기 쉬웠다. 앙숙, 숫자 비교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커지고 과감한 그래프도 좋았다.
임성빈 무게 있는 기사가 많았던 호다. 그 와중에 특집 ‘날카로운 첫사랑의 추억’에서는 쉬어갈 수 있었다.
조원영 나는 오히려 아쉬웠는데. 지금 사랑 타령할 땐가 싶었다. 표지에 나온 지도가 이렇게 뻘건데, 사랑 이야기해야 하나.
김자경 재미있게 읽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등장한 것 같다. 기자들의 사랑 이야기는 2명 정도로 줄였어도 좋았을 듯하다.
권채원 지난번에 ‘황이라의 스머프 통신’이 너무 감상적이라고 지적했는데, 오히려 그런 콘셉트로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다. 이번호에 실린 ‘당신과 나의 약속’도 잘 읽었다.
이정주 서민들이 실제 경험하는 문제를 깨알같이 잘 정리한다. 진짜 현장을 다루는 느낌이다. 비슷한 칼럼인 ‘이창근의 해고 일기’는 처음에는 황이라씨 칼럼보다 독편위에서 반응이 좋았으나, 지금은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나. 제목만으로 무슨 이야기가 이어질지 짐작이 간다. 첫 문단에서 멈칫하는 느낌이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임성빈 디테일을 좀더 살리면 어떨까.
김자경 선전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조원영 장하준 교수를 표지로 내세운 908호를 보고 지인이 이니까 쓸 수 있는 기사라고 평하더라. 장하준 교수를 양면으로 다 볼 수 있었다.
권채원 나는 오히려 ‘이 사람의 정체성이 뭐지?’ 하고 더 헷갈리게 됐다.
이정주 장하준 교수의 책은 3월 초에 나왔는데 왜 이 시점에 다뤘을까 생각했다. 조금 늦은 감이 들었다. 제안을 하나 하면, 김상조 교수와 경제 논리가 많이 다르니 오프라인에서 둘을 만나게 해서 토론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권채원 기사 끝에 ‘진지한 토론을 제안한다’고 쓰여 있어 후속 보도를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세계면은 조금 다른 디자인을
임성빈 특집1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의 사진이 좋았다. 기사를 딱 압축하는 이미지였다.
김자경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다문화주의 얘기할 때 다른 매체에서는 미화해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찜찜하다. 가족주의 정책 중심인데, 우리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읽히기도 하고. 최근 읽은 다문화 관련 기사 중 가장 좋았다.
조원영 방송사 파업을 다룬 909호 특집에는 파업에 참여 중인 사람들의 글이 실렸다. 어떤 마음으로 에 글을 썼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장슬기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니 와닿았다.
이정주 언론 파업이 너무 길어져 외부 사람의 피로도도 깊어지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는 건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패배한 것이 결정타인 듯.
권채원 세계 ‘프랑스 블루칼라 대통령, 르펜?’을 잘 읽었다. 미국 대선 이야기가 주요하게 다뤄지는 가운데, 프랑스 대선 기사가 나와 흥미로웠다. 노동자·농민이 보수당을 지지한다는 내용에서 르펜의 이미지가 박근혜와 겹쳐 흥미로웠다.
김자경 세계 기사를 항상 재미있게 읽는다. 여러 주제가 짤막짤막하게 들어가는데, 디자인이 엇비슷해 흥미를 반감시킨다. 가끔은 다른 디자인의 호흡이 긴 기획 기사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정주 910호 표지 문안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표지였다.
김자경 이정희에 대한 유시민의 마음을 표현한 거라고 읽었다.
장슬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였다. ‘사봐라!’라고 하는 듯. 경기동부연합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 다른 기사들을 보면 당시 진보언론에서도 실체가 있다, 없다 단정지어주지 못했는데 에서는 실체가 있음을 염두에 둔 분석을 해왔다. 그때는 이렇게 단정지어도 되나 싶었는데 역시 타당했다.
이정주 선거 관리 부정·부실을 넘어 이석기나 김재연, 당권파가 반발하는 부분도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명할 기회를 안 주는 것 같다. 보수우파 신문의 논리를 따라가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도 같이 폭탄을 퍼붓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말한다고 내가 당권파라는 건 절대 아니다. (웃음)
권채원 해명의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게 낫다고 보였다. 도 이런 식으로 보도했기에 균형적이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듯.
김자경 그런데 표지이야기에 민주통합당 얘기인 ‘박지원은 이해찬의 미래가 아니다?’는 왜 같이 들어갔나? 디자인도 보라색이어서 통합진보당 얘기 같다. 정치면에 싣는 게 좋았을 듯.
‘애정남녀’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
조원영 기획 ‘문화/과학 절합 20년, 그저 존경!’은 어려웠다. 뭐랄까, 내가 하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네, 그런 느낌.
김자경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해하기 쉬운 기사인 듯하다. 사실 이런 잡지가 나오는 걸 몰랐다. 알려줘서 좋았다.
장슬기 911호 표지이야기 ‘한국인 선원은 때리고 갑판장은 성추행’은 섬뜩했다. 기사 제목인 ‘발기한 성기로 엉덩이 비비고…’는 고민을 많이 했을 듯하다. 기사에서 다루는 문제 또한 MB 정권의 간접적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임성빈 간접이 아니라 직접이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무슨 자격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나. 월급을 왜 주는지.
조원영 인간적으로 이래도 되나.
권채원 특집 ‘위대한 반대자를 기다리며’를 잘 읽었다. 소수의견이 낸 성과가 잘 이해가 되지만, 큰 변화가 있을까란 생각에 슬픈 무력감이 들었다.
조원영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기사의 제목이 디자인상 아래에 달려 있다. 시선의 흐름상 두 페이지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처음에는 두 개의 기사인 줄 몰랐다. 배려해주시길.
조원영 912호 표지이야기 ‘진보정당 애정남녀에게 묻다’에서 각자 조금씩의 시선 차이를 느꼈다.
장슬기 큰 문제를 못 느꼈다가 지금에 와서야 ‘원래 이랬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들도 지식인으로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권채원 사태 원인에 대한 분석은 있는데 해법은 없어서 아쉬웠다.
이정주 패권주의를 ‘조·중·동 프레임’으로 오도하는 당권파의 역색깔론과 비민주를 ‘종북’으로 몰고 가는 색깔론을 다룬 ‘색깔론과 역색깔론의 적대적 공존’은 궁금한 것을 잘 짚어주었다.
조원영 이번호가 특히 재미있고 알찼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많이 다뤘다.
임성빈 공유경제를 다룬 특집1 ‘나홀로 소유에서, 다함께 공유로’를 보고 전남 여수에 가서 집을 빌려볼까 생각했다.
장슬기 913호 줌인 ‘전화로 휴대전화 팔면 불법!’을 보고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다. 이런 전화를 많이 받는데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줄 몰랐다. 예전에 궁금해서 전화를 살 것처럼 끝까지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사에서 제시한 사례와 방식이 똑같더라.
다음에는 무급 인턴 문제를
이정주 비정규직 노동자가 슬기씨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네. (일동 웃음) 특집 ‘당신의 이력서는 얼마짜리입니까’도 흥미로웠다. 특히 토익이 너무 비싸다. 취업준비생들이 겪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잘 다뤘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이니 수익자인 기업 부담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기사에 사례로 든 이력서에 나오는 돈보다, 보통 더 많이 들어간다.
권채원 인턴을 대상으로 한 저임금 착취 구조도 잘 짚었다. 요즘은 무급 인턴도 워낙에 많다. 다음번에 인턴을 주제로 다시 한번 특집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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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리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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