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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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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정치자금,이한주의 투기 대물림…검증 암초 넘을까

국무총리 후보자와 국정기획위원장 정치자금·부동산 의혹…“검증 기준·절차 밝혀라” 요구 빗발
등록 2025-06-19 21:45 수정 2025-06-20 14:06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6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6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는데 본인으로서는 충분히 다 설명할 수 있는, 그냥 의혹에 불과하다 말씀하시고 계신다.”

이재명 대통령은 ‘돌파’를 선언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한 이 대통령은 2025년 6월16일(현지시각) 전용기 즉석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채무 거래 및 정치자금 의혹과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의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대해 “검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내란 혐의로 탄핵된 윤석열 정부의 기저효과를 누리며, 여러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재명 정부는 ‘인사 검증’이라는 첫 번째 암초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의 두 최측근, 도덕적 시비

김민석 후보자와 이한주 위원장은 출발점은 다르지만,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도우며 떠오른 ‘신친명계’ 좌장으로 언급된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23년 2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당내 이탈표가 대거 나와 이재명 리더십이 흔들릴 때, 당시 중진급 의원 다수가 이 대통령의 정책위의장 제안을 고사했지만 김 후보자가 먼저 돕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과 함께 가장 가까이서 이 대통령을 도왔다. 2024년 8월 전당대회에서는 당시 3위를 기록 중이던 김 후보자의 득표율을 보고 이 대통령이 “왜 이렇게 김민석 후보 표가 안 나오느냐”고 발언한 이후 표 쏠림 현상이 일어나 수석최고위원을 거머쥐기도 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이른바 ‘성남 라인’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 대통령의 40년 지기다. 이 대통령이 사법시험 준비생이던 1986년 처음 알게 된 뒤 경기도 성남 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오래 함께한 동지적 관계다. 이 대통령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뒤에는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이 언제든 조언을 구해온 ‘싱크탱크’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책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김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학생운동권 영입으로 1996년 국회의원이 된 뒤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할 때까지 ‘386세대’(1990년대에 30대이던 80년대 학번, 60년대생)를 상징하던 여의도의 스타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사태 등에서 패착에 가까운 정치적 선택을 하며 2020년 다시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오랫동안 야인이었다. 지금 김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바로 그 야인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다. 김 후보자는 별다른 직책 없이 긴 시간 동안 정치권 언저리에 머물 때 이러저러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준 ‘스폰서들’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 앞에 서 있다.

‘기본사회’로 대변되는 이 위원장의 사회적 경제론은 부동산투기와 부의 대물림 같은 자본주의적 방식에 맞서는 공동체적 해법에 대한 모색이다. 부침이 있긴 했지만 이 위원장의 이런 정책적 견해는 이 대통령을 지금 자리에 오르게 한 핵심적 정책 의제였다. 하지만 정작 그런 이 위원장이 지난 30년간 투기성 부동산 투자를 하며 자식들에게 부를 대물림하는 ‘패밀리 비즈니스’ 편법을 저질렀다는 문제 제기에 직면해 있다.

 

김민석 정치자금 의혹에 “개인 채무 상환”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2008년 이후 총 11명에게서 1억4천만원을 차용했는데, 이 자금이 불법 정치자금 아니냐는 의혹이다. 둘째는 2020년 이후 5년간 수입으로 국회의원 세비 5억1천만원을 신고했는데, 생활비·교육비·기부금 등의 지출은 13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5년 동안 개인 예금액까지 늘어난 소득 형성의 문제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갈린다. 김 후보자는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개인적 채무이고, 상환 완료했다”고 일축했다. 김 후보자의 채무는 법원에서 선고한 추징금에서 출발한다. 김 후보자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2005년 2억원, 2010년 7억2천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 금액은 오랫동안 김 후보자를 괴롭혔다. 이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는 자신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인물이자 2020년에는 다시 김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던 강아무개씨 등에게서 돈을 빌렸다. 이 돈 1억4천만원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의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주진우 의원은 김 후보자의 후원회장이던 강씨가 “자금의 저수지이거나 ‘대여를 주도’한 인물이며, 추징금 대부분을 스폰서 강씨가 김 후보자 대신 내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마운 사람들과의 유착관계가 ‘공직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김 후보자는 표적 사정 추징금에 중가산 증여세가 붙는 상황이라며 “신용불량 상태에 있던 상황에서 사적 채무를 통해 일거에 세금 압박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고, 어떠한 정치적 미래도 없던 제게 오직 인간적 연민으로 천만원씩을 빌려준 분들”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의원이 된 2020년 이후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도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식적으로는 세비 5억1천여만원이 수입인데, 쓴 돈은 약 13억원이다. 본인에게 추징된 선고금 6억2천만원을 전부 상환했고, 신용카드 등으로 지출이 확인된 금액이 2억3천만원가량 된다. 또한 교회 헌금 등 기부금을 합치면 약 13억원의 지출이 확인된다. 이 금액에는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외 대학에 입학한 아들의 교육비는 빠졌는데,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부의금과 강연료 등 기타 소득이 있었고, 아들 유학비는 전처가 전액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 증빙 자료는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 설계자’로 불리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25년 6월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기본소득 설계자’로 불리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25년 6월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한주 위원장 ‘부의 대물림’ 의혹

이 위원장의 상황은 더 심란하다. 이 위원장은 ‘공정한 부동산, 지속가능한 도시’(2021)의 공저자로,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엠비엔(MBN)과 인터뷰하며 이재명 정부에선 “부동산투기가 근절돼야 할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 위원장은 30년에 걸쳐 서울 청담동·영등포동, 경기 수원·용인·성남시 등 최소 5곳 이상의 재개발 예정지 혹은 기대 지역에 부동산과 상가 등을 매입했고 어떤 경우에는 지분이라도 사두는 방식으로 투자를 도모했다. 이후 2017년에는 아예 ‘리앤파트너스’라는 가족 법인을 만들어 소득세를 절감하고 증여세를 덜 내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등의 의혹 제기에 이 위원장은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본인과 가족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부동산투기나 부의 대물림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전체를 “투기와 부의 대물림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정기획위원장 자리가 ‘공직 성격이 있는 일종의 자원봉사’라고 선을 그었다. 국무총리와 같이 공개적 검증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이재명 정책의 실세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인물이 ‘사회적 자아’와 ‘경제적 자아’를 분리해 살아왔다는 점은 이재명의 정책과 개혁을 지지한 이들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이 위원장을 향한 문제가 2021년 이미 제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알고도 중용하고, 겪어보고도 믿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아이비리그 진학 아들 유학비 ‘물음표’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실패로 이끈 핵심 사안이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세간의 들썩거림에 벌써 서울 시내 집값이 만만치 않은 오름세를 보인다. 아울러 ‘조국 사태’는 민주당 정부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386세대’의 자기모순과 위선을 들춰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사회적으론 정의와 공정,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경제를 주장해온 이들이 정작 본인의 삶에선 이를 전혀 실천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충격과 모멸감으로 다가왔다.

김민석 후보의 재산은 2억여원에 불과하다. 오랜 야인 생활이 이어진 결과다. 그의 집을 방문했던 한 여권 인사는 “살림살이가 너무 소박해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사이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과 중국 칭화대학에서 공부했고, 자식은 국제고등학교를 거쳐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에 입학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이라면 흉이 될 것이 없지만 그 고비마다 경제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의문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국정기획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5년 그림을 짜는 핵심 인물이다. 통상적이라면 국정기획위원회 임기가 끝난 이후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보여준 부동산투기 방식은 위법성이 없었다고 해도 이재명의 개혁을 디자인하기엔 때가 너무 묻어 보인다.

 

인사 검증 취약성 보완 필요성 대두

인사는 여와 야의 힘겨루기 문제도, 정부의 기세를 가늠하는 잣대도 아니다. 실용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라면 더더욱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이상 징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광수 민정수석이 낙마한 직후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실에 ‘인사 검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검증 기준과 절차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인사 검증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1호 낙마자가 된 상황에서 △인사 검증 기준 및 자료의 공개 여부 △검증 실패의 원인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의 사항이 어떤 원칙으로 구성됐는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고, 매사 잘해도 만사는 인사라고도 한다. 출발이 좋은 이재명 정부가 인사 검증 암초에 걸리지 않고 계속 순항할 수 있을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6월24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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