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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안 되면 민주주의 아니라고 말하는 정치세력이 하나쯤 있어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인간에 대한 믿음, 정치의 가능성
등록 2026-10-22 21:26수정 2026-10-25 08:48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6년 10월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x(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가 있는 시공간)에서 회원들의 활동 사진과 글을 붙여놓은 벽에 기대어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6년 10월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x(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가 있는 시공간)에서 회원들의 활동 사진과 글을 붙여놓은 벽에 기대어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혜영을 만나러 그가 대표로 있는 망원정x를 찾았다. 망원정x는 서울 마포의 메세나폴리스몰에 ‘입점’해 있는데 올리브영이나 무신사스탠다드 따위의 매장이 있어야 할 곳에 비영리 정치단체 사무실이 있으니 영 낯설면서도 기꺼웠다. 이곳에서 영화도 틀고 토론회도 열고 수업도 한다고 한다. 동네에서 가장 큰 교차로에 창문만 한 스티커로 이름자를 붙여둔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풍경과는 분명 달랐다. 페이스북이나 엑스(X) 같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온라인 또한 무척 실체적인 공간이라고 느끼며 성장해온” 장혜영에게도 물리적 공간은 꼭 필요했던 걸까. “반드시 필요했어요. 인간은 물리적 존재니까요. 몸을 가진 존재로서 몸을 가진 다른 존재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 사이에는 엄청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의당의 전 국회의원이자 현 마포구 지역위원장이 굳이 당 바깥에 정치조직을 꾸린 이유 또한 있을 것이다. “제22대 총선이 끝나고 고민이 많았어요. 저를 지지하고 정의당을 찍고, 또 선거도 굉장히 열심히 도와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저는 당적을 가진 정치인이니까 정의당에 들어와서 함께 활동해달라고 얘기할 거잖아요. 그런데 의원님을 지지하고 투표까지는 하지만 당원 가입은 좀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특히 젊은 분 중에 너무 많은 거예요.”

 

정당 밖 사람 모일 ‘그릇’

 

2019년에야 의회정치에 발을 들인 장혜영 역시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저도 돌이켜보니까 정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당원이 된다는 건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어요.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 공동의 결정이 내 뜻과 다를 수도 있는데 그 많은 걸 책임지고 같이 지켜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을 그냥 각각 떨어져 있는 개인으로 두는 것은 너무 아쉽고 이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있을 만한 그릇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4년 겨울, 응원봉으로 광장을 밝혔던 20대 여성들을 보며 장혜영도 한껏 고무됐을까. 그 역시 2016년 11월,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인생 첫 시위에서 삶의 급격한 전환을 맞게 된 ‘광장 출신’ 정치인 아닌가. 하지만 정작 장혜영은 인생 두 번째의 탄핵 광장에서 되레 슬픔을 느꼈다.

“물론 색색의 응원봉들과 함께 있으면서 다행스럽고 기쁘기는 했는데 첫 번째 탄핵 때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졌어요. 첫 탄핵 때는 제가 딱 31살의 청년 여성이었고 그때는 진짜 우리가 세상을 구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은 거잖아요. 거기다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두 번째 탄핵이라는 상황을 마주하니까 그럼 우리에게 세 번째 탄핵은 없을까 싶더라고요.”

우리가 지켜냈다고 믿어온 민주주의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깨달음은 비애로, 이내 반성으로 이어졌다. “2017년에 기대했던 건 단순히 대통령을 탄핵하고 집권세력을 바꾸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 사회 자체를 한번 크게 바꿔야 한다는 거였고 그건 진영을 넘어서는 일이었죠. 그 개혁의 핵심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거악을 무너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민주주의가 한 사람 한 사람,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까지 가지 않는다면 그게 대체 무슨 의미냐는 반성이 있었고 그 상징이 세월호였던 거잖아요. 그게 곧 저에게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같은 존재들의 삶에 관한 문제였어요. 그런 문제들이 계속 나중으로 밀렸던 것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게 또 반복되겠구나 싶었죠. 게다가 응원봉 광장은 솔직히 촛불 광장보다 훨씬 더 그런 종류의 온도가 낮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6년 10월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x(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가 있는 시공간)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6년 10월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x(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가 있는 시공간)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응원봉, 의사봉이 되지 못할 때

 

응원봉은 촛불보다 빛났지만 뜨겁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더 뜨거워지려면 응원봉을 쥔 손이 의사봉을 들어야 한다. “주목도 많이 받고, 남태령(집회)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사실 응원봉 광장은 훨씬 더 정치적으로 관리된 집회들이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응원봉은 말 그대로 응원이잖아요.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아니죠. 응원봉을 들었던 사람들이 주체가 돼서 직접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를 위한 결정을 내릴 힘을 가져야만 뭔가 영영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무엇이 미진했을까, 왜 촛불 혁명은 늘 미완으로 남는 것일까. 진보 진영의 오랜 숙제다.

“여성들이 밀어 올린 의제가 국회 앞에서 혹은 정부 문턱에서 멈추는 이유가 정말 여성들이 부족해서인가 생각해보면 아니에요. 지난 5년 동안 진짜 할 수 있는 건 다 했거든요. 의제가 아니었던 것을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밀어 올리고, 그걸 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오프라인에서도 이슈로 만들고요. 법안을 통과시킨 것들도 있지만 다는 아니죠. 의제에 대한 이해가 정치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지 못하는 벽이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학습곡선에서 계단을 한번 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여성이 더 많이 모여 국회 앞에서 소리친다고 그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냐, 절대 아니죠. 왜냐하면 그건 지금 양당제 때문에 법안 상정조차 안 되니까요. 강간죄는 줄줄 설명하는 활동가가 ‘뒤베르제의 법칙’(한 선거구에서 1등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양당 체제로 수렴한다는 정치학 이론)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이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의회 안에서도 깃발을 들자는 말이다. 제도 정치에 대한 냉소나 무력감을 걷어내고 그 작동 원리를 집요하게 파헤쳐 권력을 탈환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오랜 투쟁 끝에 마침내 쟁취해낸 선거권처럼 피선거권도 당연하게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면 배지도 달고 의사봉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망원정x의 간판사업이 바로 ‘페미니스트 정치학교’다. 2026년 8월 1기 수강생들이 수료했고, 한창 2기를 모집 중이다. 이름을 여성 정치학교로 할지, 페미니스트 정치학교로 할지 고민하다 역시 페미니스트 정치학교라 붙였다. 경계를 확장한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성별로 딱 고정하지 않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지향하는 정치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루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지향은 분명하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비례 1·2번이 죄인이었어요”

 

“성평등을 보통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얘기해왔는데 완성이라고 하니까 자꾸 나중으로 밀리더라고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아닌 것처럼 얘기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게 시작이다, 성평등 안 되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세력이 대한민국에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다. 진보 진영 안에서조차 노동문제를 넘어 성평등을 제일 우선의 기치로 내거는 데 주저해왔다. 정의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의당은 페미니즘 때문에 망했다는 말”이 아직도 장혜영의 발목을 잡는다. 그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의정활동 내내 페미니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페미니즘 타령만 한다는 비판과 실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동시에 들었다. 당 지도부에 올라 키를 잡고 더 공세적으로 당내 혁신에 나섰더라면, 원내대표 자리를 호락호락 선배들에게 넘기지 않았더라면 달랐을지 모른다. 뼈아픈 실책이다.

“저는 제21대 총선에 뛰어드는 게 제 정치에서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진보 정당이잖아요. 다 한편인 줄 알았어요.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때 정의당 상황에서 저는 거의 죄인이었죠. (비례대표) 1번, 2번이 죄인이었어요.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의석이 많이 늘어날 거라고 다들 생각했기 때문에 이 당에서 헌신해온 여러 정치인이 모두 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했어요. 그런데 당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분들은 다 국회의원이 되지 않고 어디서 본 적도 없는 청년 여성 두 명이 비례 1, 2번이 돼서 3분의 1이나 되는 의석을 차지한다는 상황 자체가, 안에서 오래 활동해온 분들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 안에서 뭔가 목소리를 내고 지분을 확보한다는 정치 행위는 사실 가능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물으면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절대 양보 안 했겠죠. 왜냐하면 원내대표는 원래 제가 하기로 했던 거니까. 근데 뭐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수업료 세게 치른 거죠.”

현행 선거제 아래서는 군소정당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내분이다. 그는 최근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별개로 나눠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들고나왔다.

“무엇이 가장 좋은 선거제도인지는 이상적이고 다양한 얘기가 있지만, 지금 주어진 정치적 현실을 고려해서 국회가 다룰 수 있는 선택지 중에 생각하자는 거죠. 이번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위성정당 문제가 다시 환기되면서 위성정당은 이제 정말 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국민적으로도 생겼고요. 여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잖아요. 그럼 저는 이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적 선택지는 이대로 갈 거냐, 아니면 병립으로 갈 거냐 둘 중 하나라고 봐요. 그렇다면 제 답은 병립형인데, 단 한 표도 받지 않은 정당의 정치인이 또 국회의원이 되는 기존 제도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최소한 위성정당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 돌아가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냐는 거예요. 물론 여기서 더 진도를 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두 번째 문제고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 정당 소속의 정치인으로서 위성정당 문제만큼은 해결하는 게 최소한의 에이에스(AS)라는 거예요.”

 

”위성정당 해결, 최소한의 AS”

 

개혁의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의사결정의 권한을 쥔 사람들이 마땅히 보여야 할 책임의 문제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나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지 않는 태도는 정치적 자원을 낭비하고 결과적으로 개혁을 주저앉힌다. 기득권 정치인의 태업이 민주주의를 쇠락시킨다. 20년 가까이 좌초 중인 차별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더불어민주당은 힘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이후, 180석 정당이 된 이후에도 민주당을 보면 힘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힘이 있어도 안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들한테 도움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리의 질문이어야 하고, 저는 그것이 결국 독자적 진보정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봐요.”

바로 그 독자적 진보정치야말로 오늘의 현실적 선택지가 궁금하다. 과거 민주노동당부터 지금의 정의당까지 모든 진보정당이 추구해온 이상이지만 파도가 밀려들 때마다 매번 공중누각처럼 허물어지지 않았던가. 기실 제21대 총선에서도 유권자가 더불어시민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줄 몰라서 찍은 것은 아닐 테다. 결국 정의당이 유권자의 선택지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해달라고 하는 민주주의”를 넘어 “지금 당장 변화를 일으키는 정치”에 성공하지 못한 탓이다.

“위성정당의 패악 중 하나가 여당 같은 야당이 너무 많다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종속된 진보 정치 내지는 시민사회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정치 지형을 더 양극화하는가를 제21대 국회, 특히 제22대 국회에서 가감 없이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이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여당에 빚진 것 없이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진짜 진보 야당의 스탠스를 과연 지금 원내에서 진보 계열 정당들이 표현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에서 이제 여당의 실책을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야당으로서의 포지션을 갖고 무엇이 진보인지를 얘기해야죠. 지금 한국 사회가 많이 변했잖아요. 과거에는 대두하지 않았던 AI나 변화된 노동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보여줘야 할 과제가 있죠.”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6년 10월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x(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가 있는 시공간)에서 방송을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6년 10월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x(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가 있는 시공간)에서 방송을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치란 계속 말을 거는 것

 

여당에 빚진 거 없기로서는 정의당만큼 떳떳한 원외 정당도 없겠으나 무엇이 진보인가를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가령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성과급 인상 투쟁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정의당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서만 비판했을 뿐 그 이상의 선명한 입장은 제시하지 않았다. 양경규 지도부에 남겨진 과제가 크다. 어느새 정의당의 얼굴이 되어버린 장혜영 또한 어깨가 무겁고 지치지만 “그냥 계속” 정치를 한다. 장혜영에게 정치란 “계속 말을 거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것이 정치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몇 번이나 토론에 나서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만 던지는 방송이라도 매번 나가서 차별금지법을 옹호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유튜브만 봐도 알고리즘이 말벗을 대체해준다. 그래서 그는 요즘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믿고 거르거나 답은 정해져 있다고 강요하기보다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들하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데 우리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상대에게 최대한의 존중을 담아서 얘기”한다. 장혜영은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낙관한다. “차별금지법도 그렇고 지금 민주주의에 제일 위협은 인간은 한 종류가 아니라는 생각 같아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순간 인권의 가치,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보편적 가치도 무너지게 되거든요. 저는 모든 인간은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는 믿음이 우리가 정치를 하고 무언가 메시지를 낼 수 있는 뿌리고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 사회의 진보정치나 성평등 정치도 보면 사실 되게 힘든 시기고 버텨야 하는 시기거든요. 근데 누군가는 버텨줘야 그다음에 누군가는 또 빛을 보잖아요. 저는 어느 쪽이냐면 그래도 배지를 한 번 달아봤으니까, 청년으로서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을 한 번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 시기를 버티는 데 조금이라도 뭔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지 않냐는 생각을 그냥 좀 하는 편이에요.” 장혜영이 말한 진짜 야당의 정치는 아직 묘연하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진짜 정치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경청하기, 말 걸기,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기, 결정하기, 책임지기. 그렇게 그냥 계속하기.

 

신성아 작가·‘탐욕스러운 돌봄’ 저자

 

*제도권 정치의 강고한 벽에 균열을 낸 이들, 거대 양당이라는 선택지 대신 다른 대안을 찾았던 이들, 조직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저항하다 기어이 패배했던 이들을 만나 정치와 실패의 의미를 묻는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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